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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하우스가 뜬다③]
case02 오피스텔 임대해 만든 국경 없는 집 '보더리스하우스'

외국인과 한 집에 살면서 다양한 문화와 가치관을 교류할 수 있는 ‘보더리스 하우스’! 이제 막 개념이 알려지기 시작한 우리나라에도 ‘외국인과 함께 산다’는 독특한 컨셉의 셰어하우스가 등장했다. 본사가 있는 일본에서는 이미 쉐어하우스의 한 브랜드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현지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지난해 10월부터는 한국에서도 사업을 벌이기 시작했으며, 지난달 왕십리에 6호점을 오픈하면서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한국지사 대표이자 재일동포 3세인 이성일 대표와 함께 영등포에 위치한 보더리스 하우스를 찾았다. ‘외국인’이라는 컨셉과 셰어하우스를 접목시킨 주거형태가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자세히 들여다봤다.

취재 백상월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1 보더리스 하우스의 셰어하우스는 오피스텔을 임대해서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2 공유하는 거실에 개인 물건을 둘 수 없게 규칙으로 정했으며, 보더리스 하우스에서 제공한 가구로만 채웠다.

 

보더리스 하우스를 방문하기 위해 영등포에 위치한 주상복합 오피스텔을 찾았다. 셰어하우스가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외국의 경우 공동주택 내에 있는 것들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물론 그 공동주택 자체가 모두 셰어하우스는 아니다. ‘옆집은 혼자 사는 사람, 윗집은 4인 가족, 아랫집은 셰어하우스’ 처럼 일반적인 주거형태와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것이다.

 

쉐어하우스 in 임대 오피스텔

 

오피스텔 한 세대를 임대해 재임대하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셰어하우스 개념에 낯선 집주인들이 부담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계약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먼저 오픈한 보더리스 하우스의 관리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차차 계약도 성사돼 갔다. 게다가 개인이 아니라 회사와 임대계약을 맺는 것이기 때문에 수익의 안정성은 오히려 높다. 대형평형의 아파트나 주상복합을 분양받아 하우스푸어 처지에 놓인 많은 사람들에게는 또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입주자 입장에서 오피스텔 셰어하우스의 장점은 무엇보다 방범이나 안전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자체 보안시스템과 경비원이 있어 24시간 안심할 수 있다. 또한 대부분 역세권에 위치하기 때문에 자가용이 없는 싱글들은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주변에 편의시설이 많고, 쾌적한 환경이 조성돼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대규모 오피스텔에 살지 못했던 이유는 단 하나, 비용 때문이다. 하지만 공간을 물론 임대료와 관리비까지 ‘셰어’하기 때문에 모두 누릴 수 있는 것이다.

 

 


1 영등포2 지점의 1인실. 침대와 책상은 각 방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품목이다.

2 2인실은 공간을 절약하기 위해 침대 밑에 책상과 수납장을 둘 수 있는 가구를 사용했다.


 물론 이성일 대표 입장에서의 장점은 또 다른 것이다. “보더리스 하우스는 기업이 운영하는 셰어하우스이다 보니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사업을 진행하게 됩니다. 입지선정 기준부터 내부공간 및 입주자 관리까지 일괄적인 시스템이 있죠. 일단 신축 아파트나 오피스텔은 대부분의 가구가 빌트인으로 돼 있기 때문에 초기 부담이 적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거실에 놓을 소파와 테이블, TV와 세탁기, 식기류 정도만 구비해놓으면 됩니다. 그리고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의 일반 주택가보다 오피스텔이 훨씬 더 부담 없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이니까요.”

 

 일본에서는 단독주택을 임대해서 셰어하우스를 만드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오히려 3~4개의 침실을 갖춘 대형 아파트가 드물고, 시내 곳곳에는 오래된 단독주택이 많아 집주인들이 먼저 나서서 수리를 해주고 임대를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규모에도 차이가 난다. 한국에서는 6~7명이 보통이지만 일본은 10명이 넘는 곳도 있다고. 하지만 인원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커뮤니티 형성에 방해가 되고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에, 이성일 대표는 6~7명 정도가 제일 적당하다고 말한다.

 

외국인과의 삶은 ‘경험’으로서 가치 있다

 

이름 그대로 ‘국경 없는 집(Borderless House)’이다. 서울시내 6개 지점에는 미국, 프랑스, 일본, 대만, 러시아, 포르투칼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외국인들이 살고 있다. 외국인이 더 많은 곳도 있고 한국인이 더 많은 곳도 있지만 기껏 해야 1~2명 차이다. 방마다 국적에 제한을 두는 등 회사에서 비율을 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 서로 어울려 사는 데 매력을 느끼고 찾아온 사람들이라 때로는 비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도 있다. 홈페이지에서는 어느 방에 어느 나라 사람이 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식기류는 보더리스 하우스에서 제공하는 것을 사용하면 된다. 주방 곳곳에도 한글과 영어 2가지 언어로 주의사항을 적어 놓은 문구들이 눈에 띈다.

 

‘생면부지 남과 한 집에 산다는 것도 쉽지 않은데 외국인과 함께 살다니! 하루 이틀 머무는 여행지도 아니고 몇 달에서 몇 년을 살아야 하는 집에서 가능한 일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러한 질문에 이성일 대표는 “이곳에서의 생활은 경험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유럽 배낭여행과 호주 워킹홀리데이로 국내의 많은 청년들이 셰어하우스를 경험하고 돌아왔다. 그들에게 당시 생활은 추억이 됐고, 잊지 못할 경험으로 기억된다. 더듬더듬 영어 단어 몇 개로 의사소통을 하고, 각자의 집밥을 해서 나눠먹는 등의 일들 말이다. 이러한 경험을 한국에서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보더리스 하우스다.

 

“경험과 추억은 시간이 지나야 깨달을 수 있는 매력이고, 당장 현실적으로는 서로의 목적이 분명한 두 집단의 만남이에요. 한국인들은 대부분 언어 때문에 이곳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어를 공부하는 친구는 미국인과, 일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은 일본인과 대화하고 싶어 하니까 공실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는 경우도 있어요. 외국인들은 한국에 살면서 겪는 일상적인 문제들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고요.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고마운 마음이 있기 때문에 관계가 더 좋은 것 같아요.”

 

보더리스 하우스의 월세가 다른 셰어하우스에 비해 다소 비싼 이유도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도시지역 1인주거의 대안으로 대접받고 있는 셰어하우스의 기본은 저렴하고 소통이 원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1인실 기준 평균 70만원 정도의 월세를 내야하고, 때때로 의사소통에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찾는 이유는 주거공간에 연습, 도움, 경험, 추억 등의 개인적 성취가 더해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서로의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지 않으면 생기지 않는 것들이다.

 

다양한 만큼 규칙은 더욱 철저하게

 

외국인과 함께 산다는 것만 빼면 이곳도 일반 셰어하우스와 다름없다. 개인공간을 제외한 주방과 거실, 화장실 등을 공유하고 정해진 규칙을 지켜야 한다.

 

우선 보더리스 하우스에 입주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20~35세의 싱글’이다. 나이를 제한한 이유는 세대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부모와 자식이 한 집에서 살면서 생기는 문제들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일본에서의 운영 경험을 비춰보면 20대 초반과 30대 후반만 되도 세대 차이에서 오는 문제가 생기게 된단다. 현재 보더리스 하우스에 거주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20대 중반~30대 초반이다.

 


1 일반 가정에서는 주방 발코니에 있을 분리수거함을 셰어하우스에서는 입주자들의 편의와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주방 입구에 두었다.

2 주방의 수납장은 칸칸마다 이름을 써 붙여 놓고 나눠 사용한다.

 

집안 곳곳에는 안내사항과 주의사항을 적어 놓은 메모들이 눈에 띈다. ‘공유공간에 물건을 놓지 말라’, ‘12시 이후 거실 사용 자제하기’ 등 셰어하우스에 지켜야 할 기본적인 것들이지만 굳이 잘 보이는 곳에 크게 써 붙여 놓은 이유는 보더리스 하우스의 강력한 경고이자 따뜻한 배려다. 같은 언어를 사용해도 억양하나 토씨 하나에 감정이 상하는데 영어를 매개로 하는 대화는 오죽할까. 누군가 지적하기 전에 스스로 수정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다른 입주자 대신 보더리스 하우스가 먼저 말해주는 것이다.

 

 현재 보더리스 하우스는 7호점 오픈을 위해 입지를 선정하고 있다. 대학과 회사가 밀집한 지하철2호선 인근의 오피스텔을 알아보고 있으며, 집주인과 계약이 완료되면 2주 후부터 입주자를 모집한다. 여성전용 셰어하우스도 계획 중이니 관심 있는 사람들은 보더리스 하우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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