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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그리는 작가 신흥우]
“너와 나 다름을 인정할 때, 도시는 삶의 축제장이 된다”

신흥우는 ‘사람’에 꽂힌 작가다. 칠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사람의 형상을 줄기차게 그렸다.

어릴적 화가의 꿈을 지녔던 아버지는 고급 크레파스와 물감을 즐거이 공수해주며, 아들을 응원했다. 그리면 그릴수록 오묘한 것이 사람의 얼굴이었다.

백인백색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사람들의 얼굴은 ‘다름’이라는 아름다움을 드리우고 있었다.

그런 깨달음은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로, 함께 연주하는 ‘콘서트’로, 함께 즐기는 ‘댄스’로 승화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그 순간, 도시에서는 따사롭고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삶의 페스티벌이 시작된다고 그는 믿는다.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작품이미지제공 엘런킴 머피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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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그릴때 가장 행복하고, 따뜻하다

강 따라 골짜기 따라 숱한 작가들의 작업실이 산재해 있는 곳이 바로 ‘양평’이라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그곳으로의 방문이 특별하게 여겨진다. 양평은 서울과 가깝고 풍광이 아름다우며 적당한 은둔을 즐길 수 있어 도시민의 전원생활 1번지로, 예술가들이 선호하는 문화고장으로 사랑받아왔다.

 

젊은 날을 프랑스 파리(1991~2003)에서 보낸 후 귀국한 신흥우 작가도 양평 국수역 인근에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눌러 앉은 지 오래다. 넓은 터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제법 큰 시멘트 건물은 과거 공장이나 창고 정도로 쓰였음직한 느낌이다. 텅 빈 마당 한쪽에 널빤지를 깔고 그 위에 펼쳐 놓은 수많은 사람 형체의 실리콘 조각들이 주인의 정체를 짐작케 할 뿐이다.

 


1 Concert mixed-media 92×162cm 2011 2 Concert mixed-media 116×91cm 2012

 

신흥우는 ‘은둔형 작가’로 불린다. 이 스튜디오에서 오로지 작업에만 몰두해왔고 좀처럼 나서지 않았다. 그가 대중 앞에 나선 계기는 신씨 뮤지컬 컴퍼니 박명성 대표의 책 표지에 그의 대표작 ‘콘서트’가 게재되면서다. 당시 새누리당 홍보팀에서 책 표지를 보고 찾아왔고, 지난해 대통령 선거 준비 기간 동안 새누리당 당사 건물 벽에 그의 그림이 내걸렸다.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악기를 들고 연주하는 모습으로 꽉 찬 그림은 화합의 의미로 어필되기에 충분했다. 올해 대통령 취임식장의 무대에 또다시 그의 작품이 세워졌다. 주제는 ‘희망아리랑’.

 


▲ 희망아리랑 mixed-media 450×800cm 2013

 

그는 청와대로부터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을 넣어서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희망아리랑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여러 악기로 아리랑을 연주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그림 속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첫 여성 대통령인 박 대통령을 상징하는 여성이다.

 

“특정한 정당을 지지해서 작업을 수락한 건 아니에요. 그저 그림으로서 보고 그림이 전하는 메시지를 알아봐주길 바랐죠. 왕따, 인종·문화차별, 성형수술, 이제는 이런 거 좀 하지 말고 서로 다름을 인정해주고 받아주는 성숙한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다문화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우리나라도 이상적이고 재밌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그의 이런 생각은 프랑스 파리에서 더욱 굳어졌다. 1991년 건너간 파리는 융합의 나라였다. 다양한 인종과 나라의 외국인들이 잘도 어우러져 지내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2003년 까지 파리를 거점으로 뉴욕, 독일을 돌아다니며 만난 수많은 다양성이 그의 캔버스로 들어온 셈이다. 그는 파리 8대학 조형예술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 댄스 mixed-media 116×89cm 2011 2 도시의 축제 mixed-media 162×97cm 2012 3도시의 축제 mixed-media 162×97cm 2011

 

 

시간여행에서 건져 올린 ‘누구나, 아무나’가 주인공

작가 신흥우의 작품이 재미난 것은 평면 회화 작품이지만 화면 속 사람들은 실리콘으로 제작돼 그림을 실물로 보면 입체감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그는 실리콘주사기로 사람의 형상이나 얼굴을 만들고 캔버스에 붙인다. 여기다 스케치를 하며 구도를 만들고 색을 입힌다. 색은 경쾌한 원색을 즐겨 쓴다. 캔버스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은 “누구나, 아무나”다. “세상에는 특별한 사람이 없고, 다 다른 사람이 모여서 하나의 사회를 만든다”는 그의 가치관 그대로가 작업에 투영된다.

 

“캔버스를 마주하는 순간 반 오토매틱처럼 화면을 채워 나가요. 옛날에 좋았던 기억, 나빴던 기억을 생각하면서 시간여행을 하는 겁니다. 그때마다 떠오르는 기억을 쫓아가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거죠. 화면 속에 사람을 배치시킬 때는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새롭게 만나는 ‘인연’이라는 콘셉트를 생각해요.”

 


1 신흥우 작가는 어려서부터 사람 그리기를 좋아했고, 즐겨했다. 그의 그림에 나타난 사람들은 인종과 성별, 나이, 외모가 제각각이며, 주인공도 없다. 그는 캔버스 앞에 앉을때마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서로 다른 생각을 함에도 불구하고 차별없이 서로 존중하며 살아가는 재미있는 세상을 꿈꾼다”고.

2 엘렌킴머피갤러리에 놓인 신흥우 작가의 작품 ‘마를린 먼로’. 그의 얼굴 작업은 평면과 입체를 오가거나, 믹스하는 방식으로 다양하게 전개되어 왔다.

 

그림 속엔 실로 다양한 작가의 기억 속 인물들이 등장한다. 작가가 펼쳐놓은 캔버스라는 세상 안에서 때와 공간이 다른 여러 인물들이 새롭게 조우하는 것이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은 작가의 작품 시리즈 제목처럼 ‘축제’와 ‘콘서트’를 열고, ‘댄스’를 춘다.

 

“도시가 삭막하다고들 하는데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잖아요. 제가 느끼는 도시는 따뜻하고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은 그런 흥미로운 사람들이 활보하는, 에너지 넘치는 곳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한 것 같아요.” 단, 조건이 있단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

 

6월초 작가의 그림들은 양평에 위치한 엘렌킴머피갤러리에 모인다. 7월에는 신씨 뮤지컬 컴퍼니가 오픈하는 갤러리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해외 전시도 계획돼 있다. 그 어느 때 보다 그를 찾는 갤러리가 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지금의 우리 사회가 작가 신흥우가 던지는 메시지에 목마르다는 얘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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