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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창작촌 터줏대감 이소주 작가]
나는, 커뮤니티 아티스트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가면 철공소와 예술가의 작업실이 공존하는 동네가 있다.

 좁은 골목골목 수백 개의 철공소 간판들과 작업실을 알리는 문패들이 이웃한 이곳은 ‘문래창작촌’이다. 70~80년대 번성했던 산업문화가 배어있는 골목길을 거닐며 곳곳에 그려진 벽화와 설치작품들을 보는 감흥이 남다른 곳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 골목 어귀에서, 오늘의 문래창작촌이 있기까지 중심적인 역할을 해온 이소주 작가(일러스트레이터)를 만났다. 그는 스스로를 다소 생소한, ‘커뮤니티 아티스트’라고 소개하고 있다.

잠시 틈을 내어, 문래창작촌을 돌아보는 시간도 즐겨본다.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1 시멘트 속을 드러낸 담벼락을 화사하게 수놓은 ‘풍경과 TV’  2 입주작가들이 그린 벽화 ‘해안가의 거북이’

 

그림 잘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75년생 이소주 작가.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기업과 브랜드의 쇼박스 그림들을 알고보니, 그의 손끝에서 나왔다. 군대 가기 전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군대 제대 후 미대에 재입학해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다가, 졸업을 하기도 전에 사회로 뛰쳐나온 그는, 꼬박꼬박 월급 나오던 신문사에서 일러스트와 만평 작업을 했지만, 이도 잠시. 결국 문래동 철재단지에 새 보금자리를 틀고 일러스트 작가로 나선다.

 

그렇게 9년이 흘러, 현재의 그는 지금 커뮤니티 아티스트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3년째 문래공동텃밭을 이끌었고, 올해부터는 문래창작촌 문화투어를 시작했다. 그리고 5월엔 문래창작촌의 사랑방, 카페수다를 오픈한다. 오늘의 문래창작촌이 있게 한 장본인이기도 한 이소주 작가, 그는 지금 문래동에서의 9번째 봄을 지내고 있다.

 


1 그냥 보면 궁색했을 처마에 색을 입히자, 회화의 풍경처럼 화사해졌다. 2 철공소에 켜켜이 쌓인 철재들이 아름다운 패턴을 선보이고 있다. 문래철재단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커뮤니티 작가로 활동할 때 행복해요”

 

문래창작촌부터 소개해 주시겠어요?

문래창작촌(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소재)은 철공소와 예술가가 공존하는 지대로 유명해졌어요. 2005년 3월, 제가 처음 이곳을 찾아왔을 때, 작가의 작업실은 딱 2개였어요. 지금은 100여개로 불어났고, 활동하는 작가는 약 200여명으로 추산됩니다. 이들 가운데는 중국, 말레이시아 등 해외에서 온 작가들도 적잖게 있지요. 처음에는 30대 기성작가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대학교 졸업하고 들어오는 신진작가들도 많아요. 또 분야도 세분화되어서 사진공장, 음악공장, 전시공장 등 작업의 성격을 명확히 내세우고 들어온 작가들이 대부분이랍니다.

 

이소주 작가님은 이곳에서 9년간 작업을 해오셨어요. 문래창작촌에 오게 된 배경과 그간의 작업을 알고 싶습니다.

2005년 봄까지 신문사에 재직하며 일러스트, 만평, 디자인 작업을 했어요. 그러다가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그림 그리러 박차고 나온 거죠. 문래동에 아는 작가가 있어 찾아왔다가 자리를 잡게 된 게 벌써 9년째네요.

 

2008년까지는 원없이 일러스트를 그렸어요. 유명 기업이나 브랜드의 쇼박스의 일러스트 작업도 숱하게 했고요. 그런데 그림을 그릴수록 회의가 들더군요. 먹고 살기 위해 그림을 그리다 보니 원래 취지보다 돈으로 환산되는 그림 그리기에 매몰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 늘 불편한 마음이 들었죠. 그래서 스스로 붓을 꺾었다, 이렇게 얘기해야 할까요. 그럼, 그림 그리던 사람이 뭐하며 사느냐고요? 저, 지금 커뮤니티 아트에 꽂혀 있습니다.

 

커뮤니티 아트라는 말이 생소한데요.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요?

유럽에서는 ‘커뮤니티’ 자체가 예술 활동의 한 분야로 인정받고 있어요. 좀 더 간단하게 말하면, 공공미술의 다음 형태를 커뮤니티 아트라고 말할 수 있지요. 커뮤니티라는 방식을 통해 예술과 삶, 자연이 소통하게 하는 것이고요. 커뮤니티 아트의 가장 핵심은 생태계 조성이랍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필요한 예술적 지원을 하는 것이죠. 또, 다른 대상과도 커뮤니티가 될 수 있도록 하고요. 사람이 만나고 함께 하면서 만들어내는 모든 것이 커뮤니티 아트랍니다.

 


1 오래된 구멍가게가 예술가의 손을 거쳐 설치작품처럼 변했다. 2 버려진 옥상의 옥탑방에까지 예술작업이 진행됐다.

3 식당아주머니의 사진을 찍어 벽화를 제작해 꾸민 ‘꽃과 식당아주머니’ 4 키 낮은 담벼락을 풍요롭게 만든 ‘환상의 조형’

5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만한 좁은 골목에 난 문과 창들. 보기 좋게 페인팅을 해서 걷고 싶은 골목을 만들어 놓았다.

 

 

커뮤니티 아트는 공공미술의 진화된 형태

 

커뮤니티 아트와 공공미술은 어떻게 다른가요?

과거 공공미술은 소수 지역에 작품만 만들어 놓고 예술가는 빠지는 형태로 진행됐죠. 문제는 이런 공공 미술작품들이 주민의 삶과 호흡하기보다는 외부사람들의 볼거리가 되어버렸다는데 있어요. 공공미술로 소문난 동네마다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정작 주민들의 주거환경은 불편해진 거죠. 반면, 커뮤니티 아트는 예술가가 직접 그 울타리 안에 들어가 긴 시간 소통하면서 주민 자생적인 커뮤니티가 이뤄질 때까지 예술적 지원을 지속하는 것입니다.

 


커뮤니티 아트 작가는 어떤 작업을 합니까?

예를 들어 모임이 결성되기 위한 일부터 예술적 프로그램 지원까지 모임이 자생적으로 안착되는데 필요한 일들을 모두 해요. 지금 제가 진행하는 것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 문래텃밭공동체와 문래창작촌 문화투어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도 커뮤니티 아티스트의 일이랍니다.

 

 

문래도시텃밭 공동체는 어떤 커뮤니티인지요?

사람들이 예술, 전시는 어렵게 생각하는데, 텃밭이라고 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지요. 그래서 텃밭공동체를 만든 것입니다. 여기서 아티스트는 참가자들에게 즐거운 자극이 되고 커뮤니티가 활발히 일어날 수 있도록 촉진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텃밭 주머니(자루)에 직접 그림을 그려 텃밭을 꾸미게 하기도 하고요. 그림과 공연을 텃밭 활동과 접목시켜 지역 예술가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요.농부학교 강좌도 열지요. 

올해가 텃밭공동체 3년차입니다. 1년차에는 문래동 예술가와 NGO단체들이 주도했는데요. 1년 반 만에 주민주도로 자리 잡았어요.

 

 

문래창작촌 문화투어는 어떻게 진행됩니까?

매월 첫째, 셋째주 토요일 오후 3시에 진행하는 문래창작촌 문화투어는 70~80년대 산업문화가 배어있는 골목길을 걷고, 곳곳의 벽화와 설치작품을 찾고, 전시장의 작품을 감사하면서 도시의 미학을 보게 해주는 시간이죠. 한마디로, 서울의 산업과 예술이 공존하는 지역으로 떠나는 문화여행이라고 할 수 있어요.

 

문래 문화투어는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있어요. 이곳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남은 2차 산업단지인데요. 과거의 역사성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으로, 우리의 정체성을 잘 알려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에 예술가들이 들어오면서 재개발에 대한 생각의 패러다임을 재발견하게 된 계기를 만들었죠. 영등포의 모습을 잘 보전하고 보여주는 것이 우리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런 모습도 우리의 모습이라는 것을 인정할 때, 미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1 옥상프로젝트의 하나로 펼쳐진 페인팅 작업이 돋보인다. 건물의 입주작가가 스프레이 페인팅으로 수분 만에 그렸다는 벽화다. 2 재활용품으로 만든 로봇. 이소주 작가의 작품이다.

 


커뮤니티 아트가 지속가능하려면 일정한 수입도 있어야 할텐데요.

 적게 벌지만 넉넉히 나누고 사는 동네예술가가 되자는 게 제 뜻입니다. 마을 축제에 예술가들을 참여시켜 지역주민과 만나게 하는 활동이나 강사로 활동하면서 예술가의 생활적 케어가 가능한 리사이클을 만들어 나가고 있어요.

 

카페도 곧 오픈합니다. 문래 철재단지 도로변에 위치해 있는데요. 카페 수다라는 이름으로 예술가와 주민이 만나는 가교 공간으로 만들 것입니다. 공정무역을 통해 들여온 커피나 차를 팔고, 문래창작촌 작가들의 작품들도 팔 생각입니다. 5월에 오시면 ‘카페 수다’를 만날 수 있답니다.

 

 

커뮤니티 아티스트, 이 작가님에겐 어떤 의미인가요?

이곳에 살면서, 또 커뮤니티 아트 작업을 하면서 배우는 게 많아요. 커뮤니티 아티스트는 혼자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을 하는 작가들과는 다른 면이 있어요. 공동체에 직접 참여해서 어울려야 하니까요. 그러다 보니, 반성하고 생각하는 기회가 많아져요. 점점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느낌이랄까요. 작업을 해나가면서 나도 성장한다는 점이 보람이 있습니다.

 

또, 커뮤니티 아티스트는 사람들에게 문화적 예술적 의미를 일깨울 수 있어야 하고, 지금과는 다른 시선으로 보게 하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잘 될 때 그만큼 보람도 큰 게 커뮤니티 아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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