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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임대주택 공급 필요하다

임대주택 선호하는 수요자 늘어

다양한 임대주택 공급 필요하다

 

최근들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내집 마련보다 임대로 살겠다는 수요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내집 마련을 미루는 것은 다른 목표를 추구하거나, 또는 아직 여력이 없는 다양한 배경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행복주택과 서울시의 공공임대 종합개선대책 등 임대주택 공급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임대주택 시장의 현실과 전망을 짚어본다.

 

글 최승철(프리랜서)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올해로 결혼 2년차가 되는데요. 결혼할 때 얻은 전세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내집 마련 계획은 없습니다. 아내와 조금은 색다른 계획을 세워놓고 있거든요.”

서울의 작은 광고회사에 다니는 김연중씨(33)는 사내 커플이다. 회사에서 만나 연애하고 결혼했다. 아직도 같은 회사에 다니는 김씨 부부는 결혼 전부터 꿈이 있었다. 10년 동안 맞벌이로 돈을 모아 세계를 한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나서 새로운 인생살이를 설계하기로 했단다.

꿈을 이루기 위해 김씨 부부는 절약하고 저축하는 일상을 살아간다. 그들에겐 내집보다 더 중요한 꿈인 것이다.

 

내 꿈을 위해 내집 마련은 미룬다

 

박연수씨(35) 부부는 미래를 위해 내집 마련은 조금 미뤄두고 있는 케이스다. 결혼 7년째를 맞은 박씨 부부는 슬하에 두 아이를 두고 있다. 지금은 30평대 아파트에서 전세로 산다. 2년전까지 맞벌이를 하면서 모아둔 자금도 적지 않아서 크게 무리하지 않아도 내집을 장만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에겐 다른 계획이 있다.

 

박씨는 고향인 대전 부근의 ‘물 맑고 산 좋은’ 곳에 땅을 조금씩 사들이고 있다.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보낼 곳이다. 정년 퇴직을 하면 이 곳에 외국영화에나 나옴직한 예쁜 카페를 열고 농사도 지으면서 50대 이후의 삶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평균수명이 80을 넘었죠? 제가 회사 생활을 할 수 있는 건 50대 중반 정도까지일 거예요. 어쩌면 정년이 늘어나서 그 이상으로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50대 이상 회사 생활을 한다는 건 회사로 보나 저 개인으로 보나 모두 마이너스일 수 있습니다. 그때쯤이면 아이들도 모두 컸을테고 50대부터 시작될 제2의 인생을 지금부터 준비하는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최선을 다해서 살면서 제2의 인생까지 준비하겠다는 게 박씨의 생각이다. 한번뿐인 인생인데 집 하나 장만하는데 노력과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는 않다고 그는 말했다. 회사 일도 열심이지만 틈틈이 바리스타 학원을 다니는 등 제2의 인생에도 대비하고 있다.

 

속된 말로 ‘집 장만에 목숨 걸던’ 시대는 지난 것 같다. 내 집을 갖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있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더 이상 내집 마련을 위해 허리 띠를 졸라매지 않는다. 하지만 꿈 보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내집 마련을 포기하거나 늦추고 있는 이들도 있다.

 

“지금 전세에 살고 있습니다만 당분간은 집 장만 생각은 하기 어려울 거 같습니다. 지금으로선 전세금 오르는 거 감당하는 것도 힘겨운 상황이네요. 집값이 바닥이어서 오른 전세값에 조금만 보태면 집을 살 수 있다고 하지만 그렇게 무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나중에 집값 오른다는 보장도 없고요. 괜히 무리했다간 억지로 산 집 날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강희구씨(33·회사원. 서울시 은평구)는 부모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았다. 혼자의 힘으로 전세집을 구해서 살고 있는 것만도 쉬운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프리랜서 라이터인 김모양(32, 경기도 일산시)은 남자 친구와 오피스텔에서 함께 산다.

“오피스텔은 작업공간이자 주거공간입니다.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적당한 작업공간이 필요했구요. 남자 친구 역시 마찬가지였죠. 서로 결혼할 여건도 안됐고 일도 해야 했기 때문에 오피스텔을 선택했습니다. 결혼은 생각하고 있지만 지금은 경제적으로 여건이 허락되지 않는군요. 결혼을 하게 돼도 내집 마련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당분간은 지금처럼 살아야겠죠.”

 

현실은 꿈을 좇는 이들보다는 ‘돈이 없어서’ 내집 마련이 어려운 이들이 대부분이다. 집값이 아무리 떨어져도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는, 주택시장 장기침체의 진짜 원인이다. 집을 사야 할 사람들에게 돈이 없으니 백약이 무효인 것이다.

대부분의 구성원이 20·30대의 젊은이들인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간단한 질문을 올려봤다.

“주택경기가 바닥이라고 하는 지금 집을 사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좀 더 기다려 볼까요?”

 

다양한 답변들이 나왔는데 대다수는 지금이 집을 사야 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 보다는 안정적인 임대생활이 가능한 방법을 찾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4·1 대책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4·1대책은 ‘하우스 푸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하우스 푸어’를 만들어내는, 이른바 ‘하우스 푸어 돌려막기’라는 비판도 나왔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가난하다. 부모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일부를 제외하면 내집 마련은 말 그대로 꿈일 뿐이다.

“언론에선 지금이 내집 마련 찬스라고 부추기고 있지만 과연 그럴까요? 따져볼 건 확실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집 장만을 하더라도 과도한 융자를 받는다면 위험부담이 커진다는 점도 생각해야 합니다. 앞으로 집값이 오를 것이니 대출을 좀 받아도 된다는 생각은 정말 위험합니다. 집값이 오를지 내릴지는 그야말로 며느리도 몰라요.”

 

집값 여전히 비싸 내집 마련 엄두도 못내

 

한때 내집 마련이 삶의 가장 큰 목표이고 희망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선남 선녀가 만나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세웠던 그 첫 목표가 내집 마련이었다. 기왕이면 아파트로. 아파트가 상종가를 칠 무렵이었다. 그 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우리들의 부모님은 그런 세월을 살았다.

 

“그 땐 그랬죠. 아파트 한 채 있으면 남 부러울 게 없었어요. 분양받자마자 집값이 배로 뛰었던 시대니까요.”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까지 아파트 붐이 일었던 그 때 부동산중개업을 했던 이호연씨(65.공인중개사)의 말이다.

어떻게 해서든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줄을 서야 했던 때. 아파트 한 채를 분양받는 것으로 단번에 서민에서 중산층으로 신분의 수직상승을 이룰 수 있었다.

 

아파트 시대는 그 후로도 오랫 동안 부침을 거듭하면서 이어져 왔다. 전국 방방곡곡 아파트가 없는 곳이 없다. 빈 땅엔 아파트가 들어섰고 그리하여 주택보급률 100%를 넘어선지 오래다. 즉, 수치로만 따지면 우리 국민 한 가구마다 한 채씩의 집이 돌아가고도 한참 남는 셈이다.

 

이쯤 되자 그동안 한껏 부풀어 올랐던 거품이 이제 사라지고 있다. 빚을 내서라도 아파트를 사두면 손해를 볼 일은 없었던, 호시절(?)은 가고 막차를 탄 불쌍한 ‘하우스 푸어’만 남았다. 아파트 시세는 바닥에 다다랐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

“월세에서 시작해서 아파트로 집 장만까지 했다는 부모님 세대의 무용담이야 많이 들어봤죠. 우리 집 손님들 가운데도 그런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지금 우리 세대에선 좀처럼 이룰 수 없는 신화 같은 이야기입니다.”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포장마차를 하고 있는 유모씨(39)는 집값은 여전히 비싸다고 말한다.

“지금도 월세에서 시작하는 부부들이 많고 그렇게 시작해서 전세로 옮기고 나중엔 내집 마련도 하고 말이죠. 하지만 그게 점점 더 힘들어집디다…집값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비싸요. 지금도 서울에서 25평짜리 아파트 하나 사려면 3억원 이상 줘야 해요. 3억이 어디 애들 장난입니까?”

 

지금 내집 마련을 하는 게 좋을까, 임대상태를 유지하는 게 좋을까에 대한 대답은 각자 다르다.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생활의 안정을 찾으려는 사람도 있을 터이고 어쩔 수 없이 임대생활을 이어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더 이상 내집 마련만이 정답은 아닌 시대가 됐다는 점일 것이다. 그래서 임대주택 제도와 정책은 주택정책에서 보다 큰 자리를 차지하지 않으면 안된다. 내집 마련으로만 몰아부쳐서는 안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임대주택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 민간건설업체들이 공급하는 민간임대주택이 있고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월세 주택들도 임대주택의 범주에 들어간다. 이들 임대주택이 적정하게 공급되고 관리돼야 서민들의 삶이 피폐해지지 않는다. 모두가 행복한 사회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행복주택은 정말 행복할까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 때 행복주택과 ‘돈 안드는 전세’를 뼈대로 하는 주택정책 공약을 내걸었다. 이 공약들이 이제 시험대에 섰다.

 

먼저 이른바 철도 부지 행복주택.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만가구 공급을 목표로 하는 행복주택은 ‘창조경제를 위해 지속가능한 도시의 창조적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이 콘셉트다. 말이 좀 어렵지만 아무튼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주민간 소통공간 확보 등을 통해 경제와 문화, 공공활동의 거점으로 개발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일단 2016년부터 입주를 시작할 계획인데 임대주택은 낡고 초라하다는 편견을 벗을 수 있도록 젊고 활력이 넘치는 공간으로 만들기로 했다. 공급물량의 60%를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대학생 등 사회적 활동이 왕성한 주거취약 계층에 우선 공급하며 재능기부가 가능한 예술가와 연구원 등에 입주 우선순위가 주어진다.

 

임대료 산정기준도 바꾼다. 기존의 건설원가를 기준으로 한 공급자 중심의 획일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입주자의 소득수준, 시장여건 등도 감안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것.

 

이밖에도 여러 가지 구상들이 있다. 다음의 네 항목이 그 핵심이다.

첫째 행복주택 단지는 도심재생의 큰 틀에서 주거시설뿐 아니라 호텔, 상가, 업무시설 등이 기능적으로 복합되도록 디자인하며 상가 내에는 중저가 비즈니스 호텔을 배치하고, 행복주택을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외국 관광객도 유치한다. 단지 내에는 소규모 재래시장도 활성화하고 이 장터에서는 지역특화 상품을 판매한다.

 

둘째 행복주택은 소통·문화·복지·공공생활의 장으로 조성한다. 철도부지 등에 새롭게 조성된 대지에는 쾌적한 공원과 함께 주민 문화공간 등을 만들고, 이를 개방해 인근 지역주민의 문화활동과 주민간의 화합과 소통의 공간으로 조성한다.

셋째 행복주택 단지와 철도역사를 연결하고, 단지 내에는 주민생활과 밀접한 동사무소, 파출소, 보건소 등 공공시설도 최대한 유치해 인근 지역주민들도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넷째 획일적인 주택건설 기준에서 벗어나 단지별 수요에 부합하도록 맞춤형 서비스 공간을 마련하고, 육아·교육·문화·여가 등 입주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고 선호하는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복지프로그램도 강화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자리·문화·복지·공공서비스 등 행복주택 입주민과 지역주민들의 진정한 주거행복 구현을 위해 새로운 창조와 융합의 시대에 맞춰 부처간 칸막이를 넘어서는 협업 시스템을 통해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행복한’ 플랜 외에도 매년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갈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서울시의 새로운 공공임대주택 정책

 

4월 중순 어느 날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남겼다.

“작년 서울의 한 임대아파트 단지에서 연속으로 6명이 자살했다는 충격적인 뉴스를 들었습니다. 저는 곧바로 임대아파트 단지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현장점검을 시작했습니다. 작년 9월 11일부터 13일까지 3일간 강동구 고덕 리엔파크, 청량리 한신아파트, 강서구 가양5단지 등을 돌면서 500여명의 주민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고 한 임대아파트에 1박하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 서울시의 각 부서와 SH공사 등은 함께 칸막이를 허물고 임대주택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에 몰두해 왔구요. TF팀을 구성해 관련 전문가와 마을활동가, 사회복지사, 관련 단체 등 연 200여명이 제시한 다양한 의견을 분석 검토하는 20여 차례 논의 과정도 거쳤습니다.”

 

박원순식 의견 수렴의 과정을 거쳐 4월11일 서울시가 발표한 것이 ‘공공임대주택 종합개선대책’이다. 이 대책은 주택 공급의 측면에서만 접근했던 임대주택 제도를 주거복지 공동체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했다는 데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박시장은 “그간 임대주택에 대해서는 사안별로 개별적인 접근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왔으나, 주거복지 공동체구현이라는 비전 속에 ‘더불어 사는 임대아파트, 따뜻한 정을 나누는 공동체 아파트 형성’이라는 추진 목표를 가지고 2014년까지 대책을 구체화해 서울의 임대아파트를 ‘살고 싶은 복지공동체’로 만들어 가겠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정책 몇가지를 보자. 먼저 SH가 독점해온 임대주택 관리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다세대 등 일부 단지는 입주민의 관리참여를 확대한다. 임대료를 영구임대단지의 임대료 차액의 20%를 감면하며, 잡수입 활용, 통합경비실 운영 등으로 관리비도 최대 30% 인하한다.

 

또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운 독거 어르신에게 한 끼 무료급식 제공, 장애인 보장구 수리센터 확충 등 체감형 지원을 늘린다. 기초수급권자인 세대주 사망 등 입주자격 상실로 퇴거위기에 놓인 가구에 대해서도 명의상속 또는 다른 임대주택으로의 이주를 지원한다.

같은 임대주택이라 하더라도 수급자, 장애인 등 저소득 취약계층으로 입주자격을 한정해 임대주택의 노령화, 슬럼화를 불러왔던 영구임대주택에 신혼부부, 세 자녀 가구 등 젊은 세대 입주가 가능하도록 개선한다. 즉, ‘영구임대주택 거주=저소득 취약계층 전용’ 이라는 등식을 깨고,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자연스럽게 한 단지 내에서 서로 어울려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진정한 소셜 믹스를 추진한다.

 

특히, 임대단지 주민 개개인의 형편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알 수 있는 지역주민, 통반장, 주거복지사, 주민활동가 등을 ‘정신건강지킴이’와 ‘나눔이웃’ 주민밀착 모니터링 인력으로 양성, 전문기관과 연계해 주는 중간다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영구임대주택단지 내 비어있는 상가를 시범 선정해 공공성이 있는 사회적 기업에 관리권을 위탁하거나 주민서비스 제공을 위한 거점이나 주민 커뮤니티 시설로 활용, 직거래장터 등 마을 기업을 입주케 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한다. 사실상 방치된 유휴공간을 활용해 작은 도서관, 마을 공동부엌, 북카페 등 주민들이 원하는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도 조성한다.

 

박시장은 이같은 대책들을 들어 “이제 임대아파트 단지가 자생력을 지닌 복지공동체를 이뤄 나가는 첫 발걸음을 시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의 행복주택 프로젝트와 박원순의 서울시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앞으로의 임대주택 정책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물론 모두 훌륭하게 성공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목돈 안드는 전세가 가능할까

 

행복주택이든 임대주택이든, 앞으로 임대주택의 공급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임대주택 입주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보다 전월세 입주자들의 비중이 훨씬 크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매년 정신없이 뛰는 전세값 오름세를 억제하고 집 주인의 횡포로 부터 세입자를 보호하는 등 전월세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선결과제라는 지적이 많다.

 

그런 맥락에서 제시됐던 박 대통령의 대표적 공약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가 그 실효성을 의심받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이나 야당뿐 아니라 여권에서도 회의론이 많다. 무엇보다도 부동산 시장 정서와 오래 동안 지속돼온 관습상 유명무실한 정책이 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정부의 4·1 부동산 종합대책의 하나로 제시된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는 전세보증금 3억원 이하의 주택의 경우 집주인이 본인 주택을 담보로 3000만~5000만원의 보증금을 대출받으면 이자만 임차인이 부담하는 방법. 무주택 서민의 전세자금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대책이다. 대신 집주인에겐 담보대출 이자 납입액의 40%를 소득공제하고, 이자소득비율(DTI)을 금융회사 자율로 적용하며 담보인정비율(LTV)도 70%까지 완화해주도록 했다.

 

4월 11일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당정 회의에서 새누리당 국토위 소속 김태흠 의원은 “집주인과 세입자를 위해서 아무리 좋은 정책 설계를 해놨다고 해도 그 정책을 활용하겠다는 사람들이 없으면 허사”라며 “그런 차원에서 우리 정서상 자기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세입자에게 빌려주는 집주인이 없는 만큼, 집주인을 정책 대상으로 유인하기 위한 보완책 마련과 홍보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세입자를 위해 자신의 집을 담보로 내놓고 대출을 받아줄 수 있는 집 주인이 과연 있을지 모르겠다는게 세간의 반응이다.

이같은 지적을 의식해 정부는 ‘목돈 안 드는 전세’ 제도 가운데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증서를 활용해 연 4% 초반대의 전세자금 대출상품을 출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집 주인에게 담보대출해 주는 방식이 아니라 세입자가 보증금 반환청구권을 은행 등 금융기관에 넘기고 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마련하는 방식. 일반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보다 약 2%포인트 저렴한 수준이다.

 

은행은 보증금 반환청구권이 있기 때문에 일반 전세금 대출보다 금리를 낮출 여지가 생기는데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서까지 더해지면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수 있게 되는 것.

 

국토부 관계자는 “은행이 보증금 반환청구권을 양도받은 경우 우선변제권을 갖도록 하는 내용으로 상반기 중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할 계획”이라며 “법 개정 시점에 구체적인 상품 안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제도의 대상은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 전세금 3억원 이하(지방 2억원 이하) 주택이다. 임차인이 금융기관에 대출금의 120% 내에서 보증금 반환채권을 양도하면 금융기관은 임대차 계약서에 전세금 대출 및 보증금 반환채권 양도사실을 특약으로 기재하고 돈을 빌려준다. 주택금융공사는 보증료를 받고 보증서를 발급하고 세입자가 대출금을 갚지 않으면 대신 갚는 구조다.

 

이와 함께 금융위원회는 전세금 급등에 따른 대출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현재 최고 1억5000만원인 주택금융공사의 전세자금 보증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전세자금 보증은 무주택 서민이 별도의 담보나 연대보증 없이 은행에서 전세금을 빌릴 수 있도록 주택금융공사가 신용보증을 해주는 제도다. 개인별로 연간 소득의 2.5배 범위 내에서 최대 1억5000만원까지 보증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이용자들은 보증금액의 연 0.2~0.6%를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상환능력별 보증한도를 확대하는 방안도 같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흔히들 집은 ‘사람의 삶을 담는 그릇’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또는 자신의 가족의 삶을 담는 그릇이 없는 사람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내 그릇이든, 남의 것을 빌린 것이든 사람은 누구에게나 자신의 삶을 담을 그릇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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