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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기획집단 마누파쿰]
스타일보다 본질에 충실한 가구 제품보다 관계에 집중하는 집단

지난 2월에 론칭한 브랜드 마누파쿰(manufakum)은 독일어 ‘만들다’와 ‘어울리다’를 합성해 만든 이름이다. 합판으로 잘 만든 재밌는 가구 파브릭(fabric)으로 등장하자마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가구 만드는 곳은 아니란다. 물건도 만들지만 관계도 만든다는 그들은 스스로 라이프스타일 기획집단이라 부른다. 그들의 작업 이야기를 들어봤다.

취재 백상월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촬영협조 마누파쿰 www.manufak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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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박상현, 이한영, 박재문 씨

 

 

 디자인, 제작, 브랜딩’ 3박자를 갖추다

 ‘만들다+어울리다+어우러지다’라는 의미의 마누파쿰(manufakum). ‘물건을 만들고, 관계를 만들고, 좋은 만남과 생각들을 만들고, 모두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자 하는 라이프스타일 기획집단이다. 지난 2월 열렸던 2013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가장 크게 주목 받으며 브랜드를 론칭했다. 본격적인 활동의 신호탄으로 가구브랜드 ‘fabric’을 처음 선보였는데, 벌써부터 반응이 심상치 않다.

 

마누파쿰은 가구를 디자인하는 박상현, 제품 제작을 총괄하고 있는 이한영, 브랜딩과 프로모션을 담당하는 박재문, 세 사람이 모여 만든 집단이다. 각자 별도의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마누파쿰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그들은 30대의 뜨거운 청춘들이다. 7~8년 전 밀라노와 도쿄 등지의 해외 전시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된 세 사람은 종종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게 됐다. 그리고 2년 전, 제대로 된 디자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해서 오늘에 이르게 됐다. 남자 셋이 모인 탓에 때때로 기존 가구브랜드 까레 클린트와 비교되기도 하지만, 그들은 당당하게 말한다. 마누파쿰에게 가구는 시작일 뿐이라고.

 



“디자이너들이 전시를 통해 브랜드를 알리는 구조에서 저희들은 1.5세대 정도 된다고 생각해요. 아마 10년이 채 안된 것 같은데, 이쯤 되면 규모든 개인 역량이든 키워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해요. 그런데 그게 안 되고 소리 없이 사라지거나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회사생활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결국 프로모션 이후 5년 안팎으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죠. 저희도 그 시점이 왔었고, 할까 말까 보다는 어떻게 해야 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중요한 건 수익모델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는 데 세 사람 모두 공감했고, 우리가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확장하기 위해 브랜드 ‘마누파쿰’을 만들게 됐죠. 가구와 같은 제품은 그 시작이고,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 교류와 공유를 위한 워크샵 및 세미나 정도가 현재 계획된 작업입니다.”

 

 



 

 

fabric, 가구는 결국 가야할 방향으로 진화한다!

가구 브랜드 ‘fabric’은 ‘standard, usability, unexpectedness(표준, 유용성, 의외성)’라는 마누파쿰의 기준을 처음으로 실체화한 결과물이다. 이번에 선보인 제품들은 소파와 테이블, 수납장과 책장, 침대와 콘솔 등의 가구다. ‘물건이 놓일 다양한 공간, 물건의 크기와 그에 따른 용도 및 모양, 여러 가지 쓰임새와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탐구’를 이슈로 설정하고 진행했다.

 

수많은 샘플링을 거쳐 완성된 가구들(fabric)은 여전히 작업 중이다. 물론 현재 판매되고 있는 완성품이지만 구체적인 피드백을 통해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것. 한 예로, fabric의 제품 중 하나인 3면 거울을 사용하던 여성 소비자가 ‘한 면은 6배정도 확대되는 거울이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전달한 적이 있다. 디자이너 입장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실사용자의 입장에서 제시된 너무나도 명확한 요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대경은 라운딩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기술적 한계에 부딪혀 아직 반영하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실현될 것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 제품이 가야할 방향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fabric을 포함한 마누파쿰의 모든 제품, 나아가 모든 작업은 결국 가야할 길을 찾아가는 과정인 셈이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제품을 만드는 모든 사람들이 피드백을 거쳐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마누파쿰은 작업과정 자체와 그 안에서 발생하는 관계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그것을 이 집단의 지향점으로 삼아 제품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의 관계를 중심으로 만남과 관계를 만드는 데까지 확장시키고자 한다. 세 사람의 작업이 가구를 넘어서서 진정한 의미를 갖는 지점은 ‘제품을 만들고 사람과 어울려서 생활로 어우러진다’는 데 있다.

 

“fabric 제품을 만들 때도 그렇고 일단 시도해보면서 수없이 시행착오를 거치는 편입니다. 당연히 비용도 시간도 많이 들지만 성공하는 순간 그것은 최선의 방법이 되니까요. 게다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야기가 많아지니까 소비자들의 웬만한 질문에는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게 되죠.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봤기 때문에 ‘이건 이렇고 저건 이렇게 하면 된다’고 대응할 수 있어요. 그래서 fabric 제품 중에 양산할 수 있는 건 아직 60~70%정도밖에 안 돼요. 나머지는 각 제품이 가야할 길을 향해 끊임없이 수정되면서 진화하고 있습니다.”

 

 


 

 

합판으로 잘 만든, 본질에 충실한 가구

목재로 된 fabric의 전 제품은 합판을 사용했다. 일반적으로 원목을 사용한 제품은 고가의 좋은 제품이고, 합판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면 저가의 물건이나 뭔가 속이는 형태의 제품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하지만 마누파쿰은 이에 대해 그들만의 목소리를 낸다. 합판은 원목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소재일 뿐이며, 본래의 장점과 용도로 잘 활용하면 얼마든지 좋은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합판 역시 가야할 방향이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fabric은 합판을 얇게 썰고 세워서 다시 붙이는 형태로 만든 가구다.

 

현재 목재를 중심으로 한 가구 및 디자인 작업들은 여러 분야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디자이너들이 만들고 있는 제품들의 수준은 전반적으로 상당히 높고, 일정 궤도까지 이르는 일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결국 독특한 디자인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는 것인데, 마누파쿰은 제품 하나하나 재료의 특성을 살려 다양한 형태로 재밌게 만들어보고 싶었다.

 

가구시장은 큰 기업들이 만든 흐름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누군가는 해야 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마누파쿰의 생각이다. 빈티지, 모던, 내추럴스타일 등 눈에 보이는 디자인이 아니라 제품의 본질 자체에 충실한 가구 말이다. 그래서 fabric을 특정한 스타일이라고 규정짓지 않았다. 어디에나 잘 어울리고 기존 가구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디자인이며, 단지 어디에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를 알고 정확하게 파악해야 살 수 있는 가구다.

 

“감각적인 디자인은 기본이고, 더 나아가 fabric은 기능과 용도에 집중한 가구입니다. 전시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Ply Brick Stuck’은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한 개로는 벤치, 여러 개를 쌓으면 장식장, 벽에 기대서 세우면 책꽂이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요. ㄷ자 형태의 ‘Ply Side Table’ 역시 소파 옆에 두었다가 탁자나 의자로 사용할 수도 있고, 침대 옆에 끼워뒀다가 책이나 간단한 음식을 놓는 테이블로 쓸 수도 있어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고요.”

 

마누파쿰이 전시에서 선보인 것은 fabric뿐만이 아니다. 일본 세라믹브랜드인 224 Porcelain의 소품과 금속공예가 김동해 씨가 제작한 브로치 등도 있었다. 이 제품들은 마누파쿰의 작업 중 하나인 ‘관계 만들기’의 일환이다. 224 Porcelain의 경우 마누파쿰이 직수입해서 유일하게 국내에 판매하고 있으며, 김동해 작가와는 협업을 통해 아트웍을 제작한 것이다. 또한 전시에서 만나 관계를 맺은 다른 브랜드 및 작가들과도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fabric으로 신호탄을 쏜 이들은 계획대로 차츰차츰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마누파쿰 이름을 단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해외 진출까지 구상하고 있다는 그들의 m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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