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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형 주택 하우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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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PH인증 획득한 국내 첫 살림집을 가다]
에코 실버라이프를 실현한 패시브하우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독일의 패시브하우스 주거부분 인증(PH)을 획득한 살림집이 등장했다. 서울 방배동 남태령전원마을에 위치한 김성훈(건국대 화학과 교수)·장수연(인하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부부의 집이 그곳이다. 부부의 집은 노년의 삶을 고려해 베리어프리(barrierfree) 디자인까지 접목한 패시브하우스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1 지난해 10월 독일패시브하우스협회로부터 받은 패시브하우스 인증서. 부부는 이 집의 이름을 ‘Eco home ’이라고 명기했다. 2 배치도

 

“집 골조 세우고 열화상카메라를 이용해 기밀성 테스트를 했어요. 긴장된 순간이었죠. 테스트 끝나자마자 참가자들 모두 박수를 쳤어요. 온통 푸른색이었거든요. 1년 살고 난 후 열화상 사진을 다시 찍었는데도 마찬가지였어요. 열이 새어나가는 틈 하나, 점 하나가 없더군요.”

 

김성훈·장수연 부부의 집은 단열재 두께만 250mm에 이른다. 벽체두께가 일반주택의 두배 수준이다. 고기능성 3중 로이유리로 만들어진 창호에, 벽은 안팎으로 단열재를 뒤집어쓰고 있다. 대신 전열교환기가 탁해진 내부공기와 신선한 외부공기를 교체하는 허파 역할을 해준다. 창과 전열교환기가 있다 뿐이지, 실상은 보온병 같은 집이다. 증명이라도하듯, 지난 겨울 영하 15도의 혹독한 추위에도 창호엔 결로가 일체 보이지 않았다.

 

부부의 집은 지난해 10월30일 독일 패시브하우스협회(PHI, Passive House Institute)에서 인증하는 ‘패시브하우스(PH)’ 주거 부문 인증을 받았다. 이미 PH 인증을 받은 공동주택 노인정과 샘플하우스가 있긴 하지만, 24시간 사람이 거주하는 살림집이자 개인주택으로서는 국내 최초다. 독일의 패시브하우스 인증은 까다롭기로 유명해서 더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독일 패시브하우스협회는 사용면적당 연간 요구에너지량이 15KW/㎡(약 1.5리터)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패시브하우스 직접 살아보니, 건강한 에코홈이다

부부가 집 지을 때 요구한 것은 딱 두 가지다. 나이 들거나 몸이 불편해져도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베리어프리(무장애)공간과 패시브하우스의 성능을 만족하는 집을 지어달라는 것이었다.

 

 “말로만 듣던 1.5리터 주택에 살아보니, 패시브하우스를 왜 지어야 하는지 느끼겠더군요. 흔히 패시브하우스라고 하면 에너지만 아끼는 집이라고 생각하기 쉽지요. 하지만, 동시에 건강주택이라는 걸 체감하고 있습니다. 첫날밤 자고 일어나니, 딱 숲속 펜션에서 깨어난 느낌이었답니다.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밤새 잠을 설치던 아내의 증상도 어느새 깨끗이 사라졌고요. 한마디로, 패시브하우스는 열과 수분을 관리하고 공기까지 필터링해주는 에코홈입니다.”

 

 부부가 체험한 패시브하우스는 삶의 질이나 건강 면에서도 좋은 집이었다. 문을 열어 환기하지 않아도 24시간 깨끗하게 유지되는 공기질 덕이 크다고 여긴다. 전열교환기는 봄철 황사까지도 여과한 공기를 집안으로 들여보내주기 때문. 실시간 실내 CO2 모니터링 결과는 항상 ‘GOOD’이다. 여기에, 바닥과 벽 천장 구분 없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실내온도와 하루 종일 집안으로 들이치는 햇살, 집안 어디서나 조망되는 창밖의 아름다운 경관은 부부의 컨디션을 한결 좋게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 횡단면도



▲ 스킵플로어 형태로 단차를 두어 구성한 1층공간. 주차장으로 인해 높아진 1층 부분에 햇살 좋은 제2의 거실을 조성했다. 가족들의 스터디룸으로 활용된다.


“처음부터 독일식 패시브하우스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했다면, 남향 위주의 밀폐된 집 모양이 됐을 거예요. 우리는 방식을 좀 달리했죠. 먼저 필요한 살림집을 디자인하고, 나중에 패시브하우스가 요구하는 조건을 적용해 수정하거나 상쇄시키는 방법을 쓴 거죠.”

 

 부부의 집은 독일 패시브하우스의 정형화된 틀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다. 정남향을 고집하고 않고 동향으로도 큰 창을 내어 주변 경관을 적극적으로 차용한 점, 실내로 들어서면 패시브하우스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개방감이 넘치는 점이 의외다. 2층까지 오픈한 복층거실과 라운지처럼 개방된 2층 복도까지 갖췄다. 그러면서도 인증을 통과할 수 있었던 비결이 앞서 말한 전략에 있었다.

 

 애초 패시브하우스를 짓겠다는 목표가 분명했던 만큼 집의 계획부터 시공, 인증을 받는데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한 점도 큰 도움이 됐다. 계획 및 설계는 건원건축에서 친환경사업실을 이끌고 있는 임수현 소장이, 시공은 선이인터내셔널이 진행했고, 패시브하우스 인증을 받기 위해 패시브하우스디자인연구소 이필렬 대표의 자문도 받았다. 총괄매니지먼트는 건국대 건축학과 박현수 교수가 맡았다.

 



▲ 1층 평면도



▲ 남동쪽으로 배치한 주택. 2층 오픈형 거실을 만들고 햇살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구조다.

 

 

패시브하우스는 비싸다? ‘선택과 집중’으로 해결했다

그렇다면, 1.5리터하우스를 실현한 부부의 집은 얼마에 지었을까.

“우리집 골조와 기본 벽마감까지 든 비용은 3.3㎡ 기준으로 550만원이에요. 마루재와 드레스룸의 가구, 부엌가구, 욕실은 아내의 취향껏 따로 선택했죠. 이렇게 얘기하면, 많은 분들이 패시브하우스는 비용이 매우 크게 들어간다고 말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게 우리 생각입니다.”

 

부부의 집은 박스형을 탈피하고 스킵플로어로 내부를 구성하고 큰 창을 내는 등 특별한 공간을 추구하면서 골조비용이 상승한 부분이 없지 않다. 그렇다고 해도 집의 가치 대비 높은 가격은 아니라는 게 부부의 설명이다.

 


빌트인가전으로 깔끔하게 디자인한 부엌. 북쪽창은 최소화한 것이 보인다.




?▲ 2층 평면도



▲ 2층에서도 개방감있는 전망을 누릴 수 있다.


“주택 공사비를 평당 얼마의 잣대로만 따지려는 풍토가 문제예요. 우선 자신이 짓고 싶은 집의 견적을 내본 후,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비용을 조절해 해나가는 방식이 맞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꼭 써야할 곳에만 비용을 쓴다면 패시브하우스의 건축비도 합리적 대안을 찾아나갈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평생을 학자로 살아온 부부는 집을 적극적으로 공개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살아보니 좋아서 권하고 싶어졌다. 또, 집을 지으며 직접 부딪쳐보니, 에너지주택에 대한 정부의 이상은 높은데 정작 사는 사람 입장에서 만족할 수 있는 그린홈 보급정책이 없는 게 안타까웠다.

 

“우리도 초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만큼, 패시브하우스 같은 에코홈이 더욱 필요해요. 정책적으로 지원도 하고 가격도 실용화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패시브하우스에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plus page

무장애공간 ‘베리어프리’ 디자인 어디에?

 


▲ 장애인용 화장실 1층에는 접근하면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화장실이 있다. 휠체어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과 안전기기들이 설치되어 있다.



1 휠체어 진입로 경사진 지형으로 인해 생긴 진입로.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폭의 경사로를 마련했다.

2 문턱 없애기 집안의 모든 문턱을 없앴다. 특히 노모가 머무는 1층공간의 방에는 미닫이문을 설치해 이동이 쉽다.


 

『패시브하우스의 핵심은 이런 것』

 


①폐열회수 환기장치

패시브하우스의 핵심은 새어나가는 열을 막는 것. 따라서 창을 열어 환기하는 방식은 열손실이 많기 때문에 전열교환기를 설치해 내외부 공기를 순환시킨다. 방방마다 공조된 공기를 실내로 공급하는 디퓨저가 설치되어 있다. 전열교환기는 들고 날때의 폐열을 회수하고, 오염된 공기를 정화한다.

 

②고단열 벽체와 3중유리창+기밀시공

내외부의 이중단열로 단열성능이 뛰어난 두툼한 벽체가 완성됐다. 여기에 고기능성 3중 로이유리 시스템을 도입해 결로를 방지하고 있다. 외벽과 관통하는 창호 주변 등의 기밀시공과 열교차단 시공 역시 패시브하우스의 기본요소다.

 

합리적인 향 배치

열 성능을 향상시키고 자연채광을 극대화해 에너지 소비량을 절감하고 쾌적한 실내환경을 제공하는 친환경 디자인 개념을 도입했다. 경관을 위해 북쪽 창을 크게 만드는 대신 동쪽 창을 크게 해서 상쇄하는 방식으로 전체적인 에너지효율을 독일의 패시브하우스 수준으로 맞췄다.

 

전동식 외부 블라인드

창호 외부에 설치한 전동 블라인드는 여름철 냉방부하를 줄여주는 아이템이다. 남쪽과 동쪽의 큰 창에 설치해 여름철 햇빛을 차단한다. 이 주택의 경우 지난해 한여름 한달간 전기세가 평균 4만원에 불과했는데, 외부블라인드를 사용한 덕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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