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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하우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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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저널 산증인⑦코어핸즈 김부곤 대표]
서구적 주거공간에 한국적 삶을 디자인하다

아파트에 인테리어 개념이 적용된 시점부터 그 궤를 같이 해온 디자이너, 김부곤 코어핸즈 대표. 미래주택관 설계부터 한국적 공간 도입까지 2000년을 전후로 그가 남긴 디자인들은 현재 아파트에 일반적 모습이 됐다. 당시 파격적이었던 인테리어는 시대를 앞서가며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아파트 인테리어의 산증인과도 같은 코어핸즈 김부곤 대표에게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취재 백상월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1 김부곤 코어핸즈 대표

2 1994년에 디자인한 대우건설 미래주택관 휴먼스페이스


우리나라 공동주택 인테리어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가져온 인물, 그는 코어핸즈 김부곤 대표다. 2000년을 전후로 평면특화에 주력했던 아파트 설계와 그의 작업은 동일선상에 있다. 1994년 대우건설 미래주택관 현상설계에 당선되면서 그의 디자인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국내 최초의 미래주택관이었기 때문에 오롯이 김 대표의 디자인에 의존해야 했다. 1995년에 문을 열자마자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등 대히트를 쳤고, 김 대표 역시 유명세를 타며 수많은 아파트 인테리어 작업을 맡게 됐다.

 

“1990년대만 해도 인테리어를 디스플레이로 여기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예쁜 벽지를 바르고 비싼 가구를 놓는 정도의 작업, 그저 돈 많은 사람들이 부리는 허영 같은 것이었죠. 그러다가 삶의 질을 논하게 된 시점, 그러니까 소득 수준이 높아져 먹고 사는 것 이상의 가치가 중요해지면서 인테리어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김 대표는 대우건설의 미래주택관 ‘휴먼스페이스’를 통해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미래형 주거공간을 시대별로 제시했다. 중앙집중식 공조시스템(2000년 미래형), 트랜스포머 가구를 적용한 원룸형 아파트(2005년), 대형평형에 배치한 3세대 주택(2010년), 영상대화 시스템과 에어 샤워실을 갖춘 첨단주택(2030년)을 비롯해 캡슐하우스와 지문인식도어, 신소재 벽체 등은 영화에서나 볼 법한 요소로 평가됐다. 그리고 2013년 현재, 김 대표가 제안한 미래주택은 현실이 됐다. 20여년 전 그가 디자인한 것은 벽지와 가구가 아니라 삶의 공간 그 자체였다.  


1994년에 2030년 미래주택을 설계한 디자이너

 

2005년에 디자인한 코오롱건설 울산 파크폴리스

 

김부곤 대표의 아파트 인테리어는 시대를 앞서나가는 것으로 유명했다. 1998년에 철골조 아파트인 동아건설의 솔레시티의 모델하우스를 디자인한 그는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내부공간에 문턱을 없애고 현관이라는 공간을 도입한 것이다. 또한 주방을 남향에 두고 거실과 연계시킨 LDK구조를 선보였다. 당시에는 저항도 심했다. 하지만 주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하면서 이제는 어느 아파트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구조로 자리 잡았다. 항상 앞서나가고자 노력하는 그의 뚝심이 인정받은 셈이다.

 

“전통적으로 부엌은 빛도 잘 들지 않고 가장 구석진 곳에 위치했죠. 음식이 상하지 않아야 했고, 부엌일은 허드렛일이라는 인식 때문인데, 세상이 변하고 기술이 발전하면 주방의 역할과 위상 또한 변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저는 남들보다 이러한 변화를 조금 더 일찍 읽고 인테리어에 적용했던 것입니다. 공간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삶이 디자인의 중심이 돼야 가능한 디자인이죠. 아파트는 1~2년 쓰다 바꿀 수 있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미래를 내다보는 눈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수많은 작업 중에서도 본인의 대표작으로 꼽는 것은 2005년 코오롱건설에서 지은 파크폴리스다. 김 대표는 이 작업에서 서구적 삶의 공간인 아파트에 한국적 삶의 공간을 실현시켜 큰 주목을 받았다. 외형은 콘크리트 구조물의 아파트이지만 우리의 전통적 공간이 주는 여유와 멋을 담고자 툇마루를 연상시키는 구조 및 한지와 목재 등 한국적인 요소를 적용한 것이다. 비록 아파트가 서구적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구성된 공간이라 할지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본질적 삶과 정서 자체는 아직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인테리어가 통한 것이다. 미래주택관 설계부터 이어온 그의 혜안은 한국식 아파트 문화를 만드는 데까지 닿아 있다.

 

아파트 상품성의 가장 큰 변수는 인테리어

 

그의 손을 거친 아파트는 요샛말로 ‘완판’되면서 연이은 분양 히트를 쳤다. 아파트를 상품이라고 봤을 때, 인테리어가 상품성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단언컨대 김 대표는 인테리어가 가장 큰 변수라고 말한다. 아파트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입지, 조망, 가격 순서인데, 이것들은 이미 정해져버린 상수라 변화의 여지가 거의 없다. 그리고 인테리어, 가치 순서로 따지면 마지막에 가깝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가장 큰 변수라는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투자보다 실거주 목적이 강해지고, 디자인이 상품의 가치를 만드는 시대에서는 아파트 상품성에 있어 인테리어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아파트 상품성에 영향을 미치는 인테리어란 예쁜 것 이상으로 얼마만큼 실용적이냐의 문제입니다. 제가 인테리어한 아파트들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죠. 디자인의 가치는 반 이상이 기능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실용적 기능과 한국적 삶의 방식을 얼마나 잘 조화시키느냐가 중요할 것입니다.”

 

김부곤 대표는 오래전부터 철학과 정서, 자연과 여백을 중요시하는 한국적(동양적) 디자인을 추구해왔다. 최근 대세로 자리 잡은 힐링 인테리어의 유행 역시 일찌감치 내다본 셈이다. 나아가 이러한 디자인과 실용성을 잘 조화시킨다면 아파트에서의 삶의 만족도도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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