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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저널 산증인⑤그룹·한 박명권 대표]
아파트 조경 지속가능 그린인프라로 간다

(주)그룹한의 박명권 대표는 90년대 중반 이후 가속화된 아파트 조경 발전사의 산증인이다. 그는 지난 20년간 국내 최대 규모의 조경설계사무소를 운영하며 우리나라 공동주택 단지의 외부환경디자인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왔다. 최근엔 한국그린인프라연구소를 발족하고 빗물관리시스템 개발을 시작했다. 그의 전망대로, 머지않아 아파트조경은 기후변화에 대비한 그린인프라 구축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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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명권 그룹·한 대표

2 2011년 세계조경가대회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한 일산자이위시티. 2007년 양주자이에 이은 두번째 대상이다.

 

대한민국 아파트 조경은 특수하다. 지구상에서 우리처럼 아파트 조경이 활성화되어 있는 나라를 찾아보기 힘들다. 고밀도의 주거공간을 개발하는 나라가 좀처럼 없기 때문이다. 아파트 조경은 신도시 개발과 IMF이후 건설사들의 분양마케팅 전략이 맞물려 우리 실정에 맞는 특화를 거쳐 토착화됐다. 90년대 중반 이후 불붙기 시작한 아파트 조경, 그 현장에는 언제나 그룹한의 박명권 대표가 자리하고 있었다.

 

“격세지감을 느끼죠. 제가 일을 시작할 즈음만 해도 조경을 ‘화장’ 정도로 인식했어요. 지금은 어떤가요. 조경을 도시와 주거단지의 골격이 되는 그린인프라로 인식하고 있어요. 앞으로 이러한 경향은 더 확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대 조경학과 86학번인 박 대표는 4학년 재학시절인 91년부터 조경설계업에 뛰어들었다. “학교에서 배우는 조경은 광의의 범위여서, 국내 현실에서는 써먹을 곳이 없었다”는 이유로, 일찍이 조경설계회사에 들어가 실무를 익혔다.

 

그룹·한을 설립한 것은 94년. 이후 박 대표는 아파트 조경설계 분야에서 시기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트렌드를 이끌어왔다. 90년대말 설계한 용인수지1차 LG빌리지는 아파트 조경의 개념을 바꿔놓은 획기적인 단지였다. 단지의 가운데 한 동을 과감히 들어내고 테마공원을 실현한 최초의 사례로 기록된다.

 

양으로 승부를 걸던 공원아파트에서 친환경아파트 트렌드를 이끈 이도 그였다. 2003년 5월 입주한 ‘신도림 4차 대림 e-편한세상’은 풍부한 녹지와 함께 단지 내 실개천과 연못을 갖춘 생태환경을 자랑하며 분양과 시세에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 명품아파트의 가치를 외부공간의 환경으로 돌려놓은 대표적 사례다.

 

“지상을 공원화하는 작업이 이뤄지면서 조경 면적이 양적으로 엄청나게 늘어났어요. 이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 줄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 것인데요. 처음엔 식재로 시작한 것이, 점차 휴게공간으로, 생태적인 조경공간으로, 주민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발전을 거듭해온 것이죠.”

 

지난 20년간 박 대표가 조경설계한 아파트단지는 2000여곳에 이른다. 많았던 해엔 300개 단지를 설계했을 정도다. 그동안 선정된 살기좋은 아파트 대상 수상작의 조경설계에는 어김없이 그룹한의 이름이 올라있다.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조경상도 거머쥐었다.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지구에 입주한 일산자이위시티가 2011년, 양주 자이가 2007년, 각각 세계조경가대회에서 대상을 두 차례나 수상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20년 사이 소비자들의 의식이 크게 변했습니다. 과거엔 아파트 내부에만 관심을 쏟았는데, 지금은 외부공간의 수준을 경제적 가치로 인정하고 있어요. 실내공간은 살면서 스스로 바꿀 수 있는데, 조경은 초기에 만들어 놓은 것을 쉽사리 바꾸지 못하니까요.”

 


자연과 공동체문화로 상징되는 우리나라 주거문화의 가치를 조경에 접목한 방배2-2지구 현대홈타운 후정의 모습이다.


 아파트 조경도 기후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아파트 조경, 앞으로의 20년은 어떠할까. 박 대표가 내다보는 아파트 조경의 미래는 분명했다. 지구에 몰아닥친 기후변화라는 중차대한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 이 문제에서 주거단지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앞으로는 스스로 작동하고 기후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아파트 조경이 가치를 지니게 될 것입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세계 조경계의 화두는 빗물관리다. 광화문 사거리가 폭우에 잠길 정도로 우리나라도 빗물관리문제에 직면해 있다. 도심지에서 우수관리를 위한 핵심거점으로서의 녹지가 매우 중요해지면서, 녹지대를 빗물정원으로 만들고 옥상녹화 등을 통해 생태적으로 유지시키는 조경기술이 각광받는다는 얘기다.

 

이미 국내 아파트 조경에도 생태적 요소가 다수 도입되어 있다. 생태연못, 실개천, 옥상녹화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파편적 기술’이라는 게 문제다.

 

“그동안 생태조경이라고 하면 단순히 옥상녹화를 하고 생태연못 하나만 만들어 효과를 내는 식이었죠. 그것은 자연의 전체적인 시스템에서 보자면 파편적인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문제는 순환인데요. 먹이사슬처럼 자연이 순환하는 시스템을 단지 안에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문제는 국내 기술이 없다는 것입니다.”

 

박 대표는 기술 개발에도 직접 나서기로 했다. 단편적으로 접근했던 생태조경을 반성하고 아파트 조경을 하나의 자연시스템처럼 구축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그린인프라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빗물관련 소재를 국내 기술로 개발하고 그린인프라를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다.

 

“과거 조경이 미학과 감성에 치우쳤다면, 지금의 조경은 과학적인 수치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조경이 단지 내 빗물유출량을 저감하고 CO2를 절감하며 생물종다양성을 높이고 열섬현상을 낮추는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 그 효과를 증명해 보일 수 있어야 하는 것이죠. 앞으로는 아파트 조경 자체가 도시의 그린인프라가 되어야 합니다.”

 

박 대표는 정부가 나서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조경 과제로, 주거단지 내 빗물우수활용에 관한 제도 마련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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