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구독신청 광고문의
  • 주택저널 E-BOOK
  • 광고 배너1
  • 광고 배너1
  • 광고 배너1
  • 광고 배너1
수익형 주택 하우징
·Home > 부동산 > 부동산이슈
[]
층간소음분쟁 주민들이 양보하는 지혜로 대처해야

최근 층간소음에 따른 분쟁이 문제가 되면서 정부는 층간 바닥두께를 보강토록 하는 방안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생활실태나 공학적으로 볼 때 이는 자칫 불필요한 건설비용만 늘리는 결과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이미 건설된 주택에서의 소음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최근 불거진 소음 문제는 공학적인 해결에 의존하기 보다는 생활운동 측면에서의 접근이 현실적인 것으로 보인다.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지난 2월 초 중랑구 면목동의 한 아파트에서 설을 맞아 위층의 부모를 찾아온 30대 형제에게 “층간 소음으로 시끄러우니 조용히 해달라”고 한 아래층 주민이 시비 끝에 두 형제를 아파트 앞 화단에서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는 지난 2000년 준공돼 층간 소음에 취약했다.

 

 이어 설 당일인 2월10일 서울 양천구 목동 다가구주택 2층에 층간 소음을 견디지 못해 불을 지른 사건이 발생했다. 명절을 맞아 할아버지 댁을 찾은 손녀가 시끄럽게 돌아다닌다는 이유로 아래층 주민이 불을 낸 것인데 문제가 된 다가구주택은 1980년대에 준공됐다.

 

 전체 주택의 절반이 넘는 공동주택은 현실에서 벽이 얇고 규제가 마련되기 이전에 지은 오래된 집일수록 소음관련 민원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2005년 이후 층간 바닥 두께를 두껍게 하고 시공사 등을 대상으로 소음 구제를 받을 기준이 설정되어 있으나 이전에 지은 아파트는 책임 소재도 어정쩡한 것이 현실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층간 소음 문제를 개인적 복수로 풀어나가는 현 세태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건축 단계에서부터 층간 소음 관련 규정을 강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층간소음방지를 위해 층간 바닥두께를 3㎝ 더 보강토록 하는 취지로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생활실태나 공학적으로 볼 때 바닥을 두껍게 해서 소음을 방지하겠다는 발상은 과학적으로는 가능한 일이지만 건설비용이나 우리의 실생활 행태를 생각한다면 자칫 불필요한 건설비용만 늘리는 결과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며, 불황에 시달리는 건설업체의 부담이 될 우려가 크다.

 

아파트 소음의 종류와 물성

 

 아파트라는 공동생활의 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소음을 전달하는 매체를 기준으로 크게 공기를 타고 전달되는 공기 전달음, 쇠파이프에 물이 흘러가거나 엘리베이터 동작 시에 발생하는 기계 전달음, 위층의 바닥이 우리 집의 천장인 벽식구조 아파트에서 윗집 어린이들이 뛰어다니거나 절구질을 해서 발생하는 바닥 충격음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공기 전달음은 대부분의 아파트에서는 옆집에서 나는 이야기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차량 경적음, 어린이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소리가 대부분인데 이는 공기차단성능이 우수한 발코니창을 시공하면 쉽게 방지할 수 있다. 다만 도시형 생활주택과 같이 소형 아파트에서는 세대를 구분하는 벽이 콘크리트 옹벽이 아니고 경량벽체일 경우 쉽게 차단하기 어렵다.

 

 기계전달음은 엘리베이터 소음 이외에 야간에 세탁기를 돌리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쉽게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변기에서 물 내리는 소리는 윗집 변기에서의 오수 배수구가 우리집 천장을 뚫고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시공방법을 바꾸지 않는 한 방지하기 어렵다. 이러한 시공 방법은 1960년대 아파트 도입 초기에 서울의 수돗물 사정이 좋지 않아 수압이 약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것인데 50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대부분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는 이 공법을 사용하고 있어 개선의 소지가 있다.

 

 바닥충격음은 윗집에서 걷는 소리, 아이들이 뛰는 소리, 피아노 치는 소리, 절구질하는 소리, 런닝 머신 등을 사용할 때 바닥을 마치 망치로 때리는 것과 같은 효과를 일으켜 천장이 울리면서 아랫집 사람들을 성가시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바닥 충격음을 방지하기 위해 바닥을 두껍게 하더라도 쿵쿵 망치로 때리는 것과 같은 소음 에너지의 전달을 공학적으로 완전히 방지할 수는 없고, 차음성이 향상됨에 비례해서 건설비용이 계속 상승하게 된다.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소음 문제는 바로 바닥 충격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소음을 차단하는 몇가지 방법과 정부의 대응

 

 현재 국내에서 벽식구조로 건설되는 아파트의 층간 소음을 줄이는 방식은 크게 차음방식과 흡음방식, 그리고 양자의 혼합방식이 일반적이다. 혼합방식이란 아파트의 바닥 콘크리트 두께를 두껍게 하여 차음성능을 보강하는 한편 소리를 흡수하는 흡음·완충재 등을 바닥 층에 추가하여 까는 방식이다.

 

 두꺼운 콘크리트는 발소리나 아이들이 뛰는 것 같은 둔탁한 중량(重量)충격음을 막아주고, 흡음·완충재는 물건이 숟가락이나 젓가락 등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처럼 딱딱하고 가벼운 경량(輕量)충격음을 흡수한다. 마루 위에 소음 감소 바닥재(PVC계 장판)를 깔면 경량충격음을 30%까지 줄일 수 있지만 층간 소음의 주범인 중량충격음에는 그다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2006년 이후 현재 건설되는 아파트는 일반적으로 윗집의 방바닥과 아랫집의 천장을 구분하는 210㎜ 이상 두께의 콘크리트 판 위에 20~30㎜ 두께의 흡음·완충판을 까는데 모양은 고무판처럼 생겼지만 고기능성 폴리머 소재를 쓴 것이다. 그 위에 난방배관을 하고 자갈과 시멘트로 바닥을 마감하고 장판지를 바른 것이다. 중량충격음은 콘크리트 바닥 자체를 두껍고 단단하게 만들면 일정한 차음성능을 확보할 수는 있지만 기존 아파트의 층간 소음 문제를 기술적으로 완전히 해결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기둥식으로 아파트를 짓는다면 층간 소음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주상복합 아파트에 주로 적용하는 기둥식 구조는 국내 대부분 아파트에 적용하는 벽식 구조보다 차음 효과가 뛰어나다. 벽식은 층간 소음이 벽을 타고 그대로 아래층으로 전달되는 반면 기둥식은 천장에 놓인 보와 기둥으로 소음이 분산되고 윗집의 바닥인 천장 사이에 약 30여㎝ 공간을 두고 반자마감을 하기 때문이다.

 

 기둥식과 벽식의 층간 소음에 대한 차음도 실험 결과, 기둥식이 벽식보다 1.2배쯤 차음 효과가 높다. 그러나 기둥식 구조는 돈이 많이 든다. 우선 기둥식은 벽식보다 골조 공사비가 24% 더 들어 전용 60㎡ 아파트를 기준으로 골조 공사에만 평균 500만원 정도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기둥식은 일종의 수평 기둥인 ‘보’를 추가로 얹기 때문에 스프링클러나 환기구를 설치하려면 공간이 더 필요하다. 그만큼 아파트 가구 수가 줄어들어 시공하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손해가 발생한다.

 

 이것만이 아니다. 한 개 층의 층고가 약 5~60㎝ 더 높기 때문에 아파트 한 동의 전체 높이가 15층의 경우 9m 높아지는데 그러면 그만큼 인동간격이 늘어나 아파트를 건설할 수 있는 대지 면적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층간 소음을 줄이는 비용을 고려해 건설업체에 대해 제도적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되고 있다. 아파트 분양 당시부터 소비자들이 소음 차단 효과를 쉽게 알 수 있도록 주택성능등급표시제를 확대 실시해 아파트를 1~4등급으로 구분하고 차음성능이 우수한 아파트는 분양가에 추가비용을 얻어 분양토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주택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건설업체가 차음성능에 상응하는 웃돈을 얹어 분양한다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현실적 우려가 존재한다.

 

 아파트 층간소음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가운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해양부는 2005년 바닥의 두께를 키우는 등 건설기준을 강화시켜 층간소음을 잡는 제도개선을 한 적이 있었다. 즉, 아파트 벽이 기둥역할을 하는 벽식 구조의 경우 210㎜ 두께를 충족하도록 했고, 보 없이 슬래브를 끼워 넣는 무량판구조로 건축할 경우 두께를 기존 180㎜에서 210㎜로 상향조정했다. 이와 함께 소음에 관해서도 중량충격음 50데시벨(㏈), 경량충격음 58dB 기준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최근 소음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오는 3월 바닥과 벽 등 주요 건축물 두께를 새롭게 바꾸는 내용의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내용은 건축규제를 강화하면 층간 바닥두께 3㎝를 더 보강토록 하고, 유예기간을 두어 시행은 오는 2014년 3월부터 한다는 것이다. 개정될 기준에 맞춰 시공할 경우 공사비용이 10% 이상 증가해 전용면적 85㎡ 아파트 기준으로 가구당 평균 200만원이 더 들 것으로 추정되어 분양가격이 상승할 것이다. 그래도 바닥 충격음을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바람직한 대응방안

 

 일본은 바닥 중량충격음 최저 기준치가 60㏈이어서 국내 50㏈ 보다 덜 까다롭다. 또 등급 부여도 의무화된 것이 아니라, 건설사가 소비자에게 소음 관련 정보를 제공하려는 때에 한해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또한 유럽 주요 국가들은 경량충격음과 중량충격음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하나의 층간 소음 기준을 권고사항으로 둘 뿐이다. 오스트리아(43~50㏈)와 독일·노르웨이·핀란드 등이 53㏈로 비교적 엄격한 편이지만, 한국과 큰 차이가 없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은 소음 기준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낮다.

 

 현재 정부가 검토하는 바닥두께를 계속 두껍게 하는 소음 절감대책은 근본적인 대책일 수가 없고, 공사비의 증가 등 갖가지 부작용만 일으킬 뿐이다. 이는 자동차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운전자가 교통법규를 어기고 음주운전을 한다면 교통사고를 방지할 수 없는 것과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하나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대책은 앞으로 건설될 주택에나 해당하는 것이지 이미 건설된 주택에서의 소음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될 수 없다. 문제는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이웃을 배려해 스스로 소음을 억제하는 것이고, 아래층 주민도 따지고 보면 다시 아래층 주민에게 소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일정부분 양보하는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작금에 불거진 소음 문제는 공학적인 해결에 의존하기 보다는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양보하고 조심하는 마음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공동주택 관리규약을 정리하고, 이웃을 배려하는 시민 정신을 고양하는 생활운동 측면에서의 접근이 현실적일 것이다.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서의 기본은 양보와 배려와 인내임을 자각해야 한다.

 

■장성수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공 부설 주택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쳐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지냈다. 현재 주거복지연대 전문위원을 맡고 있다.

 

 

왼쪽으로 이동
오른쪽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