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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문화개선연구소 차상곤 소장]
“아파트 주민 스스로 관리규약 만들어 지키니층간소음 민원 90% 줄었어요!”

공동주택 층간소음문제가 이웃간 분쟁에서 방화나 살인 등 사회문제로 점점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 대부분은 정부의 규제보다 이웃을 배려한 주거문화 정착이 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그 중에서도 층간소음을 비롯한 생활소음 전반을 전방위적으로 다루고 있는 주거문화개선연구소 차상곤 소장에게 해법을 들어봤다. 공동주택생활소음관리협회장을 겸임하며 국가소음정보시스템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업무에도 긴밀하게 협조할 만큼 이 분야에서 인정받은 전문가다.

취재 백상월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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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한 종합일간지를 통해 발족 소식이 알려지고 나니까 하루 3000통의 팩스와 1500통의 이메일이 도착하더라고요. 물론 전화는 아예 연결이 안 될 정도였죠. 하소연할 데도 없이 마음고생만 하던 생활소음 피해자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증거 아니겠어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훨씬 심각한 수준이었어요.”

 

 주거문화개선연구소 차상곤 소장은 당시를 떠올리면 지금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놀랐다고 한다. 주거개선문화연구소가 뿌리를 두고 있는 ‘아파트 주거문화개선 시민운동본부’는 아파트 소음문제 피해자 20명을 중심으로 2001년 발족했다. 그때부터 공동주택 하자 민원처리를 중심으로 한 그의 활동이 본격화됐다. 환경부와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의 협조 아래 층간소음 관련 기준안을 만들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차상곤 소장은 이렇게 우리나라 층간소음문제와 역사를 같이 한 인물이다.

 

 날이 갈수록 민원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당시 시민운동본부에서 사무국장을 맡고 있던 차상곤 소장은 보다 많은 민원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2007년 주거문화개선연구소를 설립했다. 

 

 “층간소음 민원은 피해기간을 기준으로 6개월 이내와 이후, 두 종류로 나뉩니다. 통상적으로 6개월이 지나면 감정의 골이 깊어져서 해결하기가 만만치 않거든요. 일단 피해사례가 접수되면 무료로 상담에 들어가고, 위층과 소통하는 방법 등에 대해 컨설팅을 해줍니다. 6개월이 넘은 경우는 현장을 직접 나야가 해결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도 교통비 수준의 비용만 받고 출장을 갑니다. 양측 모두 마음이 많이 상한 상태라 설명하는 것조차 힘들지만 그나마 지금은 이웃사이센터가 많이 알려지면서 작업을 하는 게 수월해진 편입니다.”

 

 

벌금보다 더 강력한 해법, 공동주택관리규약

 “정부에서 마련한 주거생활소음기준이 시행된다고 해도 실효성은 별로 없을 것 같아요. 어디까지나 권고사항일 뿐이니까요. 오히려 윗집 아랫집 간 소송만 줄을 이을 게 뻔합니다. 악순환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데, 그건 바로 스스로 관리규약을 만들어 지키는 것이죠.”

 

 지난달 국토부에서는 신축 공동주택의 바닥두께와 충격음 기준을 강화하면서 기존 공동주택의 주거생활소음기준을 제정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골자는 쿵쿵 대는 발소리나 탁자·의자를 끄는 소리 등 소음이 발생하는 행위에 대해 중단을 요청하거나 차음조치를 권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차상곤 소장은 이에 대해 회의적이다. 이웃간 배려가 없는 상태에서 기준만 강화되면 오히려 법적 소송만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경찰이 분쟁 초기에 개입해 적극적으로 조정하거나 추가신고에 대해 범칙금을 부과하는 등 강제력을 동원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차상곤 소장은 이 또한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보다 근본적인 해결방법을 제안했다. 바로 공동주택 내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자체적으로 관리규약을 만들어 지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입주자 대표나 동 대표에 집중된 권한을 위원회에도 부여하고, 주민 공청회를 통해 다수가 인정할 수 있는 층간소음 규제항목을 제정해야 한다.

 

 “아이들 심하게 뛰지 못하게 하기, 수면시간대 샤워 및 배수 자제하기, 오후10시~오전6시까지 청소 및 세탁 금지 등 생활 속 규칙을 만들어 지키자는 거죠. 처음에는 불편하겠지만 내 배려가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실제로 내 권리를 먼저 주장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내가 먼저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이 방법으로 층간소음 민원이 90% 이상 줄었다고 하면 믿어지세요?”

 

 주거문화개선연구소는 지난해 부산 해구대구와 경기도 하남시 등 전국 4곳에 위치한 아파트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우선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조직하고 공청회를 통해 규칙을 만들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정기적으로 안내방송을 하고 곳곳에 안내문도 부착했다. 그러자 불과 몇 달 만에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모든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관련 민원이 90%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시범사업을 통해 벌금이나 법적조치 같은 강압적 규제보다 이웃에 대한 배려, 즉 공동체의식을 바탕으로 해야 효과가 더 크다는 것도 확인됐다. 실제로 전국 최초로 층간소음조정위원회를 조직한 대구의 한 아파트는 위원회에 징계권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참여 분위기가 잘 조성되면서 7개월 동안 단 1건만의 민원만 접수됐다고 한다. 차상곤 소장이 가장 현실적이면서 동시에 유효한 대책이라고 강력히 주장할 만하다.

 

 도대체 우리나라의 층간소음문제는 언제부터 심각해졌을까? 이에 대해 차상곤 소장은 “삶의 질적 수준이 거론되는, 국민소득 2만달러가 넘어가는 시점”이라고 답했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중반에 들어서야 주목하기 시작했지만 독일이 1940년대, 일본은 1980년대 관련 법안을 제정하는 등 외국에서는 이미 사회적 진통을 겪고 대책을 마련한 상태라는 것이다.

 

 “선진사례가 많다는 게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죠.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국민들의 사회적 분노게이지가 극에 달하면서 과격한 행동이 우발적으로 표출되고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봅니다.”

 

 

주거문화 개선으로 쾌적한 아파트 만들어야

 “층간소음,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진짜 모를 일이에요. 단순한 스트레스로 시작해서 우울증이 되고 심한 경우는 노이로제나 정신병으로까지 커집니다. 그 사람들에게 집은 지옥 그 자체에요.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들이 하소연할 데도 마땅치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층간소음문제로 방화나 살인사건이 발생해도 ‘얼마나 힘들었으면’이라고 감정이입을 해버리는 거죠. 현장에서 그런 피해자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의 대변자 역할을 결코 멈춰서는 안 되겠다고 다짐합니다.”

 

 차상곤 소장이 현장에서 파악한 바에 따르면 아파트마다 심각한 층간소음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세대는 25~30%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값과 아파트단지의 프리미엄이 떨어질까 무서워 외부에 알리지도 못한 채 끙끙 앓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위원회에서 만든 관리규약으로 쾌적한 주거환경과 공동체의식이 형성되면 그것이 더 큰 프리미엄이 될 것이라고 그는 확신한다.

 

 이러한 주거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차상곤 소장은 지난 1월에 환경부 산하 (사)공동주택 생활소음관리협회를 설립했다. 협회에서는 생활소음관련 문제를 정부부처와 협의하고 법안을 만드는 데 자문을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중점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로 교육사업이다. 공동주택별로 조직된 층간소음관리위원회 소속 주민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위원회 시행단계에 따라 구체적인 대안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다. 또한 공동주택단지 내에 부착할 안내문을 제작해 지속적으로 배포할 계획이다. 나아가 협회 발족에 따른 정부지원도 기대되는 상황이라 향후 계획은 큰 무리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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