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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디자이너 박진우]
‘디자인과 아트 사이’를 점령하다

과천국립현대미술관 1층 아트숍UUL. 지난해 12월 14일, 이곳 쇼윈도가 ‘빛을 위한 실험실’로 변신했다. 조명이 달린 각종 실험용 도구들과 로봇들이 공간을 점령하고 빛의 향연을 벌이고 있는 것. 조명 디자이너이자, 가구 디자이너로 유명한 박진우 작가가 아트숍 UUL과 함께 펼친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다. 쇼윈도 한켠, 두 귀가 쫑긋한 토끼 두상을 한 채 하얀 실험실 가운을 입고 서 있는 마네킹은 디자이너 박진우의 아바타. 그는 실험실 속 아바타의 생김처럼 재미난 상상력의 소유자이자, 유쾌한 바이러스가 가득한 디자이너였다.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촬영·자료협조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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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아트숍UUL과 디자이너 박진우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로 탄생한 전시공간이다.

 

 

“나는 공장스타일” 왜? 실험할 수 있으니까.

“여기는 라이팅 랩(lighting lab), 말 그대로 빛을 위한 실험실이죠.”

일요일 늦은 오후, 과천국립현대미술관 1층 아트숍UUL에 나타난 박진우 작가는 자신이 연출한 ‘빛을 위한 실험실’ 속으로 성큼 들어섰다. 유리 부스 안 실험실에서는 비이커, 실린더, 삼각플라스크 같은 각종 실험도구들이 컬러풀한 전선줄과 연결되어 강렬한 빛을 뿜어냈다. 어느 이름 모를 천재의 상상력 가득한 실험공장을 엿보는 기분이랄까. 특히, 그와 나란히 서 있는 토끼 두상을 한 아바타는 진짜와 가짜가 분간되지 않을 정도로 잘 어울리는 한 짝이었다.

 

“제가 공장스타일을 좋아해요. 무언가 실험하고 만들 수 있는 공간이잖아요.”

빈말이 아니다. 작가의 스튜디오 ZDLAB은 서울 영등포구청역 인근 방직공장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그를 스타 디자이너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 역시 공장에서 사용하는 산업용 작업등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스파게티 샹들리에다. 전선에 경쾌한 컬러를 입히고 천장에서 수십 갈래로 늘어뜨린 스파게티 샹들리에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소재만으로도 얼마든지 아트작업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기에 충분했다. 아트숍UUL에 선보인 조명들도 산업적 재료와 내추럴한 나무 소재를 접붙인 새로운 방식의 디자인을 입었다.

 

“산업용 작업등의 구조를 보면 아주 심플해요. 전선줄 끝에 전구가 달려있는데, 긴 줄을 풀어서 공장 구석구석으로 이동해가며 쓸고 있죠. 아무데나 척 걸쳐놓기도 좋고요. 다 쓰고 난 뒤 둘둘 감아서 걸어놓으면 되고요. 그러니까, 변신도 쉬운 거죠.”

 


1 디자이너 박진우의 아바타 2 디자이너 박진우를 유명하게 만든 스파게티 샹들리에

 

 

디자인에 라이브연주 결합, 새로운 장르 개척

디자이너 박진우는 꽤 유명하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 중인 손꼽히는 한국의 디자이너다.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디자인부문에 선정 되어 한국 디자인의 위상을 높였을뿐 아니라, 그간 런던, 밀라노, 베이징, 뉴욕 등을 오가며 제품, 그래픽, 공간 등 다양한 디자인 장르에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조명분야에 있어서는 광원, 전선, 반사와 그림자라는 요소를 그만의 위트와 통찰력으로 해석하여, 디자인과 아트의 경계를 허무는 이슈를 유발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런 그를 두고, 아예 미술을 하지 왜 다자이너 타이틀을 갖고 아트를 하느냐고 묻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뒷짐 지고 감상하는 아트보다 실생활에서 움직이며 향유할 수 있는 디자인이 좋기 때문이죠. 돈이 되는 디자인은 자본력 있는 기업에서 할 일이고요. 저 같은 개인 디자이너들은 아트의 영역 속에서 실험적인 작업을 해야죠. 머지않아 아트와 디자인이 합쳐진 새로운 장르가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박진우식 경계 넘기는 새로운 장르로 불똥이 튀었다. 자신이 디자인하고 만든 가구 안에 가수를 집어넣고 연주하는 퍼포먼스가 그것이다. 지난 12월 14일, 국립현대미술관 중앙홀에는 17개의 가구가 층층이 쌓아올려졌다. 그 가구 한가운데로 들어간 음악인 전지환과 디자이너 박진우가 라이브연주를 펼쳤다.

 


 조명은 물론 가구, 그래픽, 퍼포먼스로 영역을 넓혀온 디자이너 박진우에게는 ‘유쾌한’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앞으로 그가 보여줄 새로운 장르가 기대되는 이유다.


1 박진우의 조명 작업은 심플함을 기본 컨셉으로 한다. 2,3 지난해 12월14일 국립현대미술관 중앙홀에서 열린 ‘가구가수’ 퍼포먼스. 박진우가 디자인한 가구 속에 음악인 전지환과 박진우가 함께 들어가 연주를 펼쳤다. 디자인에 라이브를 결합한 새로운 장르를 시도했다.


 “디자인 영역에서도 라이브로 즐길 수 있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중, 가구와 가수를 붙여 ‘가구가수’ 퍼포먼스를 열었죠. 전혀 없었던 새로운 장르였고, 반응도 좋았습니다. 사실 국립현대미술관 중앙홀은 거장들만 전시하던 자리였는데, 이런 장소를 내주었다는 것만 봐도 우리 미술계에 많은 변화가 있다는 얘기겠지요.”

 

짧은 시간 더듬어본 디자이너 박진우의 발자취는 엉뚱하지만, 재미나다. 또,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게 유쾌한 상상을 가능케 한다. 그가 꿈꾸는 디자인 세상은 어찌 보면 명쾌하다. 디자인 역사 100년. 그 사이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은 충분히 발전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펼쳐질 디자인은 무엇일까. 그 답을 박진우의 실험공장에서 뒤져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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