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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에 예술인마을이 생겼다]
만리동 예술인협동조합형 공공주택 ‘막쿱’

서울역 근처에 예술인 마을이 생겼다. 이름 하여 ‘만리동예술인협동조합형 공공주택’,

줄여서 막쿱(Malidong Artists Cooperative, M.A.Coop)이라 부른다.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예술가 29인과 그 가족들의 보금자리다.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2년간 준비 거친 새로운 주거공동체

‘막쿱’이 완성되기까지 2년이 걸렸다. 2013년 6월 무렵 서울시는 중구 만리동2가에 예술 분야 종사자를 대상으로 협동조합형 공공주택 모집 공고를 냈다. 저렴한 가격으로 살면서 자유롭게 창작활동에 집중하도록 하는 예술인 마을을 만든다는 취지다. 2012년 육아를 매개로 하는 가양동 협동조합형 공공임대주택(이음채) 모집에 이은 두 번째 프로젝트였다.

 

협동조합형 주택이라는 말도 생소하던 시절이지만, 1차 예비수요자 모집에 예상치 못한 인원이 몰렸다. 최종 선정된 29인의 예술가들은 2015년 3월 말 입주가 시작되기까지 2년이 다 되는 긴 시간동안 열띤 토론과 합의를 거쳐 새로운 주거공동체를 출범시켰다. 주택 내외부의 설계부터 공용 공간 활용에 대한 고민까지 일일이 참여해 결정했다. 이들은 ‘막쿱’이라는 이름도 지었다. ‘만리동예술인협동조합형 공공주택’을 줄인 말이다.

 

▲ 주거동 사이 공간에 배치한 정원. 이곳에서 외부인들을 초청해 오프닝 쇼를 열기도 했다.

 

 

막쿱에는 총 29세대가 입주해 있다. 1인가구가 9세대, 2인 이상 다인가구가 20세대를 차지한다. 주민들의 연령대도 미취학 아이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하다.

 

가구주는 모두 예술 분야 종사자다. 전시, 공연, 경력 등을 인증할 수 있도록 구축되어 있는 예술인증명시스템을 통해 자격을 가려낸다. 그밖에는 기존 공공주택 입주자 요건과 유사하다. 소득기준은 도시근로자가구 월평균 소득 100%이하를 따른다.

 

막쿱의 전세가격은 장기전세주택 방식을 도입해 주변 시세의 80% 수준으로 책정됐다. 1인가구가 생활하는 20㎡ 원룸의 전세금 3500만원에서 출발한다. 60㎡ 이하 다인가구 주택에 이르기까지 면적에 따라 차등을 두고 있다.

 

3개의 주거동은 3~5층에 설치한 구름다리를 통해 연결된다. 각 층의 7가구가 공유하는 골목길이라고 보면 된다.

 

 

지역사회와 호흡하는 예술인의 집 기대

막쿱은 공공기관이 공급해온 기존 임대주택과는 다른 특징들을 갖는다. 우선은 입주자 총회를 통해 민주적으로 의사를 결정해 나가야 하는 협동조합형 공공주택의 형태를 띈다는 점이다. 입주자들은 모두 막쿱의 4개 분과(주택관리, 사업운영, 공동체, 이사회)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다. 현재 이사회 5인을 중심으로 협동조합 정관을 만들고 있으며, 여기에는 입주자들이 지켜야 할 약관이 명시된다.

 

1층에 설치한 다목적 공간. 예술인협동조합이 예술을 매개로 한 수익사업을 펼치는 교육장으로 활용된다.

 

엘리베이터는 다목적 공간이 있는 주거동에만 배치했다.

 

다음으로 막쿱의 주택은 주거에 필요한 기능을 갖추는데 그치지 않고 지역주민에게 개방하는 커뮤니티 공간을 겸하고 있다는 점이 남다르다. 세대내 공동체가 사용할 수 있는 공용공간 외에도 지역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전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넓은 다목적 예술공간을 갖추고 있다. 서울시가 이 공간을 제공하고 만리동 예술인협동조합이 위탁 운영하는 개념이다.

 

올해 5월31일 막쿱을 개방하는 오프닝 쇼를 열었다. 막쿱에 사는 자녀들의 합창과 막쿱 주민이자 소프라노 김영옥 씨의 축하공연이 있었다.

 

막쿱은 지난 5월30일 ‘만리재로 27길 오프닝 쇼’를 통해 주택을 공개하고 지역사회와의 호흡을 시작했다. 6월에는 자체적으로 준비한 공연, 상영, 워크샵 등의 예술체험행사를 진행해 보기도 했다. 9월부터는 보다 다채로운 예술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입주 예술인 29인의 면면도 기대가 된다. 미술, 설치, 건축, 영화, 영상, 연극, 문학, 출판, 음악을 비롯 다방면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예술가들이다.

 

‘함께 살기’ 추구한 건축물 완성도 높아

막쿱의 남다른 건축방식도 눈에 띈다. 건축가가 내놓은 청사진을 바탕으로 입주자인 예술인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커뮤니티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추진했다. 결과적으로 공간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막쿱을 설계한 건축가 이은경(EMA건축사사무소 대표)는 막쿱보다 앞서 입주한 서울 가양동의 육아협동조합형 공공주택 ‘이음채’의 설계자기도 하다. 설계 공모전을 통해 서울시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협동조합형 공공주택 설계에 나서게 됐다. 그 공로로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2015 젊은 건축가상’을 받았다.

 

막쿱의 복잡한 동선은 ‘함께’ 어울려 사는 공동체를 위해 선택한 건축 유형이다.  

 

건축가는 막쿱을 크게 3개의 주거동과 이들을 층마다 연결하는 구름다리, 1층의 다목적공간으로 구성했다. 주거동을 분리함으로써 채광과 환기, 전망 등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세대내 여건을 마련한 점이 돋보인다. 동시에 3개동을 모두 잇는 구름다리를 설치해 입주민 간에 자연스러운 교류가 일어나도록 장치했다. “오가며 마주치고 인사하고 살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막쿱 김웅현 이사(영상아트 예술가)의 설명이다.

 

구름다리와 사이마당 등이 도입되어 다이내믹한 동선과 다채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면적에 비해 훨씬 다채로운 공간을 누릴 수 있는 점도 매력이다. 1층에서 다목적공간과 정원, 동 사이에 형성된 중정이 개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면, 최상층에 설치된 다목적실과 구름 다리를 기점으로 분포된 사이마당은 입주민들이 내밀한 공용공간으로 이용하고 있다.

 

막쿱은 공공기관과 건축가, 입주자들의 협력으로 결실을 맺은 ‘함께 사는 집’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화려하지 않지만 속살이 튼실한 이 집에서, 생활과 예술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주거공동체로서의 막쿱을 기대해볼만하다.

 

 

Interview


막쿱 김웅현 이사

“생활과 예술이 공존하는 집으로”


 

막쿱에 만족하나

예술인들이 가장 힘들어하고 또 갈구하는 게 뭔지 아는가. 바로 주거안정이다. 누구보다도 집값 안정을 바라는 게 우리다. 정기적인 수입이 없을 뿐 아니라 언제 수입이 생길지 예측하는 것도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1인가구지만 역시 주거불안을 겪어왔다.

 

결혼해서 부양가족이 있는 예술가들은 더욱 힘들어 한다. 그런 점에서 조건만 맞다면 20년간 계약 갱신이 가능하고 시세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예술인마을은 필요한 주택이다. 입주자들 모두 주거불안에서 벗어나 보다 작업에 매진할 수 있게 되어 매우 만족스러워한다.

 

입주민 선정과정을 자세히 말해 달라

 처음부터 입주자를 확정한 게 아니라 여러 배수를 뽑아 놓고 몇 단계 과정을 거쳐 최종 입주자를 선정했다. 꼬박 1년이 걸렸다. 그 사이 협동조합이 무엇인지 공부하고 같이 살아갈 사람들에 대한 정보도 습득했다. 마지막엔 함께 살고 싶은 사람을 뽑는 상호 투표도 했다. 처음엔 ‘누가 나를 평가할 수 있느냐’며 거부감도 있었지만 결국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꾸리기 위해서는 필요한 절차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의사소통이나 결정이 어렵진 않나

멘토가 있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이 입주자 선정 과정부터 입주 후 지금까지도 소통과 갈등관리, 공동체 형성에 필요한 도움을 주고 있다.


건축 과정에는 어떻게 개입했나

큰 청사진은 건축가가 내놓고 입주자들이 의견을 개진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시행자인 SH공사가 실현 가능성을 타진해서 최종 결정했다. 언제나 모이면 주거문제가 가장 큰 이슈였다. 엘리베이터를 놓을 것인지 말 것인지, 소음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공용공간의 개수는 몇 개로 할 것인지 등등 고려할 것들이 많았다.

 

엘리베이터 하나만 가지고도 많은 토론을 했다. 엘리베이터가 편리하긴 하지만 이웃간 단절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찬성 51명 대 반대 49명으로 놓긴 했지만, 1층 다목적공간이 있는 하나의 주거동에만 설치했다. 함께 살기 위해서는 이런 과정이 꼭 필요하다. 살면서 집에 대한 애착도 더 간다.


앞으로의 과제나 계획은 무엇인가

우리는 주거공동체이기도 하지만, 예술인협동조합으로서 수익을 창출하는 예술사업도 펼쳐야 한다. 따라서 지역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예술 프로그램들을 발굴하고 정착시켜 나가는 게 가장 큰 과제다. 올 여름 관련 교육도 받으면서 프로그램을 준비해왔다.

 

이 지역은 재개발구역과 오래된 주택가가 혼재되어 있다. 새 건물이 들어오고 예술가들이 모여 산다고 하니 관심이 많다. 여기 모인 예술가들은 주거가 불안한 서민이기도 한데 밖에서 볼 때는 위화감을 느낄 수도 있지 싶다. 우리 스스로 예술가랍시고 문화적 폭력을 행사하는 꼴이 되는 것을 경계하고 모든 일을 조심스럽게 해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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