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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필지에 두 집 짓기]
집 짓고 새로운 꿈을 꾼다

 

 

 

마당있는 집에는 살고 싶다. 그런데 땅 구입비용에 건축비용까지 엄두가 안 난다. 낯선 곳에 가서 사는 것도 두렵다. 그렇다면 두 가족이 함께 지어보는 건 어떨까. 여기 오랜 지인이 의기투합해 지은 땅콩집 처럼.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 한 지붕 아래 두 세대가 사는 듀플렉스 주택. 지인끼리 한 필지를 사서 함께 집을 지었다.

 

올 봄 아산신도시 단독주택지에 박공지붕을 나란히 붙인 듀플렉스 주택이 등장했다. 필지도 한 필지, 집도 한 덩어리처럼 보이고 마당도 하나지만, 실은 이층집(+다락층) 두 세대가 수직으로 붙어 있다.

이처럼 한 필지에 두 집 짓기는 낯선 일이 아니다. 2011년 건축가 이현욱이 ‘땅콩집’이라고 작명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된 듀플렉스 주택은 서민들의 단독주택 입성 문턱을 낮추는 아이디어로 각광받으며 확산의 길을 걸어왔다.

 

 

두 가구가 함께 사용하기 위해 1층 한가운데 마련해 놓은 공용거실.

 

유독 아산신도시의 이 땅콩집이 남달라 보이는 이유가 따로 있다. 바로 1층의 한가운데, 양쪽 세대의 중앙에 포켓처럼 파고들어간 방 때문이다. 실내를 통하지 않고도 마당에서 바로 들어설 수 있고, 폴딩 도어를 설치해 활짝 열어젖히면 마당을 향유할 수도 있다.

 

이 공간은 ‘공용거실’이라 불린다. 오래전 지인으로 만나 형님, 아우 관계가 되어 결국에 집까지 함께 짓게 되었다는 1호집, 2호집 부부가 붙인 명칭이다. 입주 후 한차례 치장을 거친 공용거실은 같이 어울려 살고자 하는 두 부부의 의지가 낳은 결과물이다.

 

앞으로 이 공간이 어떻게 쓰일지는 전적으로 사는 이의 몫이다. 다른 생김새의 가족이 공간을 공유하면서 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이런 용기있는 시도는 응원받아 마땅해 보인다.

 

 

집짓기를 먼저 제안한 1호집 최문산, 김기희 부부. 캠핑을 좋아하고 전원생활을 꿈꾸던 부부는 아산신도시의 한적한 단독택지에 보금자리를 꾸렸다.

 

1호집 최문산(44)·김기희(41) 부부

남편 최문산 솔직히 너무 좋습니다. 아파트 전세금으로 이런 집을 얻었으니까요. 땅값 1억500만원에 건축비 1억6000만원 들었거든요. 땅은 2억1000만원에 사서 양쪽 집이 1억500만원씩 부담한 거죠. 지금 아산신도시에서 비슷한 규모의 아파트를 사려면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요.

 

살아보니 답답함이 없네요. 집에 있을 때 마음도 편해서 휴식이 되고요. 아파트에 살 때는 밤늦게 퇴근하고 돌아오니 움직이거나 빨래하는 것도 아랫집 눈치를 봤어요. 신도시이긴 해도 주변에 산이 있고 고즈넉해서 도시로부터 먼 곳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에요.

 

땅콩집 지을 분들에게 한마디. 처음 견적 미팅할 때부터 마지막까지 양쪽 집 건축주가 같이 진행하고 충분히 논의해 가면서 끝까지 한마음으로 해나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서로 스타일이 다르고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거든요.

 

아내 김기희 2호집과는 서로 가족보다 더 챙기는 사이였어요. 집짓기 전 우리 부부는 아산 시내에 살고 2호집 형님은 홍성에 살았는데, 한번 홍성에 가면 새벽 1~2시까지 얘기하다 오고 그랬으니까요. 그래서 집도 함께 짓고, 함께 공유하고 만날 수 있는 공용거실을 두자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 거죠.

 

 

▲ 1층 한가운데 자리한 공용거실. 폴딩 도어를 설치해 마당의 전망을 누릴 수 있다.

 

이 집을 지인들과 같이 활용하고 싶어요. 주말이면 가족과 지인들, 조카들이 와서 재밌게 놀다 간답니다. 이때 캠핑 장비들이 아주 요긴하죠. 마당에 천막치고 수영장 설치해 주면 조카들이 엄청 좋아해요. 평소에도 밖에서 저녁 먹고 차는 우리 집에 와서 마셔요. 그래서 조금은 커피숍 같이 편안한 인테리어를 추구했고, 누가 와도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많이 비어두었어요.


시 한번 집을 짓는다면, 1층에 넓은 캠핑장을 만들고 싶어요. 마당에서 식사와 캠핑을 즐기는 게 너무 좋더군요. 문제는 집안으로 들어 올 때 흙과 모기가 따라 오는 거예요. 아예 캠핑과 야외활동이 가능한 공간을 넓게 두고 싶어요.

 

땅콩집 불편한 점이요  그런 건 없어요. 다만 소음에 아주 예민한 분이라면 울림이 조금 있을 수 있어요. 층간 소음이 없는 대신 옆집 소음이 벽을 타고 미세하게 울릴 수 있거든요. 목조주택이라서 그런 건데, 사람에 따라서는 못 느끼기도 해요.

 

땅콩집 지을 분들에게 한마디. 우리 부부처럼 현장에 자주 와보기 힘든 건축주라면, 체크리스트를 마련해서 꼼꼼히 살피고 의사결정을 해나가는 게 필요해요. 도면에는 없는데 현장에서 결정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거든요.

 

 

 

2호집 최욱, 정보미 부부의 가족. 집 짓고 이사한 후 중학생 자녀들이 제일 좋아한다. 가족들이 집을 매개로 어울리는 시간도 늘었다고.

 

2호집 최욱(46)·정보미(47) 부부

남편 최욱 처음 땅콩집을 짓자고 제안을 받았을때 고민도 있었어요. 도심 속 아파트가 나을지, 한적한 동네의 단독주택이 나을지 따져봤죠. 우선은 아이들이 단독주택에 살고 싶다고 해서 마음을 결정했어요. 또, 아산에서 신규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는 비용으로 집을 지을 수 있으니까 괜찮겠다 싶었죠.

 

가족 모두가 만족스러워해요. 경제적인 이점 외에도 생활이 많이 변했어요. 먼저는 아파트 1층에 살았는데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아서 식물 키우기도 힘들었죠. 아내와 딸이 식물을 무척 좋아하는데 말이죠. 여기 와서는 식물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있어요. 중3 아들도 너무 좋아합니다. 다락방을 온전히 자기 공간으로 꾸며 주었거든요.

 

가족간 소통이 더 늘었어요. 아파트 살 때와 달리, 1층에 자주 모이게 되네요. 1층에 주방을 넓게 만들고 거실과 이어지는 데크에 썬룸을 만들었거든요. 아들은 피아노 치고, 딸과 아내는 썬룸에서 식물 가꾸고, 다 같이 둘러앉아 밥도 먹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시간이 늘어나고 소통의 질도 더 좋아진 것 같아서 기쁩니다.

 

집짓는 재미도 쏠쏠했어요. 사실 우리 부부는 집 지을 준비가 안 되어 있었어요. 모르는 게 너무 많았죠. 대신 제가 자주 현장에 나올 수 있었거든요. 물어가면서 헤쳐나가는 과정도 괜찮더군요. 아이들 데리고 와서 현장 견학도 했어요. 집은 자본으로만 짓는 게 아니라, 기술자들의 수고와 노력이 깃들어서 완성된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죠.

 

아내 정보미 영양교사라 평소 식단에 신경을 쓰는 편이고, 집에서 거의 3끼를 다 차려 먹어요. 그래서 주방을 사용하기 편리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넓직한 ㄷ자 구조에 한 가운데 보조대를 두니까 일하기 좋네요.

 

가장 좋은 점이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피곤하지 않고, 오히려 있는 동안 힐링이 된다는 점이에요. 딸아이와 함께 식물도 키우면서 대화도 늘었고요.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도 집에서 모두 해소가 돼요. 마당 주변으로 잔디와 나무도 직접 심었죠. 돌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답니다.

 

땅콩집 짓는 분들에게 한마디. 한 필지에 두 가구를 짓다보니 집이 작을 수밖에요. 주변에서 수납공간을 최대로 만들라고 조언하더군요. 그런데 수납공간에 너무 목맬 필요 없어요. 그보다는 불필요하게 묵혀둔 살림살이를 줄이고, 이참에 생활을 슬림하게 만드는 게 나아요. 저 역시 이사 오면서 살림살이를 확 줄였고, 덕분에 낭비도 줄었네요.

 

 

휴식과 공유의 공간을 담은 순백의 <1호집>

“주거공간이 특별할 필요가 있나요. 실용적이면 되죠.

다만 누가 와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휴식 같은 집, 카페 같은 집으로 꾸미고자 했어요.”

 

 

1 현관에 설치한 중문. 짙은 컬러로 포인트를 주었다. 2 1층 계단실 밑 공간을 활용해 만든 작은 화장실. 아주 요긴하게 사용한다.

 

1호집. 최문산(44)·김기희(41) 부부가 산다. 이들 부부는 애초부터 건축과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다. 직설적이고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부부의 성격을 닮아, 실내 공간도 담백하게 마무리되어 있다.

 

1호집은 2호집과 구조가 확연히 다르다. 1층에서 가장 전망좋은 남향 자리에 넓은 주방과 식탁을 배치했다. 거실은 2층으로 올라갔다. 관계 지향적인 부부를 찾아오는 많은 손님들이 손쉽게 주방과 마당을 오갈 수 있도록 한 배려다. 또 다른 이유는 연로한 시어머니 때문이다. 훗날 어머니와 함께 살 생각으로 주방과 어머니의 방을 1층에 배치해 두었다.

 

 

▲ 1층 데크와 마당과 연결되는 자리에 주방을 두었다.

 

 

▲ 평일 늦은 저녘 퇴근하는 부부의 주생활공간은 2층이다. 2층에 거실과 부부침실을 비롯해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공간을 숨겨 두었다.


 

▲ 2층 거실 벽 뒷켠에 마련되어 있는 공간들. 손빨래가 가능한 작업대를 중심으로 왼쪽에 욕실이, 오른쪽에 세탁실이 배치되어 있다. 


평일 퇴근 후 부부가 주로 생활하는 공간은 2층이다. 확 트인 거실과 아늑한 부부 침실이 있다. 세탁실도 2층에 두어 늦은 밤에도 빨래와 같은 가사활동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

아내는 손잡이 하나, 조명등 하나도 직접 골랐다. 벽은 화이트 톤으로 일관되게 마감하는 대신 타일과 같은 차별화된 재료로 약간의 변화를 시도하거나 조명 등으로 포인트를 주는 등 남다른 인테리어 감각을 발휘했다.

 


다이내믹한 가족들의 일상을 펼쳐놓은 <2호집>

“1층에는 방이 하나도 없는 대신 넓은 주방과 거실, 썬룸이 있어서 다양한 취미활동을 할 수 있죠.

공간 덕분에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되네요.”

 

 

▲ 2호집의 중심공간은 1층이다. 거실과 마주보는 ㄷ자형의 넓은 주방을 중심으로 가족들이 모인다.

 

2호집은 1호집과 사뭇 다른 구조다. 중학생인 지원(16)·가은(14) 남매의 생활공간을 합리적으로 배치하고, 공간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고민한 결과가 반영된 듯 보인다.

외식을 지양하고 가정식을 주로 즐기는 이들 건강 가족은 1층 현관 입구에 ㄷ자 형태의 큰 주방을 갖고 있다. 영양교사로 일하는 엄마의 퇴근 후 동선을 최소화하고, 주방을 사용하는 시간이 잦은 만큼 거실과 소통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다락층은 아들의 방으로 꾸몄다. 아늑하고 독립적이어서 좋아한다고.

 

 

1 리듬감 있는 패턴 타일을 붙여 경쾌한 느낌을 주는 현관이다. 2 컬러 타일을 붙여 밝게 디자인한 화장실이다.

 

 

1층 거실 앞 데크를 온실로 꾸몄다. 식물 키우기를 좋아하는 아내와 딸을 위한 조치다.

 

거실 앞으로 연결된 데크에는 유리를 두르고 폴딩도어를 설치해 온실로 사용한다. 이 썬룸은 한 여름밤 가족들이 모여드는 공간이기도 하고, 식물 가꾸기에 푹 빠져있는 엄마와 딸의 취미생활 공간이기도 하다. 피아노 실력이 남다른 아들의 연주를 듣기 위해 1층 거실에 피아노를 배치해 두었다. 자연스럽게 1층은 가족이 모이는 놀이공간이 되었다.

2층에는 부부 공간과 딸의 방이 위치해 있다. 3층에 해당하는 다락층은 아들방으로 내주었다. 세탁실을 2층 부부공간에서 드나들 수 있도록 배치한 점도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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