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가 정착된 일본은 임대주택 공급량도 많고, 민간의 임대주택 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일본의 임대주택 사업은 기업형과 개인형이 있으며, 건설 및 관리운영까지 책임지는 서브리스 방식과 리츠 방식이 있다. 미쓰이 부동산이나 도큐전철, 모리부동산 등 대기업들도 임대주택 사업에 적극적이며, 에이블과 같은 관리전문회사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글 최승철(이룸디앤씨 홍보이사)
한국과 일본 주택시장의 가장 큰 차이점 가운데 하나가 임대주택이다. 전세가 주를 이루는 게 한국 주택시장이라면 일본의 임대주택은 모두 월세다. 이것은 두 나라의 주택시장과 주택수요의 양태를 가르는 가장 주요한 요인이라고 해도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니다.
전세 위주의 한국 임대주택 시장은 기업화하기가 매우 어렵다. 전세라는 임대 방식이 기업형으로 운영하는 데는 그닥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에선 기업형 민간 임대주택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월세 방식의 임대주택 시스템 활성화, 수요자들의 월세 선호도 제고 등이 선결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지금 한국 주택산업은 일본의 임대주택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월세 임대주택이 일본 주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주택산업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월세 전문 기업에서 종합부동산사까지 일단 주택산업에 발을 담그고 있는 기업이라면 임대주택 시장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임대사업 비중 높인 미쓰이 부동산
일본의 임대주택은 모두 1780만여 세대다. 이것은 우리나라 국내 주택시장의 전체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중 75%인 1350만 세대 정도가 민간 임대주택이다. 민간 임대주택 가운데 45%를 임대전문 관리회사가 관리한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임대시장은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일 뿐이다.
임대주택 공급량도 많다. 2005년 이후 일본 신규 주택공급물량의 50% 이상을 임대주택이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수요도 많다. 25세에서 34세까지의 젊은 층의 80% 이상이 임대주택에 산다. 이 연령대의 주택보유율은 20%를 밑돈다.
민간의 임대주택 투자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다. 거품 붕괴 이후 10년이라는 장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 그 환경적 요인이다.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초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높은 수익률과 안정적 수입이 보장되는 임대주택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근의 일본 주택시장은 임대주택 사업을 전개하기에 더욱 유리한 환경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인구 증가가 둔화되고는 있으나 단신가구, 노인가구, 소호세대의 증가로 인해 세대수가 늘어나면서 임대주택 지향형 수요가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
일본 주택금융공고 조사결과에 따르면 통근·통학의 편리성과 자유롭게 주거지를 이동할 수 있다는 점, 장래엔 부모의 집을 상속받을 수 있다는 점, 주택대출로 인해 생활에 부담을 받고 싶지 않다는 점, 현실적으로 임대주택이 유지관리가 용이하다는 점 등이 임대주택 수요 증가의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게다가 거품 붕괴로 주택가격은 언제나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깨지면서 내 집의 상대적 우위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도 임대주택 수요를 늘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현재 일본 수도권의 임대주택 시장은 꾸준하게 임대료가 상승하고 있으며, 입주율도 거의 완전한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임대시장이 완숙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존에 개발과 시공에 주력하던 대기업들도 임대사업을 주력사업 중 하나로 꼽고 있다. 마쓰이 부동산 등 종합부동산사도 이미 임대주택사업의 비중을 크게 높이고 있다. 물론 개인들이 운영하는 임대주택도 적지 않다. 운영주체별로 일본의 임대주택관리 시장을 분류한다면 개인형과 기업형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개인형은 말 그대로 개인이 임대사업을 하는 것을 말한다. 개인이 주택을 사들여 직접 임대관리하거나 지역 중개업소 또는 중개법인에 의뢰해 위탁 운영하는 경우인데 최근에는 거의 사라졌다. 그 대신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이 기업형 임대사업이다. 기업규모별로 나눠보자면 대기업형, 중소기업형, 소기업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대기업형의 경우 미쓰이부동산이나 도큐전철, 모리빌딩 등이 대표적 회사다. 중소기업으로는 레오파래스21, 다이코겐탁쿠, 에이블 등을 들 수 있으며, 소기업형은 리폼이나 오크하우스가 운영하는 쉐어하우스가 유명하다.
리츠 방식의 임대주택 투자 활성화
기업형 임대사업은 그 운영방식에 따라 크게 2가지로 분류된다. ‘임대주택 수탁개발 서브리스 방식’과 ‘임대전문리츠 활용 방식’이 그것이다.
임대주택 서브리스 방식은 임대주택사업자가 집주인을 대신해 임대주택을 건설해주고 임대관리운영까지 책임지는 사업형태다. 주택건설과 임대주택관리 노하우를 갖고 있는 기업이 토지소유자 또는 노후주택 소유자 등을 찾아다니며 임대주택사업을 제안한다.
이들 기업은 임대주택을 지어서 임대사업을 하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지역들을 찾아 그 곳에 집이나 땅을 가지고 있는 주인을 설득한다. 자신들이 그 곳에 임대주택을 지어서 관리할 경우 어느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지 확실한 근거를 제시한다. 미쓰이부동산 등 종합부동산사들은 이 일을 전담하는 팀을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주택 토지소유자가 부동산을 제공만 해주면 기업은 건설, 관리, 운영까지 모든 것을 책임진다. 설사 공실이 발생하더라도 기업은 임대수익을 보장한다. 때문에 부동산 소유자들의 위험부담이 거의 없는 편이다.
반면 기업 측에서 보면 입지를 잘못 결정할 경우 적지 않은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으면 안된다. 대도시의 경우 이런 리스크가 크지는 않은 편이다. 대기업들은 철저한 입지 분석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종합부동산사들은 최근 부동산 소유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임대주택 투자 홍보 및 상담업무를 크게 강화하는 추세다.
건설자금은 은행권을 통해 충당한다. 그 일련의 과정은 기업이 담당한다. 그리고 매달 안정적인 임대료 수익을 부동산 소유주의 통장에 넣어준다. 그들이 얻는 수익은 임대료 수입에서 은행대출 이자를 제한 것이다. 통상 투자대비 7~8% 정도다. 기업은 임대주택을 건축하고 관리운영해 주는 대가로 건축 도급수익과 관리운영 수수료 수익을 얻는다.
또 다른 하나의 임대주택사업 운용법은 리츠방식이다. 임대주택 사업자가 리츠 투자법인을 만들어 임대주택사업에 활용하는 형태다. 리츠란 소액투자자를 모아 부동산자산에 투자 운용해 운용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펀드로, 곧 투자법인을 말한다. 자본력과 전문적인 개발능력을 갖춘 대기업, 종합부동산사들이 주로 이 방식을 활용힌다.
먼저 종합부동산사 같은 개발전문회사가 임대수요가 많은 도심에서 고급임대맨션을 건설한다. 그리고 자사가 주도해서 설립한 임대전문리츠에 매각해 자금을 회수한다. 리츠 임대주택은 자회사인 임대관리회사가 관리 운영하게 된다.
실질적인 임대주택 소유자는 리츠에 투자한 소액투자자들이다. 이들은 투자한 지분만큼 임대운영수익을 배당 받는다. 임대주택 사업자는 ‘개발-자산운용-임대관리운영’의 영역을 모두 수행하면서 개발이익과 운영수수료 수익을 얻는다. 임대주택개발 후에 리츠에 매각함으로써 투자자금을 조기에 또는 적정시기에 회수해 다시 임대주택개발 사업에 투자하게 된다.
임대주택은 대단한 자본력을 갖고 있지 않는 이상 장기간 직접 보유하면서 운영하기란 쉽지 않다. 자본력이 있더라도 임대주택을 계속 보유하면서 사업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기업들이 선호하는 것이 이 방식이다.
도코전철 수도권 임대주택 강자로
일본 최고의 종합부동산사인 미쓰이 부동산은 임대주택 시장에서도 큰 손이다. 이미 1998년부터 주택사업부 안에 분양사업과 별도로 임대주택사업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이를 더욱 강화하고 있으며 부동산 소유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임대주택 투자사업도 활성화시키는 중이다.
현재 미쓰이는 주로 고급 임대주택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월 임대료 20만엔 수준의 중산층 이상을 대상으로 한 민간 임대주택 사업이나, 외국인·고소득 전문직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고급 임대주택 사업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미쓰이가 계획하고 있는 중장기적 사업목표는 임대주택 사업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다. 도쿄를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지역 수요의 35%를 차지하는 월임대료 13만~25만엔 수준인 75만호를 주요 고객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미쓰이는 주택사업부 임대주택사업실이 투자와 관련된 사업의 기획과 시행을 담당하고, 자회사인 미쓰이주택리스, 미쓰이주택서비스를 통해 사업을 운영한다. 이 시스템이 향후 미쓰이의 임대주택 사업을 주력사업으로 이끌어 갈 것이다.
종합부동산사 같은 대기업들이 임대주택 사업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는 까닭은 임대사업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도쿄도 세타가야구에 위치한 ‘라피네 게바(Raffine下馬) 맨션’은 도쿄급행전철 주식회사(이하 도큐전철)가 전철역 주변 자투리땅을 개발한 임대주택이다. 도큐전철은 임대주택 분야에선 일본, 특히 도쿄를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에선 영향력이 큰 기업이다. 도큐의 컨셉 임대주택 사업은 임대맨션 브랜드 ‘TOP-PRIDE’와 도쿄·요코하마(카나가와)의 도큐전철 연선을 중심으로 들어선 ‘Concept Mansion’이 유명하다.
라피네 게바 맨션은 도큐가 자랑하는 뛰어난 디자인 설계와 역세권 입지로 젊은 층 특히 신혼부부들의 인기가 높다. 전용면적 40.94~46.14㎡로 구성됐으며, 월 임대료는14만8000엔~17만1000엔선이다.
실내는 바닥높이를 달리한 공간분할로, 원룸이지만 투룸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거기에 노출 콘트리트로 마감한 실내 벽체 때문에 시원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 도큐의 임대주택은 입지와 수요자 타겟에 따라 가장 적합한 디자인과 편의시설 등을 제공하는 컨셉주택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대기업 외의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지역을 기반으로 한다. 중소기업들은 새로운 컨셉의 임대주택을 개발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고령자들을 위한 ‘완전보장 임대주택’도 그 가운데 하나다. 말 그대로 고령자가 몸만 입주하면 된다는 컨셉이다. 입주자가 아무 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호텔급의 철저한 관리를 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경제력을 갖춘 고령자가 늘어나면서 이런 유사 컨셉의 임대주택들이 호응을 얻고 있다.
일본 대표 임대주택 관리사 에이블
일본 임대주택시장 구성원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관리전문 회사이다. 에이블은 일본의 가장 대표적인 주택임대관리회사이다.
이 회사의 대표이사 야나세 야스타카씨(45)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중개업은 다양한 사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재 에이블은 개발 및 관리 분야에도 진출하고 있으며, 일본의 대표적인 중개업체로 서브리스 사업과 부동산 관리업(PM)도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주식회사 에이블의 전신은 1968년 오사카후(大阪府)에서 창립한 대성건설. 1979년 7월 에이블로 사명을 변경했다. 자본금은 2622백만 엔에 종업원 수는 3200여 명에 이른다. 일본의 중개법인의 점포수는 아파망숍과 에이블로 양분되는데 에이블은 직영 431개와 프랜차이즈 352개 등 총 783개의 점포를 관리하고 있다.
사업분야별 매출구성은 중개업 비중이 41.8%, 중개관련이 33.5%, 임대관리가 19.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중개를 기반으로 하는 임대주택관리사업 자체보다는 임대 중개네트워크와 마케팅 및 홍보의 경쟁력을 갖추고 안정적인 운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에이블은 현재 임대주택 소유자 270만 가구의 위탁을 받아 관리 중이며, 온라인과 자체 발행하는 잡지 등을 통해 독보적인 홍보로 경쟁력을 갖췄다. 또한 중개업 외에 임대관리와 이를 토대로 하는 중개관련사업을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임대관리업무로 임대료의 수금·체납 보증, 24시간 긴급 대응, 퇴거시의 정산 업무, 건물 메인터넌스, 콜 센터·고객 대응 등 다양한 관련업무를 수행한다.
일본 임대주택 시장 참여자는 다양하다. 건설회사에서 중개회사에 이르기까지 여러 형태의 기업들이 시장을 나누어 갖는다. 물론 기업 규모나 참여 방식에 따라 그 지분은 크게 차이가 난다.
일본의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의 최근 추세는 임차수요와 투자수요를 연결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사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다양한 임차수요자에게 질 높은 맞춤형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임대주택의 잠재적인 투자자에게 안정적인 투자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일본 임대주택 시장의 변화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도 일본처럼 저출산 고령화 영향으로 사회경제적 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시스템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시장 환경은 유사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의 성격과 행동양식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보다 중요한 것은 전세시장의 관리일지 모른다.
굳이 월세제도를 정착시키고 발전시키려고 한다면 적어도 “결혼하려면 최소한 전셋집 한 칸은 있어야 한다”는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부터 바꾸어놓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