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구독신청 광고문의
  • 주택저널 E-BOOK
  • 광고 배너1
  • 광고 배너1
  • 광고 배너1
  • 광고 배너1
수익형 주택 하우징
·Home > 인사이드뷰 > 인사이드뷰
[광장의 건축 『쇼우부르흐플레인(Schouwburgplein)』]
광장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웨스트 에잇(West 8)의 걸작

네덜란드의 항구도시 로테르담에 위치한 쇼우부르흐플레인 광장은 현대의 가장 성공적인 광장건설 사례이자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주변도로보다 높게 조성된 직사각형 형태의 빈 광장으로서 야외무대로도 다양하게 사용된다. 4개의 조명조형물을 비롯한 시설물도 눈에 띄며, 특히 야경은 도시속의 신기루와 같은 장관을 보여준다. 쇼우부르흐플레인은 21세기 광장의 전형을 제시하고 있다.

글·사진 김석철(국가건축정책위원장·아키반건축도시연구원장)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시민 참여형 행사의 모습

 

 

광장은유럽 문화의 산물이자 유럽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리스, 로마와 같은 지중해 지역에서부터 유래한 광장은 유럽 대륙 전체에서 수 세기에 걸쳐 발전되었다. 유럽 외의 문화권에서는 공동체가 모이는 방식이 시장이나 대로와 같은 다른 물리적 형태로 표현되었지만, 현대에 들어와선 다른 대륙의 광장들도 대부분 유럽의 광장모델에 따라 구성된다.

 

시민들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활용된다.

 

유럽의 정체성은 극히 복잡하지만 그 근원에는 광장이 ‘대중에 의해 정의되는 유일한 물리적 공간’이라는 개념이 자리한다. 광장은 대중에 의한 통행, 회합, 상호인식, 의견교환, 권력의지의 표출과 시민혁명이 일어나는 장소이다. 광장에서 공개처형이 이루어졌고 종교집회와 같은 역사적 사건들도 이곳에서 일어났다. 광장은 다시 말해 대중이 사회적, 문화적으로 화합하는 열린 공간인 것이다.

 

콘서트등의 대규모 야외 행사가 열릴때 변환된 광장의 모습

 

유럽 전역에서는 지난 몇 십 년에 걸쳐 새로운 도심을 형성하기 위한 교외 신도시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유럽의 도시들에도 미국의 도시모델처럼 쇼핑센터, 스포츠스타디움, 위락시설과 같은 차량 위주의 시외곽 거점 시설들이 들어서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여전히 도시 광장은 명백히 도시의 옛 시민과 새로운 시민, 모두의 사회문화적 공동체의식을 확인하고 형성해나갈 수 있는 장소이다. 광장은 물리적 혹은 정신적으로 대중의 구체적 요구를 충족시켜 왔으며, 시간의 흐름을 겪으며 시대에 맞추어 끊임없이 스스로 진화해 왔다.

 

광장의 낮의 모습

 

 

주변보다 높아 다양한 야외무대로 활용

네덜란드의 항구도시 로테르담에 위치한 ‘쇼우부르흐플레인 광장(Schouwburgplein)’은 세계적인 조경회사 웨스트 에잇(West 8)에서 1991년부터 1996년까지 진행한 프로젝트로서, 현대의 가장 성공적인 광장 건설 사례이자 광장이 나가야 할 길을 제시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쇼우부르흐플레인은 로테르담 중앙역에서 남동쪽으로 약 500m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어, 지리적으로나 기능적인 측면에서 명실상부한 로테르담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쇼우부르흐플레인은 약 50m×140m 규모의 직사각형 형태를 가진 빈 광장으로서 주변 도로보다 35cm 정도 높게 조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 광장에 들어서면 주변공간과 확연히 구분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상점, 주요 공공시설, 오페라극장, 콘서트홀 등으로 둘러싸인 이 광장은 주변 거리 및 도로보다 높은 곳에 위치한 덕분에 야외무대로도 다양하게 사용된다. 설계자인 웨스트 에잇(West 8)은 쇼우부르흐플레인의 설계의도에 대해서, 이곳을 “일상생활을 위한 공공장소보다는 특별행사를 위한 공간”으로 계획했다고 말한다.

 

조명조형물의 모습에 영감을 주었다고 알려진 로테르담 항구의 모습

 

이 광장에 설치된 여러 시설물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특히 여러 요소들의 상호작용이 두드러진다. 쇼우부르흐플레인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마치 네 대의 대형 크레인처럼 서 있는 조명조형물들이다. 세계 2차대전 전, 로테르담은 유럽 최대의 무역항이었다.

 

설계자 웨스트 에잇은 로테르담 항구의 도크에서부터 붉은 거대한 조명조형물(35m)의 영감을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조명조형물은 유압펌프로 공급된 전력으로 빛을 발산하며 광장 방문객들이 직접 가동할 수 있다. 지하주차장을 위한 환기탑 세 개 또한 실험기술의 집합체이다. 낮에는 대형 디지털시계로 기능하다가 밤에는 부드러운 빛을 발산하다.

 

임시행사 장비들을 연결하는 데 필요한 시설들은 광장의 바닥면 지하에 위치해 있다. 이러한 기술적인 일을 처리하는 작업은 매우 까다로웠다고 한다. 지하시설을 광장의 포장면과 통합하기 위해 고리 형태의 터널을 파서 수도관과 여러 시설물들이 들어갈 공간을 만들었다. 수도와 전력, 광섬유, 전화선, 오디오, 기타 특별 행사에 필요한 시설들을 설치하기 위해 전기배선을 바닥과 벤치 아래에 두었다.

 

광장의 야간 모습

 

 

신기루같은 장관 연출하는 야경

유럽의 광장은 모두 그 바닥면이 배수를 위한 용도로 경사지어져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쇼우부르흐플레인은 바닥면이 완벽한 수평을 이루고 있는데, 그것은 플로어 아래 또 다른 플로어를 설치하는 방법으로 바닥면 사이에 배수로를 둠으로써 가능해졌다. 따라서, 웬만한 우천시에도 이 광장에는 물이 고이지 않는다.

 

바닥에 사용된 다양한 자재는 태양광과 공간의 다양한 관계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서쪽은 에폭시 수지로, 동쪽은 밝은 목재로 마감했으며, 중앙은 유공판과 목재로 처리했다. 대부분 인공적인 재료들이 사용되었는데, 길 건너편에 있는 가로수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식재가 사용되지 않았다. 이것은 이 광장이 주로 행사에 사용되는 공간이기 때문에 유지관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 크지만, 디자인적으로도 결코 어색하진 않다.

 

광장의 조명들이 신비로운 모습을 연출한다.

 

쇼우부르흐플레인의 야경은 매우 흥미롭다. 광장 군데군데 설치된 적절한 조명으로 도시경관의 요소들을 더욱 부각시키는데, 특히 조명조형물이 움직이며 광장을 둘러싼 주변의 건축물들을 비추는 모습이 매우 재미있다. 조명조형물 하나하나가 광장 바닥면을 비추면 전체 광장에 빛이 골고루 분산된다. 특히 이 곳에서 야외행사가 벌어질 경우 가설 조명탑들의 불빛과 어우러져 도시 속의 작은 신기루와 같은 장관을 보여준다.

 

쇼우부르흐프레인 곳곳에서 각종 행사들이 끊임없이 벌어진다.

 

 

21세기 광장의 전형을 보여주다

광장의 주인은 결국 시민들이다. 시민들을 위해 광장이 존재하는 것이지 광장을 위해서 시민들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광장이란 물리적 공간은 기능성 또는 조형성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물리적 공간에 시민들의 기억이 담기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우리는 이것을 장소라고 부르는데, 장소는 개인 또는 집단의 삶을 규정하는 힘이 물리적 공간이 아닌 그 안에 담긴 기억과 이야기들로부터 이루어진다는 것을 말해준다. 좋은 사람들이 좋은 장소를 만드는 것이 사실이라면 좋은 장소는 사람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우리의 도시에 좋은 광장이 필요한 이유이다.

 

광장은 도시라는 몸을 움직이는 관절과 같다. 거리라는 형태로 혈관을 연결하고 도시의 혼잡함에서 일시적이나마 손쉬운 도피처를 제공한다. 도시 광장이 현대 시민들에게 여전히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시민들이 접근하기 쉬운 잘 관리된 안전한 장소여야 하며, 적절한 채광과 조명을 제공함과 동시에 활력이 넘치는 매력적인 곳이어야 한다. 쇼우부르흐플레인은 이러한 좋은 광장의 필수요소들을 갖춘 21세기 광장의 전형을 제시한 훌륭한 작품이다.

 

 

왼쪽으로 이동
오른쪽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