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찬 여름, 더운 보양식 필요

한의학적으로 보면 일 년 중 여름은 양기가 가장 왕성한 시기다. 인체 또한 양기가 가장 왕성해져 그 활동영역이 체표로까지 넓어지지만, 오히려 체내의 양기가 허해져 속이 차가워지기 쉬우므로 덥다고 찬 음식을 과하게 먹으면 배탈, 설사가 난다. 이런 생리적 특성 때문에 우리 선조들은 여름철에 오히려 뜨거운 음식을 먹으면서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는 원리를 건강관리에 이용했었다.

여름철에 먹을 수 있는 보양식으로는 삼계탕, 보신탕, 추어탕, 오리탕, 꼬리곰탕, 장어, 낙지탕 등을 권할만하다. 무엇보다 자신의 체질에 맞는 보양식을 먹어야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소음인은 삼계탕이 좋아

소음인의 경우 삼계탕과 추어탕이 대표 보양식. 땀이 많이 나서 기운이 떨어진 경우 삼계탕이 좋다. 예전에는 인삼이 귀해서 황기를 넣기도 했으나 특별한 병이 없다면 인삼을 넣은 삼계탕이 더 좋다. 닭고기는 성질이 따뜻하고 소화기능을 왕성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어 찬 것을 많이 먹어 배탈이 잘나고 식욕이 떨어진 경우 좋다. 또, 장기간 병을 앓거나 무리해서 기운이 없고 입맛이 떨어져 회복이 더딜 때 식욕을 촉진해 기력을 되찾게 해 주는 보약이 된다.

소양인은 성질 찬 오리고기를

소양인의 경우 몸에 열이 많거나 화가 많아서 병이 되는데, 특히 여름철이 힘든 계절이 된다. 그래서 성질이 서늘한 돼지고기나 오리고기, 제철과일이 대표적인 보양식이라 할 수 있다. 몸이 차가운 냉증환자는 돼지고기나 오리고기를 옻추출물을 넣고 재웠다가 요리해서 먹으면 효과가 있다.

또 여름철에 많이 먹는 참외, 오이, 수박, 호박은 모두 박과(박科)에 속하는데, 성질이 차서 몸의 열기를 없애주고 섬유질과 칼륨이 많아서 대변과 소변을 잘 나가게 하는 효과가 있다. 다만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설사를 일으키기도 하므로 평소에 대변을 자주 보거나 대변이 묽은 사람은 한번에 200g 이상 먹지 않는다.

태양인은 해산물로 보양을

태양인은 소화흡수기능이 약해서 기름진 육류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문어나 낙지 등의 해산물은 태양인의 간 기능을 도와주는 보간음식이므로 수시로 먹는 것이 좋다. 여름철 열기를 식히는 데는 메밀로 만든 막국수나 냉면이 태양인의 위장기운을 보강해주므로 수시로 먹는다. 다만 너무 맵게 먹으면 그 효과가 약해지므로 단백하게 먹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여름철에 나오는 앵두나 포도도 태양인의 간 기능을 회복시키므로 자주 먹는 것이 좋다.

태음인은 채식으로 여름을 견디자

태음인의 경우 신진대사의 문제가 많은 경우로 비만이 되기 쉬워 육식보다는 채식으로 몸을 맑게 하여 여름철을 이겨내는 것이 좋다. 다만 심한 피로나 무기력증에는 장어나 꼬리곰탕이 여름 보양식으로 좋다. 장어는 몸에 허열이 있고 쉽게 피곤을 느끼는 사람, 어린이의 영양실조 등에 좋은 약이 되는 식품으로 단백질과 지방, 이온화된 칼슘이 많아 정력증진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태음인 가운데 몸이 차고 설사를 자주 하는 냉증환자들은 소고기에 무를 듬뿍 넣고 무국을 끓여서 먹거나 불고기나 갈비찜도 여름 보양식으로 좋다.

냉면과 콩국수, 어떤 체질에 좋나 

체질을 떠나서 여름철에 더위를 이기는 음식으로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이 바로 냉면과 콩국수이다. 냉면의 주재료인 메밀은 성질이 서늘한 특성이 있어 자신의 체질에 맞게 먹으면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해준다.

메밀은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나 가슴이 답답하고 변이 굳은 사람에게 좋다. 또 고기를 많이 먹으면 몸에서 후끈거리는 열감을 느끼는 사람은 물론, 고혈압 환자에게 적합하다. 하지만 소음인이나 일부 태음인 가운데 아랫배가 찬 사람은 물냉면 대신 비빔냉면을 먹거나 적게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콩국수의 콩은 성질이 차서 몸속에 열이 많은 사람들의 식품으로서는 가장 뛰어난 효과를 지닌다. 콩은 피를 맑게 하고 뭉쳐있는 피를 풀어주고, 열이 많아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질환에 사용할 수가 있다. 태음인 체질 가운데 육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콩의 섭취량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 입이 자주 마르고 물을 많이 마시는 사람에게 좋다. 하지만 몸이 찬 소음인 체질은 적게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달래

김달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에서 한의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경희대한방병원 사상체질과 과장, 사상체질의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활발한 저술, 강연, 방송 활동을 통해 사상체질의학을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저서로는‘의사도 못 고치는 만성질환 식품으로 다스리기’,‘명의가 가르쳐주는 마법의 체질다이어트’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