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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10년 만에 실현한 아지트 공간]
커뮤니티 북카페 하우스 '스몰굿씽'

10년 전 서울을 떠나 귀농을 감행한 안진구 씨(46).

몇 번의 도전과 실패를 반복한 그는 이제사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원주시 외곽에 살림집을 지으면서 1층에 실현한 북카페, ‘스몰굿씽’의 주인장으로 사는 이야기다.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촬영협조 스몰굿씽 070-8881-7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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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파벽돌과 목재, 스타코와 징크가 어우러져 따뜻한 풍경을 전하는 안진구 씨의 원주주택 전경이다.

 

 

 

강원도 원주시 판부면 서곡리. 한때는 논밭과 과수재배 농가가 즐비하던 자연마을이었다. 지금은 논밭 대신 경계가 반듯하게 구획된 아파트단지와 상업건물들이 들어선 원주의 신흥주거지로 변모했다.

 

안진구(46) 씨가 이 지역에 땅을 매입한 것은 7년 전이다. 터 앞에 야트막한 동산이 가로막고 있어 아늑한 게 좋았고 착한 땅값도 마음을 움직였다. 지금은 당시보다 두 배 가까이 토지가격이 올랐으니 그로서는 타이밍을 잘 잡은 셈이다.

 

‘원주 생활 10년차’라고 밝힌 그는 서울에서 공부하고 결혼하고 돈벌이를 해온 ‘전직 회계사’다. 누가 보아도 안정된 직업을 마다하고 귀농을 결행한 이유는 두 가지, ‘직업 스트레스’와 ‘생태적 삶에 대한 동경’ 때문이었다. 일 자체는 자유로웠지만 클라이언트에겐 ‘을’이 될 수밖에 없는 역할로 인해 도시생활은 긴장과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차 전국적으로 불던 귀농바람이 그를 흔들었다. 평소 책을 좋아하던 그는 생태주의 서적들에 감명을 받아 무작정 생태적 삶을 살아야겠다는 결심으로 생명·생태 사상이 태동한 원주로 이주했다.

 

 

 

▲10년 전 서울을 떠나 귀농 길에 올랐다는 안진구 씨.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북카페 ‘스물굿씽’을 열고 안착했다.

 

 

귀농 초기에는 아내와 어린 자녀와 함께 전기도 들어오지 않은 시골집에 정착해 그야말로 자연주의 생활에 도전했다. 원주에 본부를 둔 한살림에서도 활동했고, 직접 생태 농사꾼으로 살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오지에서 살기도, 농사꾼으로 살기도 만만치 않았다. 그의 도전은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남겼다.

 

서곡리 집은 안 씨가 좌충우돌 귀농생활 경험 끝에 얻은 절충의 산물이다. 시골살이의 꿈은 현실적 장벽에 가로 막혔고, 그렇다고 해서 다시 도시의 아파트로 회귀할 자신도 없었다. 그래서 찾은 곳이 여기 서곡리다. 원주시에 편입되어 도시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한적한 풍경이 있고 가까이 백운산 계곡과 서곡천이 흐르고 있어 쾌적하다. 더구나 점포주택을 짓는 게 가능한 용지여서 살림집과 함께 어느 정도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상업공간도 마련할 수 있었다.

 

 

 

▲해링본 패턴으로 멋을 낸 벽돌마당이 인상적이다. 파벽돌로 감싼 1층 북카페와 목재로 마감한 2~3층의 주택이 전체적으로 따스함을 전한다.

 

 

소박하고 빈티지한 넓은 마당이 있는 집

안 씨의 집은 크게 두 공간으로 짜여졌다. 일층은 온전히 북카페 공간이고, 2~3층은 살림집이다. “불로소득이나 다름없는 임대료에 의존해서 사는 게 별로 행복할 것 같지 않았다”는 안 씨는, 임대가구와 상가가 빽빽이 들어찬 주변 건물들과 달리 마당이 넓은 여유로운 단독주택 스타일을 구상했다.

 

넓은 마당을 얻기 위해 우선 남향 배치를 과감히 포기했다. 60평 남짓한 아담한 땅에서 남쪽 마당과 남향집을 고집하다가는 마당이 조각날 처지였다. 북쪽으로 물러앉은 건물이 일조권사선제한을 받게 되면서 마당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없이 따사로운 북카페 공간. 벽면에 칼 라손 그림과

낮고 푹신한 패브릭 의자가 어우러져 있다.

 

“북쪽으로 난 반듯하고 넓은 마당이 기대 이상으로 괜찮다”는 그는 남향집에 연연하지 말라고 당부하며, “남향집 로망은 아파트에 갇혀 사는 도시민들의 욕망에서 나왔다”고 진단한다.

 

그의 집은 주로 북쪽과 동쪽으로 열려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광이 잘 스며드는 실내는 밝고 활기차다. 과도한 통유리창을 지양하고 필요한 면에 적당한 크기와 모양의 창을 낸 것이 유효했다. 그렇게 얻은 마당으로 집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건물이 만들어준 그늘로 인해 한여름에도 시원한 마당을 즐기는 일석이조 효과를 보았다.

 

 

 

주변에 상가주택이 들어서 있다. 안 씨 집만이 여유로운 마당을 지녔다. 넓은 마당을 얻기 위해 남향집을 포기했다.

 

안 씨의 마당은 여백이 더 많다. “영국식 코티지 가든처럼 작은 정원을 가꾸며 사는 소박한 삶”의 로망을 이곳에 풀어낸 듯 보인다. 벽돌의 길쭉한 면을 세워서 헤링본 패턴으로 박아놓은 마당은 그 자체로 이국적인 풍경이다. 그 한 가운데 잎이 무성한 나무 한그루가 덩그러니 놓여 사색을 부른다.

 

카페와 마당 사이 땅을 파내고 만든 미니 연못이라든가, 담장 밑 작은 화단들에도 조용한 울림이 있다. 마당은 물론이고 담장과 1층 외벽을 감싸고 있는 붉은 파벽돌은 소박한 정원과 잘 어울린다.

 

집 밖에서 시작된 붉은 파벽돌은 카페 내부에까지 들어찼고 빈티지한 조명과 소품들까지 어우러져 매력적인 공간으로 완성됐다. 스웨덴을 대표하는 목가적인 화가 칼 라손의 그림액자까지 더해지자 공간은 한층 따스해졌다. 이 모든 인테리어는 안 씨의 구상에서 나왔다. 어린 시절 미술을 공부했다던 그의 저력이 공간 곳곳에 드러나고 있다.

 

 

 

북카페 주인장 안진구 씨는 이 북카페를 원주지역민에게 도움이 될만한 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공간으로

손님이 되어 카페에 가서 책 보는 걸 좋아하던 그가 이제는 북카페 주인장이라는 명함을 달았다. “서비스 마인드는 제로”라고 말하지만, 볶은 커피콩을 갈고 뜨거운 물을 부어 내 놓는 폼이 자연스럽다. 의자 하나를 배치할 때도 까다로운 손님의 입장으로 판단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카페 주인장이 되고픈 로망은 없지만, 책을 통해 교류하는 문화공간을 만드는 노하우는 있다”고 자신하는 그는 ‘커뮤니티 북카페, 스몰굿씽’이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스몰굿씽(A Small, Good Thing)’은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 제목이다. 소설가 김연수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이라고 번역한 바 있다. 우리는 어쩌면 별 것 아닌 것에서 위로를 받고, 별 것 아닌 것에서 위로를 찾기 위해 매일을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스몰굿씽’ 북카페 역시 그런 도움이 되는 공간이기를 바라는 주인장의 뜻이 담겼다.



 

나무 한그루만이 홀로 선 마당. 이곳에서 매달 그림작가 초청강연회와 연주회가 열린다.


 

북카페에서는 일반서점에서 만날 수 없는 독립출판물과 추천도서를 판매한다.

 


본래는 서점을 하고 싶었던 마음을 북카페로 누그러뜨렸다더니, 카페 벽면에 책꽂이를 짜 넣고 작은 서점을 열어 놓은 것이 보인다. 일반 서점에서는 구입할 수 없는 독립출판물을 비롯해 그가 추천하는 도서들이 전시, 판매된다. 카페 한 쪽에는 중고책 코너도 있다. 스몰굿씽의 회원들이 서로의 책을 돌려 볼 수 있도록 마련했다.


삼삼오오 모이는 독서모임 공간으로도 카페를 열어 놓았다. 그동안 개인 사무실로 사용해온 1층의 작은 방을 모임공간으로 리모델링 중이다. 이들 모임 회원에게는 찻값도, 책값도 할인해 준다.

 

벌써부터 ‘스몰굿씽’은 지역사회 책마니아들의 아지트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 지난 7월21일에는 사회적협동조합 그림책도시가 주관한 작가 초청 강연회가 이 카페에서 열렸다.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그림책 작가를 만나고 원주시향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10월까지 총 5회에 걸쳐 진행된다.

 


 

7월1일 공식 오픈했다는 북카페인데, 벌써부터 입소문이 나고 있다. 빈티지 인테리어도 입소문에 한몫을 한다.

 

 

외관과 동선 고려, 살림집과 카페의 조화 꾀해

1층 카페와 살림집은 의외로 잘 어울리는 조합을 보여준다. 1층 카페 위에 목재로 감싼 박스 부분이 살림집의 거실이다. 가족들은 마당만큼이나 넓고 탁 트인 거실에 모여서 책 읽고 담소 나누기를 좋아한다.

 

거실 옆으로는 욕심내지 않고 아담한 테라스를 냈다. 앞산을 전망할 수 있고 붉은 벽돌마당과 나무 한그루도 내다보인다. 2층 부부방과 3층 아이방은 모두 동향으로 배치됐다. 동쪽에서 뜨는 해를 맞으며 아침을 시작하는 것도 상쾌하다고.

 

귀농 초기 시골살이 경험이 집짓는데 나침반이 되어 주었다. 촛불이 바람에 흔들릴 정도로 외풍이 심한 집에서 살아보니 단열만큼 중요한 게 없더라는 것. 시골집에 대한 낭만이 산산이 깨졌다는 동갑내기 아내 오혜령 씨 역시 집은 실용적이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했다. 집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합리적인 목조주택을 선택한 것도 그런 이유다. 지금의 집은 창의 크기를 적당하게 조절하고 내외단열을 철저히 한 덕에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었다.

 


 

넓게 군더더기 없이 계획한 2층 살림집의 거실. 가운데 집성목 대들보가 지나간다.

 

 

 1층 카페와 살림집의 동선도 분리했다. ㄱ자집 중앙에 살림집으로 들어가는 전실을 두고 벽돌로 감싸 보다 아늑하게 출입구를 조성했다. 2~3층 살림집은 꼭 필요한 실만 만들었다. 1층에 남은 공간은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끔 집 현관과 분리되는 동선을 짰다. 이렇게 북카페와 살림집은 분리와 공존을 꾀하면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아내가 내게 준 시간은 앞으로 1년이에요. 그 기간 동안 북카페를 운영하면서 지속가능한지를 판단하라는 거죠. 대단한 계획은 없어요. 다만 문화 불모지나 다름없는 중소도시에서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그런 문화공간을 만들겠다는 목표는 있죠. 세상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들 얘기하는데, 아니더군요.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변하지 않는 것일 뿐, 변화를 생각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변화가 오죠. 지난 10년간 내 개인사에서 무수한 변화를 겪었기에 알겠더군요.”

 

행복한 삶을 찾아 서울을 떠나온 안 씨가 10년 만에 안착한 이 집,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집, ‘스몰굿씽’의 내일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거실과 마주보고 있는 주방도 개방감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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