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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가 함께 살고자 지은 집]
옛집 헐고 다시 태어난 누하동 다가구주택

서울 종로구 누하동에 사는 배성영(69) 씨는 

얼마 전 수십 년간 살아온 벽돌집을 헐고 5층짜리 다가구주택을 신축했다. 

장성해서 출가한 아들, 딸네 가족 등 삼대가 한 지붕 아래 모여 살기 위한 선택이었다. 

1층에는 상가를 두어 임대소득도 올리고 있다.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옛집을 헐고 다시 지은 누하동 다가구주택 이야기다. 서촌이 시작되는 누하동 도로변에 자리한 이 신축 주택은 오래된 도시형한옥과 붉은 벽돌집이 엉켜있는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배후에 두고 있다.

 

건축주인 배성영(69) 씨는 이 집터에서만 30년 가까이 살았다. 20세기 초 집장사들이 지은 도시형한옥에 이사와 3년을 살다가 허물고, 그 자리에 붉은 벽돌집을 새로 짓고 25년을 더 살았다. 어느덧 고희의 나이를 바라보는 그가, 또 다시 옛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게 된 사연은 이렇다.

 

“직장 잡고 결혼해서 흩어졌던 자녀들이 아빠 노후에 다시 뭉쳐서 재미있게 살아보자고 하더군요. 아들, 며느리, 딸, 사위까지 불러 모아 가족회의를 열어서 만장일치로 결정했어요.”

 

 

1 30년간 살아온 집 터에 삼대가 모여 살 수 있는 다가구주택을 건축한 아버지 배성영 씨 2 누하동 다가구주택의 전신은 햇살이 잘 들지 않던 붉은 벽돌집이었다. 

 

가족들에게 누하동은 고향 같은 곳이다. 한번 들어와 살기 시작하면 좀처럼 떠나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지금도 음식을 나눠먹는 정겨운 이웃들이 존재한다. 젊은 사람들이 아이들을 키우며 살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동네다. 주변 학교들도 많고 수송동계곡이며 인왕산이 가까워서 환경도 쾌적하다.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재래시장과 전철역까지 있으니 금상첨화.

 

그렇지만 배 씨의 옛집은 유독 춥기도 했고 고쳐 살려니 서로 독립된 생활을 하기도 어려운 구조여서 신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층마다 딱 한 가족씩 들어가 살 수 있도록 지은 다가구주택에 딸 민희(39) 씨가 제일 먼저 이삿짐을 풀었다. 맨 꼭대기 층이 그녀의 집이다.

 

▲배 씨의 딸 민희 씨 가족이 입주한 최상층 세대. 현관 뒤편에 아늑한 ㄷ자 주방이 자리한다.

 

 

건축면적 59.50㎡, 작지만 실용성 추구한 집

옛집을 허문 자리에 새집이 모습을 드러내자, 동네 사람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본래 집터는 도로보다 한참 꺼져 있어서 햇살이 잘 들어서지 못했다. 대지 규모도 122.2㎡에 불과해서 상담에 나선 건축설계사무소마다 들려주는 대답이 신통치 않았다. 실마리는 땅콩집 건축가 이현욱 소장을 만나면서 풀렸다.

 

“좁은 땅을 쓸모 있게 잘 계획하더군요. 층별로 세 집이 독립적으로 살 수 있으면서 예상치 못한 넓은 필로티 주차장도 얻었어요. 덕분에 상가도 수월하게 임대가 나갔지요.”

 

1층 필로티 주차장, 2층 상가, 3~5층이 주거로 이뤄진 다가구주택은 작은 가운데서도 살뜰한 공간계획을 보여준다. 층별 전용면적은 59.50㎡. 주택이 있는 3~5층은 발코니 부분을 확장해서 실내면적을 69.72㎡까지 확보했다.

 

실내 평면은 좁은 집에서 최대한 고른 전망과 채광을 확보하는데 신경 쓴 흔적이 엿보인다. 현관으로 들어서면 거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안으로 들어서야 긴 복도를 따라 줄줄이 늘어선 방으로 이동할 수 있다. 거실을 중심으로 방이 배치되는 우리나라 주택 구조와는 사뭇 다르지만, 좁은 집에서 각 실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비결이 되고 있다.

 

그밖에 천장의 몰딩을 없애고 벽과 가구를 흰색으로 통일해 한결 넓은 공간감을 연출하고 있다. 작은 방에는 붙박이장을 도입하고 거실 옆에는 널찍한 다용도실도 마련했다.

 

 

현관과 복도. 복도를 따라 실이 배치되기 때문에 방마다 채광이 좋다.

 

복도를 가운데 두고 방과 방이 마주 배치되어 있다. 붙방이장도 설치되어 있다.


 거실 옆으로 넉넉한 다용도실을 마련해 둔 것이 보인다. 욕실 뒤편이기도 하다.

 

 

 

 

주택 외관의 모습은 차분하다. 전체적으로 벽돌 패턴이 새겨진 밝은 색의 일본산 세라믹을 붙이고, 돌출된 입면을 붉은 계열의 리얼징크로 감싸 균형을 잡았다. 세라믹과 징크가 만나는 경계에는 목재를 덧대 따뜻함을 주고 있다. 최상층 지붕에 완만한 경사를 만들어 전체적으로 편안하면서도 모던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벽돌 패턴을 새긴 밝은 계열의 세라믹 외장재가 편안하면서도 눈길을 끈다.

 

 

 

 

 

 







 

 

 

 

 

 

 

 

 

 

 

 

 

누하동 다가구주택에만 있는 세 가지 매력

결과적으로 배 씨의 다가구주택에는 서촌 주택에서 보기 드문 세 가지가 갖춰져 있다.

첫째는 밝은 실내다. 서촌에 있는 집들 치고 밝은 집이 드물다. 지형상 서향이나 북향을 바라보는 주택이 많은데다, 지붕 낮은 한옥과 빌라들이 실핏줄처럼 공존하고 있어 집안에 햇살이 오래 들어서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에 비해 누하동 다가구주택은 지상에서 다소 높이 올라간 3~5층에 세대를 배치하고 세대 내부에는 복도를 따라 방이 늘어서는 평면을 도입해 모든 방과 거실, 주방에서 채광과 전망을 확보하고 있다.

 

 

아담한 거실이지만 양면에 창을 내어 밝게 조성하고 확장되어 보이는 효과를 노렸다.

 

 층별로 1세대씩 거주하게끔 계획했다.

 

 

둘째는 필로티 주차장과 상권의 공존이다. 서촌의 오래된 주택들은 주차장이 협소하거나 아예 없는 집들이 많다. 그러나 현 건축법은 가구당 일정한 주차대수를 배정하고 있어서 옛집을 부수고 다시 지을 경우 주차장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그러자면 필로티로 구성한 주차장이 자리를 잡아먹게 되고 길에서 접근할 수 있는 상가면적이 그만큼 협소해진다.

 

근린생활시설(상가)과 60㎡ 이하 3가구가 결합된 누하동 다가구주택은 법적으로 총 3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했다. 건축가는 도로보다 낮은 지형을 활용해 집 뒤편에서 진입하는 넓고 쾌적한 필로티 주차장을 만드는 동시에 상가가 전면에 드러나는 폭을 최대화해서 상권을 살려냈다. 상가가 도로보다 다소 높아지긴 했지만 계단을 두어 접근이 쉽도록 유도했다.

 

 

           ▲인도에서 상가와 주택으로 바로 진입할 수 있도록 계단을 설치했다. 건물 2층에 해당하는 상가는

보행로에서 잘 인지될 수 있게끔 건물 전면에 자리를 내주었다. 

 

카페가 입점해 영업중이다. 서촌마을 입구에 자리하고 있어 상권이 좋다. 벽체가 목조이기 때문에 편안한 느낌도 얻을 수 있다.

 




도로보다 땅이 낮은 점을 십분 활용한 설계가 돋보인다.

1층에는 건물 뒤에서 진입하는 필로티주차장을 만들어 넉넉한 주차공간을 확보했다.

 

 

셋째는 철근콘트리트 라멘구조에 목구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건축물이라는 점이다. 누하동 다가구주택은 건물 각 층의 철근콘크리트 바닥과 기둥을 제외하면 온통 목구조로 완성된 실상은 목조주택이다. 꼭대기층에 먼저 입주한 딸 민희 씨는 5개월 난 갓난쟁이를 키우면서 큰 덕을 보고 있다. 먼저 살던 아파트에서 엿보이던 아기의 태열이 사라지고 가습기를 틀지 않고도 건조한 계절을 잘 보내고 있다.

 

이 모든 게 말이 쉽다 뿐이지, 첫 설계안을 만든 후 구청 건축과를 설득하기까지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누하동 다가구주택은 약속한 삼대 가족이 오랜 기다림과 끈기 속에 얻어낸 선물같은 집이다.


누하동 다가구주택은 철근콘크리트 라멘구조에 목구조를 접목한 하이브리드 주택이다. 층간 바닥과 기둥만 철근콘크리트로 만들고, 모든 벽체와 지붕은 목구조 방식으로 시공했다.

 

 

 

■PLAN

위치 서울 종로구 누하동 230

대지면적 122.2㎡

지역지구 제2종 일반주거지역, 제1종지구단위계획구역

              과밀억제권역 상대정화구역

규모 지상5층

구조 철근콘크리트 라멘구조

용도 단독주택-다가구(3가구)

건축면적 69.72㎡

연면적 228.96㎡

층별면적 1층-주차장 62.15㎡ 2층-제2종근생시설 58.40㎡

            3층-1가구 59.40㎡(발코니 확장후 69.72㎡)

            4층-1가구 59.40㎡(발코니 확장후 69.72㎡)

            3층-1가구 50.76㎡(발코니 확장후 61.08㎡)

건폐율 59.2% 용적률 196.78%

최고높이 14.08m 주차대수 3대

설계 광장건축사사무소 이현욱

시공 디엔와이하우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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