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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철 교수의 도시건축 이야기]
반만년의 꿈, 한반도 다국적도시

러시아, 중국, 북한의 국경이 접해 있는 두만강 하구 일대는 태평양으로의 진출로이자 유라시아의 진입로로써 지경학적 요충지로 부상하고 있으며, 21세기 신평화 공동체를 암시할만한 ‘어반 유니온(Urban Union)’의 최적지이다. 이곳에 남과 북이 주도하고 세계자본이 참여해 국제공항과 항만, 운하, 배후산업단지 등을 갖춘 국제도시를 건설하면 21세기 동아시아의 핵심도시가 될 수 있다.

글·사진 김석철(국가건축정책위원장·아키반건축도시연구원장)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세계 광역경제권역 분석도

 

 

프롤로그

고대로부터 번성한 도시들은 지하자원은 물론 대지, 물, 태양 등 모든 환경 요소가 갖추어진 곳에 형성되었다. 두만강 하구가 그러한 곳이다. 이곳을 거쳤던 유목민들은 결국 백년 혹은 몇백년을 단위로 회귀했으며, 어떤 종족은 정착하고 번영하여 만주와 시베리아와 북경지역까지 뻗어나가 지배계층이 되기도 했다. 풍부한 수자원, 경작 가능한 대지, 다양한 광물자원을 토대로 두만강 하구는 구석기시대부터 청동기 및 철기시대까지 거대한 유라시아 대륙을 이루는 문명의 근간 중 하나가 되었다.

 

역사적으로 두만강 일대는 고구려, 발해, 여진의 땅이었으며, 이제는 조선의 땅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이 대동아공영권 건설을 위해 함경도를 기점으로 러시아로 진출하려던 야욕을 가졌던 곳이었으며, 의화단 사건을 계기로 러시아가 20만 대군을 이끌고 만주를 점령한 뒤 중국대륙의 바닷길을 봉쇄한 곳이기도 하다.

 

 

한반도와 주변 3국 분석도

 

당시 기록을 통해 조선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사행천을 이루는 두만강의 하구와 그곳을 가르는 3국의 국경의 관계만큼이나, 두만강 하구 영토권의 역사는 한 번에 파악하기 힘들다. 모두가 가지지 못해 자연 그대로 방치된 아이러니의 땅이 현재 러시아, 중국, 북한의 국경이 접해 있음은 물론 태평양으로의 진출로이자 유라시아의 진입로로써 지경학적 요충지로 부상하고 있다. 이곳이야말로 유라시아의 게이트시티로서 21세기 신평화 공동체를 암시할만한 ‘어반 유니온(Urban Union)’의 최적지이다.

 

“우리(러시아) 국경의 마지막 부분은 조선과 접해 있다. … 조선의 상황은 매우 특별하다. … 우리는 조선 문제에 있어서 매우 신중해야 한다. 우리 러시아가 조선을 합병할 필요까지는 없으나, 어떠한 구실로도 그곳에 강력한 일본 또는 여타 열강이 세워지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된다. 최선의 방안은 조선이 독립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알렉세이 니콜라이비치 쿠로파트킨, 러일전쟁, 심국웅 옮김, 서울 :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2007. pp.38~39)

 

 

유럽-유라시아-한반도 분석도

 

두만강 하구의 잠재력을 이용하여 중국, 러시아, 남한과 북한이 공동으로 개발을 주도하고 세계자본이 참여하는 다국적 도시개발이 이루어지면 이곳은 21세기 동아시아의 핵심도시가 될 것이다.

 

북한과의 관계도 잊어서는 안 된다. 역사적 울분을 차치하고서라도 건강한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경제수준과 남한의 경제수준이 비교적 균등해야 한다. 그렇기에 두만강 하구는 북한을 부자나라의 반열에 올라서도록 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이제 북한이 경제 기적을 달성할 수 있는 길은 오로지 도시 건설에 달려있다고 본다. 북한에서도 이미 여러 곳에 경제특구를 만들었지만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였다. 국토의 인프라가 충분히 건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 전체를 발전시키기보다는 가능성이 큰 지역에 집중 투자해서 추동력을 일으키는 방법으로 전환해야 한다. 발전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은 요충지는 바로 두만강 하구이다.

 

 

동북아시아 경제권역 및 철도망

 

한반도 다국적도시의 계획안

 

●원형성채

두만강 하구는 3국의 접경지역이다. 한반도에서는 함경도가 여기에 해당하고, 중국은 훈춘,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토크가 해당한다. 동해와 태평양까지 고려한다면 일본과 미국도 접경지역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곳에 인접한 각국의 도시들은 묘한 공통점을 가진다. 각국의 중앙정부로부터 상당히 이격되어 있으면서도 군사적 요충지라는 점이다. 이 일대는 각국의 도시들이 뭉쳐도 될 만큼 변방 중의 변방이다.

 

 

동북3성과 극동5개주 경제규모

 

 

한반도 다국적도시의 광역 지도

 

국가란 군수산업과 생존사업 중심의 거대한 인간 공동체이다. 국가 중심이 국가 전체를 통제하는 상황에서 국가 정치 중심지인 수도권이 국가적 ‘대립’의 요체라고 했을 때, 각 국의 수도권과 상당히 이격된 이곳 두만강은 오히려 새롭고 혁신적인 비전을 전망할 수 있는 ‘화합’의 장으로 볼 수 있다. 모든 인간 공동체는 본질적으로 평화의 의지가 있다. 각국의 사각지대였던 이곳이야말로 교육과 문화로 무장시킴으로써 초국가적 파워를 지닌 이상적인 인간 공동체로 거듭나게 할 수 있는 곳이다. 게다가 두만강 하구 주변 인구 50만~150만 사이의 소외된 도시들 또한 ‘두만강 하구 다국적도시’와 기능적으로 네트워킹 된다면 도시의 구심적 · 원심적 활기에 힘입어 함께 살아날 것이다.

 

 

한반도와 동아시아 주변국들

 

이 일대에 러시아 땅 100만평, 중국 땅 100만평, 북한 땅 100만평 등 총 300만평의 한국과 일본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다국적 도시를 구상한다면, 고대의 바그다드나 시안만한 세계적 도시를 이룰 수 있다. 도시의 외곽을 형성하는 원형성채는 수십만의 주거공간을 포함하며, 내부는 운하와 철도가 순환하는 다층 구조로 이루어진다.

 

도시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중국의 팡촨공원은 세계적 관광지로서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핫산호 인근의 구릉지를 이용한 스키장, 두만강 측의 골프코스, 대규모 동양정원 및 호텔 등 다양한 휴양시설이 팡촨공원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남측으로는 시장과 광장을 세워 배후공업단지와 연결한다면 광장·시장·공장의 관계가 유기적으로 집합된 최고의 인간 공동체로 만들어질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베리아, 연해주, 북한의 문화 및 교육 시설에 우선적으로 투자하여 고급인력 육성에 집중함으로써, 문화 및 교육활동과 경제활동을 유기적으로 작동시켜 탄탄한 도시 발전의 근간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공항공단·운하철도

원형성채와 동해 사이에는 바다와 갯벌이 뒤섞인 1억 평의 대형 토지가 있다. 지질적으로 토지 매립이 용이한 곳이다. 공장과 철도, 공항, 운하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융합된 3차원 공간의 도시를 만든다면, 물류와 인간의 흐름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도농공복합’이 가능한 곳이다.

 

역사적으로 이곳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 대한제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얽혀 있던 곳으로 정치적 이권 다툼이 거세던 곳이다. 이후 세계의 이목이 멀어지긴 했으나, 21세기에 들어와 두만강 하구는 중앙아시아로의 관통로인 TMR(만주횡단철도), TSR(시베리아횡단철도)이 일본, 러시아, 중국, 한국의 중간지대인 두만강 일대와 연결되면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초고속 교통망이 확보되어 유라시아 내의 자원소통이 원활해짐으로써 부존자원, 특히 자연자원이 더욱 효율적으로 유통 및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1 해외 관문도시 사례_이스탄불 2 해외 관문도시 사례_베네치아

 

 

해외 관문도시 사례_로테르담

 

먼저 에너지 자원 중 러시아의 천연가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의 가장 큰 시장은 한 · 중 · 일 3국이다. 최대 소비국인 한국과 일본은 특히 근거리에 있다. 이곳 두만강 하구에 천연가스 저장기지 및 유통시설을 건설하면 에너지 공급원의 기항지로서 한국과 일본 전역에 신속하고 경제적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식량에도 주목할 수 있다. 동북3성과 연해주는 세계적 곡창지대이다. 인간 공동체 삶의 필수요소인 물과 식량, 에너지 중 식량과 에너지는 지역적 편중이 심하다. 더구나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20세기 초반에 비해 동일한 면적에서 몇 배나 많은 식량을 생산할 수도 있다. 농업에 항공을 결합한 산업을 개발한다면 예상치 못한 경제적 효과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개발된 농축산 물류가 동해로 연결되면 한국은 물론 태평양을 통해 일본과 미 대륙으로 바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지하자원도 중요하다. 세계 광물자원의 1/3이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 일대에서 발견되고 있다. 심지어 북한은 세계 희귀 광물이 나는 곳이기도 하다.

 

 

한반도 및 환태평양 관문도시 개념 다이어그램

 

러시아의 에너지, 중국의 농축산물, 중앙아시아 및 북한의 광물자원 등이 모이고 팔려갈 수 있는 교통시스템과 공동시장을 그려봄으로써 두만강 하구를 진정한 동북아 에너지 코어 시티로 만들어보고자 한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의 굴포 항만공단에서 10km의 운하철도를 만들어 성채 내부로 이어지게 하고 기존 고속철도를 이용해 TSR과 연결하여 중국과 러시아 대륙 깊숙이 뻗어갈 수 있게 하고자 한다. 아울러 철도운하에 인접한 번포호수 변으로는 국제공항과 농업 및 각종 산업에 필요한 항공시설도 유치되면 인접 국가뿐 아니라 유라시아 및 세계 물류의 교역과 승객 이동의 허브가 될 것이다.

 

 

한반도 다국적도시 구성 및 규모 현황표

 

●부유식 심해항만

세 나라의 접경지대인 두만강 하구의 획기적인 도시화, 산업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세계와의 교역로 확보가 우선 과제이며 세계물류의 흐름을 타려면 동북삼성, 시베리아와 연해주, 한반도, 일본열도 서부해안을 아우르는 국제항만도 필요하다. 중국이 50년 임대 계약을 한 나진 · 선봉 특구는 국제항만이 되기에는 시베리아 철도와 연계가 쉽지 않고 배후단지의 스케일에도 문제가 많다.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나진 · 선봉 경제 특구화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도 두만강 하구 도시를 필수 사업으로 만들어야 한다. 북한이 이루려 하고 있는 나선특구는 동북3성과 동해를 잇는 물류 특구이나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연결하지 못하면 세계적 경제특구라 하기 어렵다.

 

 

한반도 다국적도시 항공사진

 

두만강 하구는 유럽과 아시아를 관통하는 세계 최대의 철로 망과 북극과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세계 최대의 뱃길이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20만톤급 화물을 운송하는 대형 해운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심해항과 배후산업단지의 확보는 국제항만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다행히 두만강 하구 굴포와 번포 일대에 베네치아의 라구나만한 특별 공간인 내해가 있어 국제항만 건설의 가능성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

 

 

한반도 다국적도시 조감도

 

사실 두만강은 얕은 수심과 겨울철 동결로 조운과 주운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러나, 굴포리 앞 수심 20m의 바다에 부유식 방파제로 국제항만을 건설하여 화물항과 크루즈항의 역할을 하게 하고, 운하와 철도로 원형성채와 연결하면, 경제적인 항만 건설과 운영을 유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물류와 관광의 강력한 흐름을 만들어내어 로테르담 못지않은 선형 항만도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에필로그

DMZ 세계평화공원은 남과 북의 문제이긴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동북아 전체의 화해와 협력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다. 두만강은 한반도의 끝이면서 시작인 곳이다. DMZ가 통일의 마중물과 같은 의미를 지닌 곳이라면 두만강변은 통일을 가져올 수 있는 구체적인 도시사업이 가능한 곳이다. 국제적인 관심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DMZ 못지않은 전략적 위치인 두만강 하구에 글로벌 도시창조를 이루어 내야 한다. 그리고 한반도 다국적 도시 제안이 그 시금석이 되길 바란다.

 

본 ‘한반도 다국적도시’ 제안은 지난해 말 중국 사회과학원과 칭화대학 주최의 학술회의에서 발표한 것에 회의를 통해 제시된 여러 의견을 더하여 완성한 안으로써, 지난 3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한국정책재단 주최 ‘동북아 평화번영을 위한 두만강 유역 개발전략’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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