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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형 주택 하우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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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새로운 주거공동체가 온다②'구름정원사람들' 협동조합주택]
집 공유! 은퇴 후 일자리도 공유!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의 1호 협동조합주택 ‘구름정원사람들’.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함께 도모하자는데 뜻을 모은 8세대가

함께 살아갈 공유주택을 짓고 미래의 일거리 설계에 나섰다.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북한산 둘레길 8코스(구름정원길)이 지나가는 서울 은평구 불광동 25번지, ‘구름정원사람들’이라는 팻말을 내건 새 하얀 주택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등산복차림의 행락객들은 영락없이 가던 길을 멈추고 건물 주변을 기웃거린다. 북한산근린공원 불광공원매표소 아래 등장한 새 집의 정체성이 궁금하거니와, 주변의 주택과는 남다른 생김새가 호기심을 일으키는 모양이다.

 

511㎡(154평) 규모에 지하1층, 지상4층 규모로 건설된 주택에는 총 8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지하1층과 지상1층은 상가로, 1층에는 ‘구름정원카페’가 영업 중이다. 2~4층에는 8세대의 개별주택과 모든 가구가 함께 쓰는 마을회관이 어우러져 있다.

 

▲주택은 북한산둘레길 8코스 중간에 자리한다. 집 앞에 북한산근린공원과 연계된 마을 공원이 있어 쾌적하다. 지붕에 태양광발전 설비를 해놓은 것이 보인다. 그밖에 단열과 창호 시공에 만전을 기했다.

 

지난해 10월25일 준공식을 치르고 입주 6개월 차를 맞이한 이 주택은 여러 가지 이유로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우선 입주예정자들이 출자한 자본으로 건설한 민간 협동조합주택이라는 점이다. 입주자들이 합의한 내용도 눈길을 끈다. 구름정원사람들협동조합 하기홍 이사장은 “구름정원사람들은 △패시브하우스를 지향하자, △코하우징(공유주택)을 실천하자, △미래일자리형 협동조합주택을 만들자, △이웃에 열린 공간이 될 수 있는 도시주택을 짓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뒤편에서 바라보면 오각형 형태의 주택이 드러난다.

 

 

협동조합주택에 코하우징을 담다

구름정원사람들 협동조합주택은 하기홍(58) 이사장이 오랫동안 살던 집터를 시세보다 싸게 내놓으면서 출발하게 되었다. 2013년 하반기 8세대를 모집한 후 2014년 4월 초 기공식을 거쳐 10월 말 입주하기까지, 구름정원사람들은 30여 차례가 넘는 조합원 모임을 통해 어느새 한 식구처럼 스스럼없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사업설명회를 시작으로 설계의 기본방향과 상가운영방안도 함께 논의하고 결정했다. 개개인이 원하는 주택을 발표하고 이를 수렴한 설계안을 토대로 협의를 진행하는 과정도 꼼꼼히 밟아 나갔다. 함께 살면서 발생하는 갈등관리라든지 협동조합주택에 대한 교육도 빼먹지 않았다.

 


부유하는듯 떠 있는 계단실이 인상적이다. 천창과 테라스 등을 두어 자연채광이 가득한 쾌적한 공간을 만들었다.

 

4층의 복도와 계단실. 층마다 공유할 수 있는 외부 테라스가 자리한다.

 

이렇게 완성한 주택은 각 세대별로 개성을 담으면서도, 마을회관이라든가 세탁실, 테라스, 상가를 공유하는 공유주택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요구에 따라 복층 주택과 단층 주택인 세대가 어우러져 있다.

세대별 부담금은 평균 3억2550만원. 각 세대의 전용면적이 18평으로 같고, 상가는 10.5평씩 부담금을 나눴다. 전용면적이 18평이라고 해도, 확장면적이 5평에 달하고 다락층 등을 반영해 실제 활용공간을 넓혔다.

 

4층에 마련된 구름정원사람들의 마을회관. 손님들의 게스트하우스로도 사용하고, 지역사회 모임에도 개방하는 등 열린 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집을 통해 인생 이모작 추구, 실버형 공유주택

구름정원사람들은 실버형 공유주택이라고 볼 수 있다. 입주자의 평균 나이는 52세. 하 이사장이 58세로 최고령이고, 막내가 45세다. 아직은 소설가로, 국어교사로, 학자로, 현재는 일선에서 모두 활동 중이지만, 머지않아 맞이할 노후의 생활을 대비해야 하는 연령이다.

 

집 주변으로 적송군락과 공원이 펼쳐져 있어 집집마다 아름다운 전망을 누릴 수 있다.

 

이들이 협동조합주택을 통해 찾은 노후대비 방안은 크게 3가지다. 우선 상가를 임대해서 나오는 임대수익을 배분하는 것이다. 3개로 구획한 상가 가운데 이미 상가 한곳이 카페로 임대되어 임대료만으로도 건물관리비를 충당할 수 있게 되었다.

 

구름정원사람들 1층에 입점한 협동조합카페 ‘구름정원’. 바리스타 교육을 받다가 알게 된 불광동 주민들이 출자하여 차린 카페다.

 

또 하나는 훗날 마을형기업을 직접 창업하는 것이다. 상가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창업에 드는 자본금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노후의 소일거리가 된다. 세 번째는, 마을회관의 활용이다. 4층 전망 좋은 곳에 자리한 커뮤니티공간에 외부기관의 세미나나 모임을 유치할 수 있다. 주방 설비와 온돌 바닥까지 갖추고 있어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하는 데도 손색이 없다.

 

한걸음 더 나가, 구름정원사람들은 이웃에 열린 주택을 지향한다. 마을회관을 불광동 동네사랑방으로 활짝 열어두고, 불광동 23번지 일대 주거환경관리사업에 참여하며 살고싶은 동네만들기에도 나서고 있다.

 

 

Interview

 구름정원사람들협동조합 하기홍 이사장

“공동체성 회복하니 주거만족도 높아졌어요”

 

부지를 제공하고 조합원으로 참여, 401호에 입주해 살고 있는 구름정원사람들 협동조합주택 하기홍(58) 이사장을 만났다. 2013년 6월 공정건설의 기노채 이사장과 함께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을 출범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현재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을 통해 전국적으로 다양한 유형의 협동조합주택이 추진되고 있다.

 

 

 

협동조합주택을 결성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지금 집터에는 우리 부부가 20년간 살던 단층집이 있었어요. 공기 좋고 참 살기 좋은 곳이지요. 그런데 이 지역 일대가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동네사람들이 다 떠나가고 공동체는 파괴되었죠. 안타까워하던 차에 때마침 구역해제가 됐지 뭡니까. 그래서 은평구에 공동체주택을 지어서 어울려 살아보고 싶다는 평소 생각을 얼른 시도했지요.

 

입주자모집은 어렵지 않았는지요.

8세대 모집하는데 40세대가 왔어요. 비슷한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적잖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죠. 안타까운 점은 공동체주택에 대해서는 공감하는데, 부담금을 감당하기 어려워서 함께 할 수 없는 지원자가 많았다는 거예요.

 

구름정원사람들은 인생이모작을 고민한다고요.

애초에 우리 협동조합주택은 다가오는 퇴직 이후 인생 이모작을 함께 만들자고 공표했어요. 앞으로의 인생은 투잡, 쓰리잡이 필요하죠. 이왕이면 거주지 중심의 인생이모작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주택 밑에 상가를 둔 것도 그 때문이에요. 입주자들이 직접 또는 임대 형식으로 마을기업을 운영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해 은퇴 이후의 노후 생활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게 한 것이죠.

협동조합은 공동체이면서 기업이기도 하죠. 어떤 일자리를 만들 것인지도 함께 고민할 것이고, 지역과 함께 할 수 있는 부분도 찾아나갈 것입니다. 지금도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입주 후 만족도는 어떤가요?

공동체성을 회복하면 삶이 한결 편안해진다는 걸 느낍니다. 8세대가 번개모임도 하고 정기모임도 하면서 식구처럼 살아가고 있죠. 우리 주택에는 1인가구인 세대도 3집이나 있는데, 심리적으로 더 편안하다고 해요.

 

각자의 집은 철저히 자신의 세계인만큼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세대마다 개별 설계를 다 거쳤고 만족도도 높아요. 무슨 일이든 결정을 서두르지 않는다는 것도 철칙이에요. 충분히 합의를 거친 후에 진행합니다.

 

불광동 주거환경관리사업에도 참여하네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재개발재건축 바람에 휘둘리는 은평이었어요. 지금의 은평구는 전면철거식 도시개발 방법이 아닌 주택의 보존ㆍ정비ㆍ개량 방식으로 거주민의 정주권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주거여건을 개선해 나가려 하고 있죠.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역량입니다. 잠깐 지원받을 때만 반짝해서는 좋은 마을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구름정원사람들에서 출발한 작은 커뮤니티가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불광동이 어떤 마을이 되길 바라는지요.

우리 마을엔 어린이놀이터도 없고 놀이방도 없어요. 그러니까 노인들만 살죠. 이제는 신혼부부도 와서 살기에 부담 없는 마을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 마을은 북한산이라는 천혜의 자원이 있어요. 이 북한산을 사랑하는 형태의 마을을 만들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힐링과 친환경의 대명사격인 커뮤니티 마을로 변화해서 누구든 와서 살고싶은 마을이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 주택협동조합 전망은 어떨까요?

큰 비용이 드는 주택 문제는 개인이 해결하기 어렵죠. 그래서 지방자치단체 같은 공공기관이 먼저 공동체주택에 접근할 수 있도록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 겁니다. 지금의 협동조합기본법은 민간이 주택협동조합을 만들기 힘들게 되어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동조합주택이 전국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만큼 발빠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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