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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주택시장의 미래]
일본은 한국의 미래가 아니다

한국과 일본은 닮은 듯하지만 또한 많이 다르다.

생애 최초로 마련하는 주택의 수요에서부터 선호하는 주택의 형태도 다르다.

임대주택의 형태도 일본은 월세가 생활화된데 비해 아직 우리는 전세선호 현상이 높다.

종합부동산사의 도입도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다.

일본이 우리 주택시장의 미래에 참고가 될 수 있겠지만, 미래라고 단정하기에는 다른 점이 너무 많다.

최승철(이룸디앤씨 이사)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 후루야마 아키코(38, 주부, 일본 와카야마현)과의 짧은 인터뷰 하나.

 

한국은 음인가요?

“아니오. 세 번째입니다. 서울과 강원도를 가보았습니다. 이번엔 서울 관광만 합니다.”

 

한국이 재미있나요?

“재미있습니다. 일본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많아서 늘 재미있습니다. 음식도 맛있고 시장 다니는 게 좋습니다.”

 

한국의 집들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처음에 모두들 아파트에 사는 게 신기했습니다. 지금은 한국 주부들이 부럽습니다. 최신식 아파트에 살고 있으니까요.”

 

일본에서는 어떤 집에 사시나요?

“와카야마성 부근의 주택가입니다. 오래 된 목조주택이어서 아무래도 아파트 보다는 불편하지요.”

 

지난 해 가을 남대문 시장에서 쇼핑을 하던 아키코는 일본의 집에 관해 꽤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일본인들 대부분 단독주택을 선호한다는 것, 집값이 비싸 무척 오랫 동안 금융 부담에 시달린다는 것 등등. 그녀는 깡통 아파트 때문에 걱정이 태산인 한국 주부들의 더 큰 고민을 아직은 모르는 모양이었다.

한국과 일본. 닮은 듯 하지만 너무 많이 다른 두 나라다. 한국과 일본의 주택시장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닮은 듯, 그러나 달라도 너무 많이 다르다. 그래서 일본이 한국의 미래라고 판단하는 건 너무 위험한 일이다.

 


일본인의 첫 번째 집은 임대주택

한국과 일본 주택시장의 차이는 수요자들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주택 수요자들인 국민들의 주거취향이나 라이프스타일이 다르고 시장의 특성도 다르다.

10년전 일본 쓰쿠바 학원도시에서 공부했다는 임철주씨(38, 프리랜서 작가). 그가 일본에 처음 갔을 때 놀라웠던 것은 철저한 ‘와리깡 문화’였다. 학교 친구들끼리 함께 식사를 할 때 누군가 나서서 사는 법 없이 각자 1엔 단위까지 계산해 자기 몫을 내는 게 신기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라이프사이클이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됐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독립해 나오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더군요. 집에서 대학을 다니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학교 근처에서 나와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학비는 본가에서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았지만 생활비는 대부분 자기들이 벌어서 쓰고 있었습니다.”

자녀의 독립 시기는 주택시장에선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생애 최초 주택 수요자의 연령과 주택 형태, 그리고 수요의 크기 등의 요인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최근 임대주택 공실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것은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청년 실업률이 높아져 부모에게서 떠나지 못하는 20-30대가 크게 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인들의 라이프사이클에서 가장 먼저 갖게 되는 주택은 ‘아파토’다. ‘아파토’는 Apartment의 일본식 발음인데 주로 월세 임대주택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아파트를 일본에선 ‘맨션’이라 부른다.

아파토는 갓 독립한 젊은이들에게는 최적의 주거형태다. 목돈 들이지 않고 손쉽게 입주할 수 있는 데다 매달 벌어서 월세를 내면 되기 때문이다. 좁고 낡은 집에서 그들은 자신만의 삶을 시작한다.

일본의 월세 시스템은 그 역사가 매우 길다. 우리나라의 전세가 19세기말부터 자리잡기 시작해 150여년을 이어온 것처럼 일본의 월세도 에도시대 이래로 관습과 제도로 정착돼 왔다. 전세에 비하면 들고 나는 것이 훨씬 편한 것이 월세의 특징이다.

 

우리나라의 전세처럼 월세 제도만의 관습법도 있다. 보증부 월세가 아닌 완전한 월세지만 입주할 때 시키킹(敷金), 호쇼킹(保證金), 레이킹(禮金)이란 걸 낸다. 시키킹은 일종의 보증금인데 통상 한달치 월세. 집을 나올 때 파손된 집기나 비품 등의 수리비를 제하고 돌려받는다. 하지만 정산하다 보면 받을게 별로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호쇼킹도 한달치 월세 정도를 낸다. 월세를 못낼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다. 이 역시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레이킹은 집 주인에 대한 사례비다. 집을 빌려주어서 고맙다는 의사 표현을 한달치 월세로 대신한다.

 

민긴 임대주택의 경우 두세달치 월세에 해당하는 정도의 금액만 내면 언제든 들어갈 수 있고 또 언제든 나올 수 있다. 독립하는 젊은이들이나 이동이 많은 직장인들에게 최적의 주거가 되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 버블 붕괴 후 민간 임대주택 전문회사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보다 손쉽고 편리하게 임대주택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버블 붕괴후 임대주택 관리업 급성장

지금 우리 정부가 일본 주택시장에서 이식해 오고 싶어 하는 것은 임대주택 서비스 시스템이다. 아주 매력적이다. 일본엔 자신 및 타인 소유의 주택을 임대하고 전문적으로 운영 관리하는 서비스 시스템이 잘 정비돼 있다. 이를 통해 전체 주택의 22%를 차지하는 임대주택의 양적 수급과 질적 관리가 동시에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

건설회사나 공공부문에 의해 일정 기간 동안 임대된 후 팔아치우는 공적 임대주택 제도와 부동산 중개업소 위주로 이루어지는 전세거래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일본에 민간 임대주택 서비스가 체계화되고 기업화되면서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은 버블 붕괴 후부터다. 도심의 임대주택용 택지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민간의 임대주택 공급이 확대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임대주택사업자들이 토지를 매입하거나 빌려서 임대주택을 공급해도 적정한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부동산 투자의 수익 모델이 투기 수익이나 자본 수익에서 운영 수익 중심으로 바뀌게 된 것이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집이나 땅 등 부동산을 가지고 있어 봐야 돈 벌 일이 없게 됐다. 오히려 급할 때 처분이 되지 않아 부담만 되는 상황이 늘었다. 전통적으로 부동산 소유의식이 강했던 일본인들의 생각도 변했다.

 

1990년대에 이미 주택보급률 100%를 넘어선 터라 주택재고 또한 여유가 있었다. 임대주택사업이 활성화될 토양이 마련된 것이다.

일본 산업계는 분야를 막론하고 경제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소비자의 니즈를 찾아내 그 대안을 제시하는 데 발군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 버블 붕괴후 주택산업계가 주목한 것은 수요자들의 니즈의 변화였다.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인 임대주택 시스템이 탄생했다.

 

임대주택 관리사업은 자기 소유의 주택을 임대하는 유형과 타인 소유의 주택을 위탁받아 임대 관리하는 유형으로 구분된다. 자기 소유 임대주택만을 관리하던 회사들 중 일부는 위탁 임대주택 시장에까지 영향력을 확대했다. 위탁관리 전문회사도 매년 급성장했다.

그 결과 2011년, 민간 임대주택의 45%에 해당하는 1350만호를 전문 관리회사가 운영하고 있다. 그 매출액은 무려 6조7000억엔에 이른다. 그 중 다이토겐타쿠(大東建託), 레오팔래스21, 에이블 등 3대 임대주택 관리회사의 매출액이 1조5800억엔이었다.

 


한국의 임대주택은 아직 전세가 대세

일본의 임대주택 제도가 효과적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에 월세 임대주택이 얼마나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월세 시스템도 정착되지 않았다. 많은 국민들이 월세보다는 전세를 선호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주택에 관한 국민의식이 변화하고는 있지만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이 여전히 내집 마련의 대세다. 주택정책과 제도의 초점도 거기에 맞춰져 있다.

 

생애 최초의 주택을 마련하는 방식의 차이도 감안하지 않으면 안된다. 오랫동안 불황이 지속되면서 부모와의 동거를 선택하는 젊은이들은 계속 늘고 있다. 결혼 시기가 늦춰지면서 30대 중반을 넘어서도 부모와 함께 사는 미혼남녀를 보는 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이들의 생애 최초 주택 목표는 최소한 전세 아파트다.

 

임대인은 월세를 선호할지 모르지만 수요자들은 생각이 다르다. 월세 수요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는 정말 확실한 걸까? 그리고 한국적인 임대주택 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대부분의 임대주택이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경쟁적으로 관리하는 전세주택인 현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사실 당장 결혼을 한다고 해도 집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특히 남자는 집을 마련해가지 못하면 어쩐지 우습게 보이는 게 현실이잖아요. 최소한 아파트 전세라도 얻어가야 체면이 서지 않습니까?”

게임회사에 다니는 황찬구씨(35, 서울시 구로구)의 말이다. 그는 부모와 함께 살면서 통장을 채워가는 중이다. 여자 친구도 일단 아파트 분양을 목표로 함께 노력 중이라고 그는 말한다.

황씨와 같은 처지의 젊은이를 우리 주위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많이 변화하고 있기는 하지면 여전히 남자는 집을, 여자는 혼수를 마련해야 하는 결혼 풍습도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큰 변수다.

 

일본의 경우 전체 주택의 78%는 자가 주택이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단독주택이다. 일본인들은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편이다. 임대주택에 살던 젊은이들은 결혼을 하고 자녀를 가질 때 쯤 집을 산다.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이 물량도 많고 여전히 인기도 높다. 대도시 주요 지역마다 마련돼 있는 주택전시장엔 수요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몇몇 건설회사들을 중심으로 일본식 공업화 주택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편이다. 조립식 공법의 주택을 양산하기 위해서는 수지를 맞추기 위해 수요가 충분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파트가 대세이고 그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주택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단독주택 수요도 있겟지만 양산 체제를 갖추어야 할 만큼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아직은 지배적이다.

 

“단독주택 수요는 있습니다.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늘어날 것입니다. 하지만 일본의 그것과는 다르지요. 틈새시장으로서의 단독주택 시장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의 공업화 주택이 좋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양산체제를 가지고 가는 것은 아직 위험합니다. 일본에서 수입한다면 단가가 올라갈 것이구요. 한국적인 단독주택 공급 플랜을 만들 수 있다면 좋겠죠.”

한 주택건설회사 임원의 말이다. 그는 “주택건설회사들은 아파트 건설에서 방향성을 돌리기가 어렵다. 우리 국민들에게 ‘내집은 곧 아파트’라는 등식이 뇌리에 깊이 각인돼 있다”고 말한다.

 


‘불행한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

종합부동산사를 육성해야 한다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도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여기서 드는 의문이 있다. 종합부동산사가 생기면 무엇이 좋은가? 종합부동산사가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다면 그 회사는 틀림없이 좋겠지만 그것이 주택시장이나 부동산시장에 얼마나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부동산시장에 거대 공룡이 출현한다는 것이다. 그 공룡이 초식공룡이어서 모두 공존할 수 있을지, 아니면 악한 육식 공룡이어서 다른 작은 것들은 모두 잡아먹게 될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시장에서 거대 기업이 중소기업과 공존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한국과 일본은 다르다.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여러 모로 닮아가고는 있지만 아직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나라도, 국민도 모두 마찬가지다.

 

지난 해 일본에서 인기를 모은 책이 하나 있다. 후루이치 노리토시가 쓴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우리나라에서도 번역서가 발간된 이 책은 일본 사회와 젊은이들의 현실을 가감없이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금 일본은 저성장이 계속되고 취업률과 출산율은 계속 하락 중이다. 고령화는 무섭게 진행돼 이젠 초고령 사회가 눈앞이고, 빈부의 격차와 세대간의 격차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젊은이들이 꿈과 희망을 가질만한 나라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젊은이들은 행복하다니.

굉장히 역설적인 이야기이기도 한데, 미래에 더 이상 기대할 게 없으므로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는 것이다. 정규직에 목을 매기 보다는 프리터로 살아가면서 취미생활을 즐기고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며 살아가는 데서 행복을 찾는다. 그것이 지금의 일본이다.

 

이 책에서 인상적인 부분 하나를 살펴보자.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은 1억명 모두가 젊은이가 된 시대다. 각 세대별 의식 차이가 점점 줄어들고, 앞으로 더 많은 젊은이들이 기성 사회가 대전제로 삼았던 ‘정사원’ 혹은 ‘전업주부’로, 즉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젊은이’로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일본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연령에 관계없이 ‘젊은이가 되는 시대’, 그 과도기에 살고 있다.

 

돌아가야 할 ‘그때’도 없고, 눈앞에서 처리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게다가 미래에는 ‘희망’조차 없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 달리 불만이 있는 것도 아니다. 왠지 행복하고, 왠지 불안하다. 우리들은 바로 그러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절망의 나라에 사는 행복한 ‘젊은이’로서.“

우리는 어떤가. 일본이 우리의 미래라면 우리도 머지않아 같은 길을 가게 될까. 그렇게 될 지도 모르겠지만 방법은 다를 것이다. 우리의 젊은이들은 절망을 부수고 행복을 쟁취하는 길을 선택할 지도 모른다. 한국 경제는, 한국의 지배층은 절망을 해도 행복할 수 있는 틈새를 주지 않는다. 우리는 프리터로 먹고 살 수가 없다. 한국과 일본은 이렇게 다르다. 일본 주택시장은 우리에겐 참고사항이거나 타산지석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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