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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숲속마을 ‘무한궤도하우스’]
살고 싶은 대로 지은 행복 공간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집을 짓기로 결심했다.

무슨 계산과 잣대가 더 필요할까.

가족이 살고 싶은 대로 지으면 될 것을.

그렇게 얻은 공간에서 소소한 행복과 마주한다. 

양평 숲속마을 ‘무한궤도하우스’에 사는 가족 이야기다.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PLAN

대지위치 경기도 양평군 개군면 석장리

대지면적 330.00㎡ 용도 단독주택

층수 지상2층 구조 경골목구조

연면적 111.38㎡ 건폐율 19.97% 용적률 33.75%

외부마감 바닥_thk8 강마루

            벽+천장_종이벽지, thk13 히노끼합판

            계단재_물푸레나무집성목

            설계·감리 (주)에이디모베 건축사사무소 이재혁 010-3240-4497

스텝 박기원, 이주화, 최동혁, 김지나

구조 Fraser Valley Eng. Ltd.(Abbotsford BC, Canada)+

       TCM 글로벌 최재철 010-4036-1461

설계기간 2013.10.~2014.3.

공사기간 2013.4.~2014.7.

 

“아파트에 살면서 아이들에게 창의성을 요구하는 게 어불성설 아닐까요?”

2년 전 쯤 어느 날, 강소인(44) 씨는 ‘잔소리 하지 않는 엄마’가 되기로 결심한다. 아들 상현(12)이와 딸 지윤(8)이는 누가보아도 ‘꾸러기’라고 얼굴에 쓰여 있는 에너지와 호기심 왕성한 열혈남매. 이런 아이들의 행동을 아파트 공간에 끼워 맞추듯 제약하는 교육방식에도 회의가 들었지만, “안돼!”를 부르짖고 돌아서는 순간 밀려드는 자책감이 더 컸다.

 

“개방적인 곳에서 키우면 덜 혼내고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녀는 내 땅에 내 집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에 이른다. 남편 주정균(43) 씨도 동감하긴 마찬가지.

 

1년여의 준비 끝에 지난해 여름 서울시 강동구 고덕동 아파트를 떠나 경기도 양평군 개군면 ‘숲속마을’ 전원주택단지에 입성했다. 단지 아래쪽 330㎡ 대지에 앉은 부부의 집은, 짓고 보니 숲속마을에서 가장 유별난 집이 되었다. 어떤 이는 ‘토네이도’라 하고 어떤 이는 ‘무한궤도’라 하고 또 어떤 이는 ‘이중나선 구조’라 칭하기도 했다. 이렇게 개성 강한 공간을 수용한 가족이 그동안 어떻게 아파트에 살았을지 상상할 수 없을 지경으로, 부부의 집은 유별하고도 독특하다.

 

▲ 현관에서 들어서면 만나는 1층. 미끄럼틀을 중심으로 계단실과 주방공간으로 이동하는 동선이 나뉜다.

 

 

가족 구성원의 개성을 한데 담은 집

“우리 가족은 제각각 요구 사항이 확실했어요. 그걸 어떻게 한 집에 다 반영할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건축가가 내놓은 첫 계획안을 보니 정말 다 실현되어 있어 놀랐답니다.”

 

아빠는 영화를 볼 수 있는 넓은 계단을, 엄마는 주방과 연결된 놀이방과 피크닉 데크를, 딸은 지붕 밑의 은신처인 다락방을, 아들은 신나는 미끄럼틀을 원했다. 건축가는 계단, 다락, 미끄럼틀, 놀이방을 하나의 선상에 놓고 보니 자연스럽게 공간이 연결되어 연속의 띠가 만들어졌다고 전한다.

 

계단에는 높은 층고를 이용해 책꽂이를 만들고 그 사이사이에 가족의 기억을 담고 있는 책꽂이들을 끼워 넣었다. 2층과 다락의 방들은 방향을 약간 틀어 최대한 남쪽을 향하게 했고, 덕분에 부부의 집은 단지 속에 자리하면서도 충분한 채광을 흡수하고 있다. 1층에는 주방, 놀이방, 데크, 마당으로 연결된 생활공간을 두었다.

 

 

▲ 넓은 계단실과 미끄럼틀이 1~2층을 관통하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이 중 가장 독특한 공간은 단연 계단이다.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는 도서관의 역할을 하는데,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쓰임이 많다는 게 가족들의 증언이다. 계단 중간 중간 평상처럼 넓게 마련한 자리가 있어 그곳에 둘러 앉아 음식을 나누어 먹는 일도 다반사다.

 

계단과 교차되며 2층에서 1층으로 벽을 뚫고 흐르는 미끄럼틀은 파격이 아닐 수 없다. 다락방과 2층에서 각각 깨어난 아이들의 아침은 미끄럼틀을 내려오며 시작된다. 이른 아침 주방에는 언제나 아이들을 기다리는 엄마가 있다.

 

 

 ▲ 1 현관 2 거실 3 주방 4 놀이방 5 침실1 6 침실2 7 침실3(다락방) 8 계단 9 미끄럼틀 10 세탁실 11 창고 12 데크 13 주차장 14 텃밭

 

 

“집 전체가 롤러코스처럼 연결되어 있어요. 익숙해지면 편해요. 침실을 제외하고는 직사각형으로 딱 떨어지는 곳이 없죠. 그래서 기성 가구는 놓을 수가 없답니다. 나중에 팔 때요? 그런 것은 따지지 않았어요. 지금 행복하게 잘 살면 되니까요.”

 

건축가조차 미끄럼틀을 두어도 괜찮겠냐고 재차 물었지만, 남편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단호했다. “우리 신랑이, 이 집에서 오래도록 살 거다, 우리 손자들까지 이 집에서 미끄럼틀 태울 거라고 대답하더군요.”

 

 

▲ 노란색으로 화사하게 물든 주방은 가족들의 식감을 돋우기에 안성맞춤이다. 피크닉을 위한 데크와도 연결되고 집 뒤편에 펼쳐지는 양평의 아름다운 풍경도 잘 전망된다.

 

 

공간의 힘이 행복지수를 올린다

무한궤도하우스를 선택한 후 부부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처음 서울을 떠나고자 했을 때는 크고 작은 걱정이 없지 않았다. 남편의 출퇴근이며, 아이들의 교육, 아내의 일터까지 모든 게 다른 환경에 놓여진다. “서울이라는 대도시, 아파트라는 공간을 벗어나는 것 자체가 두렵죠. 그런데 나와서 살아보니 사는 게 크게 다르지 않아요.”

 

현재 50여 가구가 모여 살고 있는 양평 숲속마을에는 부부와 비슷한 처지의 30~40대 부부들이 대다수다. 서울이나 인근 도시로의 출퇴근을 위해 기차나 경의선을 이용한다. 무한궤도하우스의 남편도 인근 양평역까지 10분 정도 차로 이동한 후 기차에 오른다. 월정액권을 끊으면 반값에 출퇴근할 수 있다. 청량리까지 30분 만에 도착, 그곳서 걷거나 지하철을 환승하면 제기동 일터까지 가 닿는다. 서울 고덕동에 살 때도 출근 시간을 한 시간 족히 잡아야 했으니,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이곳으로 이사 와서 남편은 사뭇 달라졌다. 주말이면 가족을 위해 밥도 짓고 식탁도 차린다. 숲속마을 조기축구회에 가입해 주말마다 스트레스를 날려 보낸다. 지난 겨울에는 스키를 좋아하는 아들과 함께 양평리조트를 수시로 드나들며 즐겼다.

 

▲ 무한궤도하우스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2층 복도에서 연결된 미끄럼틀에 몸을 싣든지 너른 계단실을 사뿐히 내려가든지.

계단실 중간 중간 마련된 평상에서 간식 먹기, 책 보기, 영화 보기 등 의외로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최고로 득을 보는 건 아이들이다. 숲속마을 아이들은 학원과는 거리가 멀다. 상현이는 주 2회 수영장 다니는 게 전부다. 나머지 시간은 집에서, 동네에서,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보낸다. 미끄럼틀이 있는 변화무상한 상현이의 집은 방과 후 아이들이 몰려드는 아지트다.

 

“여기 이사 오니까, 학교가 제일 좋아요. 전교생 생일잔치를 다 해 주거든요. 정말 재밌어요.”

상현이가 다니는 학교는 개군면에서 유일한 초등학교다. 전체 학생수가 120명, 올해 숲속마을 단지에서만 20명의 신입생이 입학했다. 딸 지윤이도 그 중 한명이다. 작은 학교인 만큼 아이들에게 와 닿는 교육 효과도 남다르다. 한 학년에 한 반씩, 전교생이 형제자매처럼 어울린다. 등하교 시간에 학교스쿨버스가 운행되며 취미활동은 방과 후 수업으로 해결한다.

 

딸 지윤이는 동네방네 안 다니는 집이 없다. 숲속마을에서는 학교가 끝나면 마당을 옮겨 다니며 삼삼오오 모여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모래놀이터가 있는 지윤이의 집도 인기 놀이터다. 여름이면 데크에 임시 수영장을 열어준다.

 

“우리 집은 일 안하는 마당이에요. 제가 주 4일 정도 일을 하러 나가기 때문에 관리하기가 힘들어서요. 그 대신 신나게 놀 수 있게 만들어 두었죠.”

 

무한궤도하우스의 가족들을 보면 공간의 힘을 확인할 수 있다. 아이들은 심심할 틈이 없고, 아빠의 퇴근길도 덩달아 기대된다. 이제 엄마는 싫은 소리를 하지 않고도 두 아이를 돌본다. 이 가족의 행복지수가 올라간 게 확실하다.

 

 

▲ 햇살 가득한 2층 아들의 방. 다락층까지 오픈한 높은 천장 아래 이층 침대를 설치했다.

바닥면적은 작지만 체감되는 공간감은 크다.

 

▲미끄럼틀에 몸을 실은 아이들이 당도하는 곳은 엄마가 기다리는 주방이다.

남쪽 면으로 방향을 튼 식탁 자리는 엄마 품처럼 밝고 따사롭다.

 

 

요즘 서울 전세값으로 우리집 지어요

이 가족이 숲속마을에 정착하는데 든 비용은 얼마일까. 330㎡ 대지 매입에 들어간 비용이 약 1억원. 건축비는 2억원으로 계약했으나, 추가비용이 발생했다. 기타 세금과 이주비용까지 총 3억5000만원이 소요됐다.

 

“요즘 서울 평균 전세값이 3억을 넘어섰다면서요. 우리 가족도 아직 서울에 있었다면 빚내서 전세금을 올려줘야 했을 거예요. 같은 빚을 낼 바엔 내가 살고 싶은 집에서 맘 편히 사는 게 낫지요.”

 

 

▲ 이 집의 공간은 방을 제외하곤 모두 사선으로 이뤄졌다. 2층의 복도 역시 그렇다.

 

 

비용 대비 건축에 대한 만족도는 어떨까. 부부는 목구조주택을 원칙대로 짓고자 하는 건축가의 신념이 보기 좋았다. 평범한 캐나다식 경골목구조의 2층 단독주택이지만 전문가의 구조설계를 별도로 실시했다. 마치 뱀이 또아리를 틀듯 입구로부터 2층까지 길게 이어져 있는 복잡한 구조 때문이다. 2층까지 오픈된 집인데도 겨울을 무난하게 지냈다. 따뜻하게 살면서도 오히려 아파트 살 때보다 관리비가 줄었다.

 

“단순히 비용만 생각할 게 아닌 것 같아요. 이렇게 마당을 터 넣고 아이들 놀릴 수 있는 이웃이 덤으로 생겼으니까요. 잠깐씩 일 있을 때 서로 아이를 맡아주기도 하고요. 주민협의회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 서로 조금씩 배려하면서 별 탈 없이 잘 살고 있답니다.”

 

 

 

 ▲ 무한궤도하우스는 1층부터 똬리를 틀듯 돌아 올라가는 집의 구조로 인해 특별한 공간감을 즐길 수 있다.

 

 

■이재혁

건축가 이재혁은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공간건축과 케이씨건축을 거쳐 2003년부터 (주)에이디모베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2004년에는 (사)새건축사협의회로 부터 ‘신인건축가상’을, 2008년에는 올림픽프라자 리모델링으로 ‘서울시건축상’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 중이다. 양평 개군면에 경골목구조주택을 비롯하여 리모델링에서 공동주택에 이르는 다양한 주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www.admob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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