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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주택시장의 미래]
‘다품목 소량 생산’의 시대로

 

2000년대 이후 일본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었고 저출산에 따른 소자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라 주택시장도 바뀌고 있다. 고령자를 위한 주택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젊은이들을 위한 쉐어하우스 등 다양한 형태의 주거가 등장하고 있다. ‘소품종 대량생산시대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시대로 바뀌고 있다.

글 최승철(이룸디앤씨 이사)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일본에서 일하는 노인을 만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편의점이나 식당, 수퍼마켓 등의 시급 아르바이트는 대부분 노인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 오늘 날 일본 사회와 경제를 지탱하는 데 필요한 단순 노동의 상당 부분을 노인들이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모두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해야 하는 가난한 노인들은 아니다. 대부분 정년 퇴직 후 비교적 넉넉한 생활을 즐기는 연금생활자들이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돈 보다는 일이다.

일하지 않고 유유자적한 노후를 즐기는 노인들 또한 적지 않다. 일본의 주요 국제공항에선 노인들로 구성된 여행객들이 연일 외국 유명 관광지로 관광여행을 떠난다. 한류의 중심인 한국은 그들의 목적지 가운데 하나이다. 서울의 주요 고궁에선 언제나 일본 노인 여행객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도쿄의 하라주쿠, 이케부쿠로 등 피끓는 청춘의 아드레날린이 넘치는 젊음의 거리들엔 프리터 족도 넘친다. 정규직을 갖기 보다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자유로운 생활을 추구하는 젊음들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생활고에 쪼들리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아르바이트 관련 제도와 관행은 비교적 잘 정비돼 있다. 하루에 6~8시간 정도 일을 하기만 하면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될 뿐 아니라 취미생활도 즐길 수 있다. 시간제 일자리를 찾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어서 미래가 보장되지는 않지만 혼자만의 자유를 만끽하면서 살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일본 사회의 값싼 단순 노동은 노인과 프리터들이 제공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물론 외국인 노동자도 있지만 이들의 포지션은 더욱 낮다. 그들은 3D업종에 투입된다. 날로 늘어나는 노인과 프리터. 얼핏 일본을 이끄는 주류에서 벗어난 주변인들처럼 보이는 이들이 미래 일본 주택시장의 향배를 가늠할 열쇠가 된다면? 현실적으로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초고령 사회의 압박

주택시장은 공급자인 주택산업과 수요자인 국민들이 만나는 지점이다. 주택산업과 국민의 변화가 시장의 변화를 낳는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국민들의 라이프 사이클이다. 성공적인 주택사업을 위해서는 그 변화를 미리 감지해 앞서 가거나 적어도 함께 가지 않으면 안된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본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결혼이 늦어지고 출산률은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인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이미 초고령 시대에 들어섰다.

 

국민 의식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개인의 삶의 가치를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개인 보다는 국가가 우선이라고 생각했던 이전 세대들과는 확실하게 선을 긋는다.

주거패턴 역시 달라지고 있다. 부모로부터 독립한 후 아파트(임대주택)부터 시작해 결혼과 함께 내집을 마련하는 일반적인 패턴이 크게 달라지고 있지 않지만 좀 더 다양한 형태의 주택 수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변화는 하나의 흐름을 만들고 그것이 정책과 주택산업을 움직이는 동력이 된다.

 

오늘 날 일본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기징 큰 요인은 고령화이다. 노인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전체 인구는 줄고 있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늦추고 아이를 낳는 것도 꺼리는 데 따른 결과이다. 이같은 현상은 세계 주요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일본이 유독 심하다.

 

이처럼 일본이라는 나라는 속절없이 늙어가고 있다. 이러다간 강제출산법이라도 만들어야 하는게 아니냐는 어느 정부 관료의 자조섞인 탄식처럼 저출산과 고령화는 현대 일본이 넘어야 할 높고 높은 산이 됐다.

 

이른바 소자녀·고령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고령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게 커졌다. 1947년에서 1949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이제는 노인이 돼 정년 퇴직을 맞았다. 2025년이 되면 이들은 후기 고령자가 된다.

 

이미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일본. 2010년 고령자 인구는 전체 인구 12800만여명의 23.4%3000만명선이었다. 2055년엔 고령화율이 40%를 넘어설 것으로 일본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이 노인인 사회가 머지않은 것이다.

 

일본 정부가 고령화 대책을 새롭게 재편하는 것도 이런 시대적 흐름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종전 고령자 정책의 목표는 노인들을 부양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노인 자립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계에 다른 노인 인구 부양 정책, 그리고 그와 맞물린 사회경제적 침체와 무관하지 않다.

 

 

인생 90세 시대가 도래하다

일본 정부가 내건 새로운 고령화 정책의 모토는 인생 90세 시대이다. 먼저 65세 이상이면 무조건 부양 대상으로 규정했던 것부터 바꾸고 있다. 새로운 중장기 대책의 목표는 노인의 자립이다. 65세가 넘더라도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노인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자립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노인들도 일자리를 원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이 조사에 따르면 정년퇴직 후에도 계속 일하기를 원하는 직장인이 75.4%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먼저 기업 정년을 손질해 은퇴연령을 단계적으로 65세까지 높이기로 했다. 기업은 정년인 60세 이후 근로자를 선별적으로 재고용하는 현행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다만, 건강상태나 근무태도에 현저히 문제가 있는 경우는 의무고용 대상에서 제외할 수도 있다.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면서 부족해진 노동력 확보를 위해 현재 57%에 머물고 있는 60~64세 장노년층의 취업률을 202063%까지 끌어올리기로 하고 이를 위한 여러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창업 고령자에 대한 자금지원, 노후 소득안정을 위한 직장인의 사외적립형 퇴직금제도 도입 등도 추진 중이다. , 고령자가 일하기 쉬운 다양한 고용형태를 창출하고, 컴퓨터를 활용해 집에서 일하는 고령친화형 재택근무자 수를 올해까지 700만명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처럼 고령자 정책이 변화하면서 주택산업계도 시장환경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정책적으로도 고령자 세대의 주택문제는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가 된 지 오래다. 오늘날 일본 주택산업계의 화두는 고령화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건설성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고령자 세대는 2010년 기준 1568만 세대로 전체의 63.7%였다, 이는 노인 부부와 노인 혼자 사는 세대 등을 모두 합한 것이다. 세 집 가운데 두 집은 노인이 살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문제는 독거 노인 세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홀로 집안에서 사고를 당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고 홀로 숨진 채 상당 기간 방치됐다 발견되는 비극적인 일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제는 노인들의 건강과 안전 문제까지도 책임질 수 있는 주택이 공급돼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고령자주택법에 따르면 노인을 위한 주택은 집 안에서 이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계단이나 턱을 없애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등 편의시설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조건을 갖춘 집들은 전체의 3% 안팎에 머물고 있다.

 

편의시설이 완비된 실버타운이나 요양병원 등 시설에 들어가 여생을 보내는 노인들도 있지만 전체 노인 인구의 5%선에 머문다. 고령자용 주택 수요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일본 주택산업계에서 고령자 주택시장에 주목하고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4시간 체제의 의료·간호 서비스, 파격 10만 엔대’. 요즘 도쿄나 오사카 등 일본 대도시의 부동산업소에선 이런 내용의 선전문구가 적힌 깃발을 쉽게 볼 수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고령자용 서비스 주택이다.

 

통칭 서비스 포함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형식의 서비스 포함 고령자용 임대주택이다. 이 제도가 시행된 이래 공급물량이 한 주에 1000 가구나 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혼자 사는 노인들 가운데 건강이 걱정되는 이들이 주요 고객이다.

 

입주할 때 일시금으로 1000만 엔 이상을 내야 하는 유료 양로 시설과는 다르게 월세, 관리비, 식비가 포함된 비용을 매달 지급하면 된다. 이 정도면 연금으로 지불 가능한 액수다. 정부에서도 아예 연금 수급 대상자들을 대상으로 이 제도를 만들었다. 공실률 20%에 이르는 임대주택을 활용한 이 새로운 형태의 주택은 연금수혜노인을 대상으로 한 맞춤상품이다.

 

 

노인을 위한 서비스 포함 주택선보여

일본이 고령자 주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다. 당시 처음으로 케어(care)라는 개념이 포함된 주택이 등장했다. 고령자뿐 아니라 장애인을 위한 주택 편의시설이 속속 개발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고령자 주택 문제가 고령자만의 문제가 아니고 모든 사람의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일반 주택에도 계단 등 주택 내 이동을 불편하게 하는 장애물을 없애기 시작했다.

 

1998년 방문했던 도쿄도 하치오지시의 주택영단연구소에서는 복층 주택의 장애인 및 고령자를 위한 승강기와 계단 편의시설 테스트가 한창 진행중이었다. 당시 연구소 관계자는 고령자나 장애인에게 편리한 주택은 일반인에게도 편한 것이라는 개념을 영단주택 설계에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양호보험이 시작되고, 2001년에는 고령자 거주 안정 확보 법률이 시행됐다. 고령자 주택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민간 임대주택사업자들이 노인들의 입주를 회피하는 경향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고령자들을 받아들이는 민간 주택사업자에게 임대료 채무를 보증해주는 제도도 이 때 처음 도입됐다.

 

그 후 고령자용 임대사업 시장이 늘어나기 시작했지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조잡한 물건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이런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연금생활자들을 겨냥해 만들어낸 새로운 상품이 거주 시설의 안전을 책임질 서비스 포함 등록제도이다.

 

일본 정부는 이 고령자 서비스 포함 주택 한 채를 짓는 경우 1000만 엔을 보조해주고 있다. 부동산 사업자와 의료법인에게 기회가 왔다. 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심지어는 가전 양판점인 야마다전기도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일반 임대주택의 경우 20% 정도가 비어 있다. 임대주택을 신축하는 데는 적지 않은 위험 부담이 따른다. 주택건설업계가 고령자 주택이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도 어쩌면 매우 당연한 일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아파트 시장은 고령자 주택 시장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본다. 일본 정부는 오는 2020년쯤에 연간 6만호의 고령자 주택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구 변화에 따라 주택의 형태도 많이 바뀌고 있다. 버블 시절에 선호됐던 큰 집들이 지금은 소유자들에게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이제 고령자 세대 시장에 주목해야 한다.

 

큰 집은 팔려고 해도 좀처럼 나가지 않는다. 재건축의 방향은 방을 줄이는 것이다. 3개를 2개나 큰 방 하나로 줄인다. 주택 사이즈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고령자들의 안전과 생활을 책임질 수 있는 서비스 시설이다.

 

 

이제 개성과 다양성의 시대로

단독세대가 눌어나는 것은 일본 주택시장을 움직이는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다. 젊은이들은 결혼보다는 자신만의 독립된,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생활을 즐기기 시작했다. 보다 크고 좋은 집에 사는 것이 성공한 삶의 상징이던 시절은 지났다. 이제는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즐기면서 행복한 삶을 영위할 것인지가 주된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집에 대한 생각도 다양하게 바뀌고 있다. 언젠가는 내 집을 가져야 한다는 고전적인 사고방식이 완전히 불식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집을 사서 재산을 늘릴 수 있다는 생각은 어느 누구도 하지 않는다. 버블의 교훈이다.

 

젊은이들의 단독세대가 늘어나면서 이들을 위한 주택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종전까지는 좁고 낡은 임대주택이라는 선택 외에는 특별한 대안이 없었다. 임대주택은 지금도, 앞으로도 일본 주택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그만큼 오래 됐고 그들의 주거패턴에 맞는다.

 

일본에선 고등학교 졸업 후, 늦더라도 대학교 졸업 후엔 부모의 슬하에서 독립하는 것이 당연하고 일반적이다. 대학 졸업 후에도 부모의 신세를 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독립해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청년들에게 가장 유효한 주거양식은 임대주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보다 분화된 형태의 주택이 등장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쉐어하우스다. 아직 가난한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형태의 주택이다. 간편하게 들어가고 나올 수 있을 뿐 아니라 최소 비용으로 자신만의 세련된 공간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쉐어하우스도 수요자들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동호인들을 위한 특별한 집, 여성만을 위한 집, 건강을 중시하는 사람들을 위한 집 등등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좁고 낡은 임대주택보다는 쉐어하우스를 선택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임대주택 공실률은 높아지고 있지만 쉐어하우스 체인은 전국적으로 계속 성장중이다.

 

쉐어하우스보다는 규모도 크고 보다 더 세련된 콤팩트 맨션도 인기다. 이 역시 수요자들의 요구를 수용해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는 중이다.

중장년 층의 취향도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단독주택 선호는 여전하지만 도심 맨션의 인기 또한 함께 높아지고 있다. 단독주택의 트렌드는 에너지 절약형과 자연친화이다. 정부의 인증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단독주택이 선보이고 있다.

 

도심맨션은 크기보다는 호텔식 입주자 편의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편리함과 개성이 선택이 기준이 돼가고 있다.

초고령 사회와 단독가구의 증가가 일본 주택시장의 키워드라면 그 미래는 다양함에서 답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보다 개성적인 주택수요자들이 등장하고 주택시장은 그들의 개성을 우선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소품종 대량생산의 시대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의 시대로 옮겨가는 시그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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