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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재생사업의 길을 묻다 part3]
정든 이웃과 함께 사는 장수마을

서울의 대표적인 달동네 성북구 장수마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시가스조차 들어가지 않는 오지나 다름없던 이 마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마을을 떠나려던 주민은 다시 눌러앉았고 오래된 낡은 지붕을 걷어내고 새 지붕을 얹고 있다. 장수마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 서울성곽 아래 경사지에 위치한 장수마을(전 삼선4구역). 2008년부터 대안적 재개발 모델을 찾아온 이 마을은 주민이 떠나지 않고 살 수 있는 지속가능한 마을로 천천히 거듭나고 있다.

 

장수마을 약도

 

장수마을의 행정구역은 서울 성북구 삼선동 일대. 마을 뒤로 서울성곽을 병풍처럼 두른 달동네다. 장수마을의 주택은 대다수가 40~50년이 지난 노후주택으로 급격한 경사지에 매달릴 듯 자리한데다, 좁고 가파른 골목길에 놓여있어 거주환경이 불편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장수마을의 고쳐진 지붕들. 주택개량시 축대, 지붕, 담장에 대한 비용 일부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마을 속으로 들어가면 정돈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가파른 계단이지만 오르고 내리는데 불편이 최소화되게끔 보폭을 맞춰놓았다. 계단마다 노약자용 난간도 꼼꼼히 설치되었는데, 장수마을 주민의 60%60대 이상이라고 하니 요긴할 터다.

 

반듯하게 포장된 작은 도로를 걷다보니, 쓰레기봉투들을 일정한 자리에 모아 놓은 것이 보인다. 쓰레기배출 문제는 달동네 주민들이 겪는 대표적인 고충이다. 일일이 수거차가 들어오기 힘든 환경 때문이다.

 

골목길 중간 중간 쉬어갈 수 있는 작은 평상과 쉼터도 만났다. 장수마을에는 이런 골목 커뮤니티 공간이 5곳이나 된다. 작은 도로변에는 마을사랑방이 자리하고 있다. 나이 지긋한 동네할머니들이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엿보인다. 이곳에 모여서 만든다는 할머니표 담금차는 마을 입구에 자리한 마을카페에서 판매한다. 할머니들은 마을공방에 모여 수공예품을 만드는 등 소일거리를 통해 수입을 올리고 있다.

 

1 주택개량사업 현장 2 골목평상 만들기 3 새로 만든 마을 주차장과 정자 4 계단공사 전의 모습 5 도시가스 유입 공사 6 쓰레기 배출 문제 7 마을 쓰레기 수거장 설치 후의 모습

 

 

골목 구석구석 리모델링을 통해 말끔하게 단장한 집들이 눈에 띈다. 무너질 듯한 기와지붕을 걷어내고 새 지붕을 얹는 집들도 볼 수 있었다. 장수마을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마을기업 ()동네목수 박학룡 대표에 따르면, 2014년 말까지 14채의 빈집과 16채의 노후주택이 리모델링을 거쳤다. 올해도 약 20여채의 집이 고쳐질 예정이다.

 

어둡고 가파른 계단을 화사하고 안전하게 바꿔 놓았다.

 

문화재인 삼군부 총무당과 마을 사이에 마련된 할머니 쉼터 

 

 

이웃이 떠나지 않는 마을을 만들자 한마음

장수마을의 변화는 2008년 움트기 시작했다. 장수마을도 서울의 여느 노후주택지처럼 2004년 재개발예정구역인 삼선4구역으로 지정됐다. 당시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환경 속에 놓여있던 마을은 방치된 채 허물어져갔다.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언제 헐릴지 모를 집을 관리하고 수리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폐허로 남겨진 빈집들이 늘면서 범죄 위험에까지 노출될 지경이 되었다.

 

장수마을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마을 카페. 이곳의 수익금은 주거환경 개선에 쓰인다.

 

2008년 무렵, 주거권운동 네트워크 모임의 활동가들이 장수마을에 오면서, 마을사람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활동가들은 6개 골목길마다 통신원을 두고 주민의견을 취합하는 상향식 커뮤니티를 만들어 나가고, 작은 미술관과 마을학교, 벼룩시장을 개최해 주민들의 소통을 꾀했다.

 

2011년에는 동네목수라는 마을기업을 설립, 동네주민들을 우선 고용해 집수리를 시작하면서 마을의 물리적 변화를 이끌었다. 동네목수는 주민과 시청·구청과의 소통창구 역할을 하며, 2013년에는 주거환경관리사업지역으로 지정받아 주민들의 숙원이었던 도시가스 유입과 하수관 정비, 골목길 정비사업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1 골목 어귀에 만들어 놓은 작은 평상이 소통의 장소다. 2 낡은 집을 수리해 만든 마을사랑방

 

결국 20134, 주민들은 재개발예정구역 해지를 선택했다. 재개발예정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장수마을 사람들이 가장 불안하게 만든 것은 모두가 떠나고 나홀로 남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고 한다.

 

2011년 한국도시연구소가 수행한 장수마을 전수조사 결과에서 주민들의 55%20년 이상 장기 거주한 것으로 드러난 자료를 보면 주민들의 두려움을 이해할 수 있다. 당시 조사에서 주민들은 장수마을 주거환경에 대해 72.3%불만족하다고 답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거비가 저렴해서(40.7%)’, ‘오랫동안 살고 있어서(27.9%) 장수마을에 거주한다고 밝혔다.

 

이제 장수마을 사람들에게 두려움은 없어 보인다. 정든 이웃들과 계속해서 소통하며 서울에서 가장 저렴한 주거비로 살아갈 수 있는 장수마을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기 때문이다. 재개발이 아닌 재생의 길을 선택한 그들의 용기 덕분이다.

 

 1 장수마을 목공반 2 주민들의 생태수공예 작품 3 마을카페에서의 주민모임 4 마을박물관에서의 전시

 

 Interview

()동네목수 박학룡 대표

  속도전 같은 마을 재생은 그만 슬로우 정신 합의가 필요하다

 

장수마을의 오늘이 있기까지 ()동네목수의 역할이 컸다. 동네목수를 이끄는 박학룡 대표는 장수마을 옆 삼선3구역 주민이다. 2008년부터 장수마을(전 삼선4구역)에서 대안적인 주거지 재개발 모델을 찾으려 노력해 왔다.

 



대안적인 개발 모델이란 무엇인가

국민의 주거권을 지키면서 상생하는 개발 모델이다. 개발만 들어가면 철거로 인한 분쟁이 발생하고 원주민의 재정착률도 형편없지 않은가. 누구나 적정 주택에서 주거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아 주거취약자들을 양산해 내는 개발이 되어선 안 된다.

장수마을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가난한 사람들일수록 에너지를 적게 쓰면서 쾌적하게 살 수 있는 집이 필요하다. 장수마을처럼 아직 임대료가 낮아 주거비 부담이 적은 마을을 잘 고쳐서 대안적 재개발 모델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2011년 동네목수를 설립한 배경은

마을기업을 만들고 저렴한 비용으로 빈집을 하나씩 고쳐나가면서 마을 주민들 스스로 주택개량에 나서도록 설득하기 위해서 시작한 것이었다. 그러던 중 2013년 마을이 주거환경관리사업구역으로 지정되어 도시가스, 하수관 같은 공공시설이 들어오자 주민들이 큰 변화를 느꼈다. 이때다 싶어 서울시에 성곽마을의 경관관리 차원에서 개별주택 개량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주택개량지원금은 얼마나 받나

지붕, 담장, 축대공사의 50%를 지원받는다. 가구당 최대 10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2013년 말부터 시작해서 2017년까지 총 50~70가구 정도가 혜택을 얻는데, 이는 장수마을의 절반 가까이가 개량되는 효과다.

 

장수마을의 성공 포인트는

변화의 속도를 제어하는 슬로우 전략이다. 환경을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빠르게 일시에 돈을 쏟아부으면 주민들이 그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 개선의 속도보다 자본의 이동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자칫 부동산 가격만 올리고 정작 주민들은 떠나가야 하는 상황이 빚어진다. 우리 마을에도 커다란 커뮤니티센터부터 크게 짓겠다고 한 것을 거부했다. 우리 동네 커뮤니티센터는 동네 평상이고 빈집을 수리해 만든 사랑방으로 충분하다. 그 돈으로 마을 구석구석의 불편을 고쳐 나가고 개별주택 개량을 지원하는 게 사는 사람에겐 더 낫다.

 

앞으로의 계획은

첫째, 지속가능한 마을 차원의 경제활동을 찾고 있다. 소득이 없고 일거리가 없는 노인세대가 많기 때문이다. 목공방, 생태공예, 수제담금차를 만드는 마을 일터를 실험적으로 운영 중이다. 우리 마을에서는 주민공동체에서 직접 운영하거나 동의하지 않으면 영업행위를 할 수 없다. 둘째, 주민 공동 규약들을 하나씩 정해나가고 있다. 작게는 쓰레기배출 문제에서부터 나아가서는 임대료를 안정시키기 위한 협정도 포함된다.

  

<이어진 기사> 

마을재생사업의 길을 묻다 part1 주민참여형 도시재생사업에 주목해야
마을재생사업의 길을 묻다 part2 노인이 행복한 마을 구성마을

마을재생사업의 길을 묻다 part3 정든 이웃과 함께 사는 장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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