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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군 논미리의 소박한 펜션 ‘이삭’]
자매가 함께 설계한 노후의 행복쉼터

평균 수명은 늘었지만, 그 시간 속에 삶의 의미를 넣는 법은 찾기 힘들다. 김명애(66)·명숙(57) 자매는 가족과 함께 하는 느린 삶에서 답을 구하려 한다. 강원도 화천에 소박한 전원주택과 소일거리 수준의 펜션을 마련한 자매는 도시의 전업주부를 벗어나 한적한 시골의 펜션주인장으로 노후의 삶을 시작한다.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촬영협조 펜션이삭 010-8822-5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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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엔 우리 세 자매 함께 모여 살자

의좋은 세 자매는 10여 년 전 강원도 화천군 논미리의 전망 좋은 땅을 공동매입하면서 노후의 동거를 약속했다. 자매의 약속은 지난해 결실을 맺었다. 큰언니 김명애(66) 씨와 막내 명숙(57) 씨가 드디어 전원주택을 마련해 입주한 것이다. 사정이 생긴 둘째만이 가까이에 다른 땅을 매입해서 분가했다.

 

 

▲ 노후의 전원생활을 함께 꾸린 김명애(사진 오른쪽명숙(사진 왼쪽) 자매와 명숙 씨의 남편 최영(사진 아래) .

 

사실 노후에 함께 살기를 제안한 사람은 막내 명숙 씨의 남편 최영(59) 씨다. 지난 30년간 KBS 시사교양 분야 PD로 왕성하게 활약해온 그에게 노후대비에 대한 혜안이 없지 않았을 터. 오늘의 전원행은 처형은 물론이고, 큰 형님 권병우(69) 씨를 끈질기게 설득해 얻은 결실이다. “사회에서 은퇴하고 심심해지는 나이에 가족끼리 모여 살면 재밌는 일이 많지 않겠느냐는 게 이유였다.

재미는 일찌감치 찾아왔다. 자매들의 부부는 휴가철마다 매입한 터에 몰려가 며칠씩 머물러가는 여행을 일삼았다. 잡풀이 무성한 미완의 땅이었지만 꿈꾸기에 부족함이 없는 우리 땅이기에 마냥 행복했다. 어떤 집을 지을까, 무슨 일을 할까,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웃고 떠들던 기억이 여전히 새록새록하다.

 

 

자매의 집 스마트하우스 전경. 35살림집과 24펜션동이 한 짝을 이루며 서로를 마주보고 있다.

 

 

전원생활 꿈 앞당긴 저비용 고효율 스마트하우스

오랜 시간 다듬은 계획은 알차게 여물어갔다. 언덕 위의 이층집을 꿈꾸던 자매와 남편들은 허영과 군더더기를 걷어냈다. 그러고는 딱 필요한 만큼의 크기와 기능을 갖춘 집을 갖기로 결론 냈다.

두 자매가 선택한 집은 35모듈주택 스마트하우스. 현장에서 직접 짓지 않고, 공장해서 제조한 주택을 트레일러에 싣고 와 미리 닦아놓은 터에 앉혔다. 작은 집일수록 현장 공사를 할 경우 공사단가가 증가하는 점을 미리 알고 선택한 묘안이다.

모듈주택이라고 해도 현장에서 짓는 목조주택과 별반 차이가 없다. 오히려 공장제작과 검수를 거치기 때문에 더 꼼꼼하게 지어진다. 춥디 추운 화천의 겨울을 나면서도 외풍 한번 느끼지 못했던 점을 떠올린 가족들은 이구동성 탁월한 선택이라고 증언한다.

 

 

동생 명숙 씨의 35스마트하우스 외관. 거실과 방이 딸린 구조로 언니 집과 같은 모델이다.

 

자매의 집은 경사진 터의 맨 윗자락에 마주보며 자리하고 있다. 언니 집과 동생 집은 규모도 모양도 같다. 집마다 24스마트하우스 한 동을 곁에 둔 점도 똑같다. 작은 동은 찾아오는 지인들의 게스트하우스로 내주자고 마련한 것이다. 그러던 것을, 산천어축제 때 몰려든 인파 때문에 자연스레 펜션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자매가 각각 35살림집과 24펜션동을 구입하고 설치하는데 든 총비용은 5600만원. 예상보다 저렴한 비용 덕분에 자매의 전원행은 한결 수월하게 진행됐다.

 

 

스마트하우스에는 한샘의 모듈 욕실을 적용해 방수 등의 하자 문제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

 

 

10여년 전 인기 없던 땅이 전망 좋은 보물 터로

집은 소박하게 짓되, 사는 것만큼은 재밌게 살다가 죽자고 했죠.”

퇴행성관절염으로 고생하던 큰 언니는 전원생활을 가장 두려워했다. 지금은 마음을 바꿔 이곳에 온 것을 다행스럽게 여기고 있다. 무엇보다 본격적으로 집을 앉히고 생활을 시작해 보니, 이만한 보물섬이 없지 싶다.

 

 

살림집 실내를 온통 나무로 마감해 전원주택의 분위기가 물씬하다.

 

매일같이 작은 콩새 수백 마리가 지저대는 소리를 듣노라면 마음이 정겹다. 고요한 아침 나절 산에서 내려온 고라니와 눈이 마주치는 경험도 신기하다. 시골마을에서 팻말 하나 보고 찾아드는 펜션 손님들을 맞이하는 것도 활력소가 된다. 한 집에 손님 한 팀이니 힘에 부칠일이 없다는 게 자매의 설명이다. 축제철이면 하룻밤 숙박비가 15만원에 달하니, 신이 날만도 해 보인다.

 

 

명숙 씨 집 창가에는 남편 최영 씨의 전망 좋은 서재가 자리한다. 이곳에 와서 손수 만든 책꽂이가 놓여져 있다.

 

이 집에서만 자고 나면 머리가 개운해진다는 동생 명숙 씨는 자식 키워 내보내고 나니 집안에는 할 말 잃은 부부만 우두커니 남는다, 여기 오니 남편과도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가서 좋단다.

언니의 남편 권병우(69)씨는 낚시 삼매경에 빠져있다. 기자가 방문한 날도 그가 전날 잡아놓은 산천어로 꾸린 밥상이 차려졌다. 산천어로 만든 회와 매운탕은 특별한 감칠맛을 자랑했다.

 

 

언니 집 방에서 바라본 풍경. 산과 강이 모두 전망되는 집터다. 동생 집이 오롯이 마주 보인다.

 

이 터를 매입하자고 주장했던 최영 씨는 어떨까. 땅 사자고 설득하고, 땅 사니 다시 집짓자고 설득해야 했던 지난 시절과는 달리, 요즘은 어깨가 으슥해져 있다. 땅을 매입하던 당시 화천은 토지 거래조차 뜸하던 지역에 속했다. 지금이야 이만한 전망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멋스럽게 자리를 잡았으니 그의 어깨가 으슥할 만도 하다.

 

 

언니 명애 씨의 35스마트하우스. 평생 모아온 살림살이를 모두 정리하고 이 집에서 간소한 삶을 꾸리고 있다.

 

경사진 집터에서는 첩첩 산세와 북한강 물줄기가 내려다보인다. 산과 물이 어우러진 화천의 매력을 그대로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인 화천 산천어축제장도 눈으로 확인되는 거리에 있고, 인공적으로 조성된 붕어섬도 가까이 있다. 무엇보다 화천읍내에 순식간에 진입할 수 있어 생활이 편리하다.

 

 

상생과 나눔의 계절, 봄을 기다리는 가족들

언니 부부는 지난해 완전히 이주했다. 먼저 살던 서울 송파구 자택은 전세를 냈다. 전원행에 대비해 살림살이를 줄여온 언니는 단출한 옷가지와 가재도구만 들고 작은 집에 성공적으로 짐을 풀었다. 마침 방문한 날, 언니의 남편이 집을 비웠다. 내년이면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평생을 섬유업종에서 일한 경험을 밑천 삼아 도움을 원하는 기업이 있으면 수시로 서울을 오간다고. 긴긴 노후를 생각하면 작은 일감이라도 해야 한다는 게 부부의 생각이다.

 

 

자매가 각각 한 채씩 운영 중인 펜션동. 24실내는 거실과 욕실, 방으로 구성된다. 천장을 높이고 두개 층으로 나누어 설계한 침실 공간 덕분에 실사용 면적이 훨씬 크다. 수성연질폼을 단열재로 사용한 목조주택으로, 기밀성이 좋고 따뜻하다



 

동생 명숙 씨는 꼭 필요한 살림도구만 자동차 트렁크에 실어 날랐다. 남편 최영 씨가 올해 3월 정년퇴임을 하지만, 곧이어 대학 강단에 서기 때문이다. 남편이 대학에 나가는 동안은 52촌의 생활로 만족해야 한다.

 

입춘을 앞두고도 하얀 눈이 소복한 동산에서 가족들의 마음은 벌써 봄 언저리에 가 있다. 땅이 녹는 대로 텃밭을 가꾸고 언덕배기 가득 야생에서 얻은 꽃씨를 뿌려 꽃동산을 만들겠다고 벼른다. 인근에 군부대가 많아 아들 면회 오는 가족들이 적잖다. 그들에게 신선한 푸성귀를 건네주는 인심도 후하게 부릴 작정이다.

 

도시민들이 꿈꾸는 전원행은 생각보다 실천이 어렵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신감도 줄어든다. 최영 씨가 처형과 형님을 설득하는데 긴 시간을 보낸 것도 혼자서는 엄두내기 힘든 길이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정문일침 같은 답이 돌아온다.

어떤 상황에서든 고민하면 답이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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