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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형 주택 하우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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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일터와 주거가 공존하는 집]
못생긴 땅이 만든 반달집

남들이 마다하던 못생긴 땅에 주거와 일터가 공존하는 근사한 복합건물을 완성해낸 40대 중반의 부부. 결코 순탄치 않았을 부부의 집짓기를 만나본다.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 남북이 짧고 동서로 긴 형태의 삼각형 땅에 들어선 부부의 집. 전벽돌로 마감한 부분에 일터가 자리하고, 새하얀 스타코로 마감한 2~3층에 살림집이 있다.

 

처음 봤을 때 이렇게 생긴 땅도 있구나 싶었죠. 거의 삼각형에 가까운 모양을 하고 있어서, 어떻게 집을 지을 수 있을지 의아했어요. 주변 사람들이 모두 다 사지 말라고 뜯어말렸죠. 부동산에 내놓은지 10년이 넘도록 팔리지 않았던 집이라면서요.”

서울 동작구 상도동 214번지 일대는 오래된 붉은 벽돌 주택과 네모 상자 같은 연립주택이 얼키설키 모여 복잡한 실루엣을 이루고 있는 동네다. 조창윤·곽은실(44) 부부의 집터 뒤로는 고층아파트까지 들어서 있다. 부부가 척 보기에도 형태가 개운치 않은 삼각형 터에 집을 짓고 살겠다고 결심한 건 2014년 이맘때다.

 

 

다이내믹한 입면을 지닌 좁고 긴 모양새의 건물은 오래된 도심의 골목길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사업장 임대료 내느니 내 집에서 일하자

1년 전 부부에게 있어 일터와 주거공간의 합일은 매우 중차대한 과제이자 소망이기도 했다. 71년생 동갑내기 부부는 98년 무렵인 20대 후반의 나이에 제사상차림 전문회사를 국내 최초로 창업해서 지금껏 운영해왔다. 당시 모두가 뜯어말리던 사업이었지만 숱한 우여곡절을 거쳐 자리를 잡았고 인정도 받고 있다. 문제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일터와 주거공간이 떨어져 있는데 대한 불편함이 크게 엄습한다는데 있었다.

 

새벽부터 음식을 만드는 게 매우 고된 일이에요. 젊을 때는 집과 일터를 오고가는데 큰 불편을 못 느꼈는데, 갈수록 힘이 드네요. 더구나 기존 일터가 많이 노후화돼서 리모델링을 하든지 사업장을 옮기든지 해야 하는 시점이었어요. 임대료도 자꾸 올라서 연간 지출하는 사업장 사용비용이 4000만원 수준인데, 리모델링까지 하자면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죠. 손익계산을 해 보니, 아파트 처분한 돈을 종자돈 삼아 일터와 집을 합쳐서 직접 짓자는 결론에 도달하더군요.”

부부는 한 달여 상도동 일대를 돌아다녔지만,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땅값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만난 못생긴 삼각 모양 땅은 주변 시세보다 40% 가량 낮은 가격이어서, 건축만 할 수 있다면 부부에게 더없이 좋은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었다.

 

집의 입구는 필로티로 조성해 개방감을 주었다. 이곳에서부터 1층 사무실로, 2층 주택으로, 지하층 조리실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동선이 전개된다.

 

 

불리한 땅도 내 몸에 맞추면 살릴 수 있다

땅 지번을 들고 건축사사무소를 돌아다녀봤는데, 모두 고개를 저었어요. 그러다가 건축가와 함께하는 집짓기 모임에 나가면서 가능성을 보게 됐지요. 모두에게 맞는 건축을 하려고 했다면, 불가능했겠죠. 아무리 못생긴 땅이라도 우리 부부에게 필요한 공간 정도는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서 땅을 구입했어요.”

 

동서로 길게 펼쳐진 입면이 인상적이다. 동쪽이 도톰하고 서쪽으로 올수록 좁아지는 형태다. 지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실에 선큰을 적용하고 자연채광과 환기가 가능하게 만들었더니 조리실의 환경이 쾌적해졌다.

 

삼각형 땅의 윤곽을 그대로 활용하자 평면적으로 반달 모양의 집이 도출됐다. 가장 큰 골칫거리는 아파트와 마주한 북쪽 입면에 적용받는 일조사선제한이었는데, 이 때문에 건물 3층부터는 일정거리를 물러서야 했다.

 

건축가는 일조사선이 만나는 선과 도로쪽 사선이 만나는 선을 이용해 다이내믹하면서도 개성있는 건물 형태를 만들어냄으로써 못생긴 땅의 한계를 극복했다. 그러면서 도로와 접하는 1층은 전벽돌로 마감해서 도로나 북쪽의 아파트 담장과 대응하게 만들고, 2~3층은 흰색 스타코로 마감해서 밝은 반달집 이미지를 느끼게 했다. 어느 위치에서 보는가에 따라 모양이 다양해서 동네 경관에도 쏠쏠한 재미와 반전을 선사하는 집이 되었다.

 


채광과 전망이 가장 좋은 남향으로 자리한 거실이다. 간접조명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일터와 공존하는 살림집을 만들다

건물은 크게 지하1층과 지상1층에 자리잡은 제례음식 사업장과 2~3층에 걸쳐 자리한 살림집으로 나뉜다. 좁은 땅에서 일터와 살림집이라는 각각 다른 성격의 두 영역을 구성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은 바로 계단실이다.

이 건물에는 다채로운 계단실이 자리한다. 길과 넓게 접하는 1층 부분을 필로티로 만들어 개방감을 준 다음, 여기서부터 1층의 사무실과 포장실로 들어가는 입구와, 2층 살림집으로 올라가는 계단실과, 다시 지하층 조리실로 내려가는 계단실로 나뉜다.

 

1 컬러 패브릭벽지 자체가 포인트가 되어주는 부부의 침실. 안쪽에 아담한 드레스룸이 마련되어 있다

2,3  2층 주방 옆에서 시작되는 계단실은 3층으로 오를수록 천장고가 높아지면서 개방감을 선사한다.

 

일터 영역에서 부부가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은 조리실이다. “북쪽 계단실을 선큰으로 만들어서 지하공간에서도 자연환기와 자연채광을 모두 누리게끔 해준 점이 너무 좋아요. 예전에는 창 한칸 없는 지하공간에서 음식을 만드느라 늘 강제 환기를 시켜야했거든요.”

쾌적해진 작업환경만큼이나 상층부 살림집에 대한 부부의 만족도도 높아 보인다. 살림집은 반달모양의 평면 윤곽을 이용해 개성있는 공간으로 완성했다. 현관을 중심으로, 치료실이자 쉼터로 쓰는 방이 거실과 나누어져 필요에 따라 손님방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2층은 거실과 주방, 안방이 일렬로 구성되어 개방감이 좋다. 특히 남쪽의 햇살을 가득 머금은 거실이 중심을 잡아준다.

 

현관을 중심으로 가족들의 일상생활이 영위되는 살림공간과 치료실로 활용하는 쉼터가 분리된다. 치료실은 좁고 길쭉한 서쪽 모퉁이를 활용해 얻어낸 보너스 같은 공간이다.

 

천장을 높게 디자인한 3층에는 아들 상엽(17)이의 방과 욕실이 자리하고 옥상 마당으로 나설 수 있게 되어 있다.

가족들은 넉넉한 외부테라스를 갖기를 원했다. 하지만 실사용 면적이 협소한 문제로 2층까지는 내부면적으로 사용하고 일조사선으로 생기는 3층 테라스를 활용하여 지붕 마당을 계획했다.

 

주방과 거실, 안방을 일렬로 배치하는 방법으로 공간에 깊이감을 준 덕에 좁아 보이지 않는다. 실내의 모든 문에 미닫이 방식을 적용해 공간활용도를 높였다.

 


오렌지 컬러로 생동감을 불어넣은 주방. 상부장을 포기함으로써 여유로운 공간으로 완성됐다.

 

3층에 마련한 자녀방에는 다락공간이 있다. 높은 지붕을 활용해 넉넉한 수납방을 만들었다.  

 

옥상마당 한켠에 장독대가 놓인 곳의 바닥은 노출해 둔 것이 보인다. 제례음식 조리에 필요한 새우젓갈과 간장을 직접 담가 쓰기 때문에 장독대가 필수적이다.

나머지 옥상에는 데크를 깔아 화로대를 놓고 불을 피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두었다. 버려지기 쉬운 옥상을 보다 적극적인 취미활동의 장소로 만들어 낸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일조사선제한 적용에 따라 깎여 들어간 3층에 비스듬한 지붕을 계획해 멋을 냈다. 캠핑을 좋아하는 가족을 위해 불을 지필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1 지하실에 설비한 졔례음식 조리실이다. 자연채광과 자연환기가 되어 매우 쾌적하다고. 2 1층에 마련한 사무공간이다. 더 들어가면 널찍한 제례음식 포장실이 있다.

 

 

건축주 인터뷰

좋은 집의 토대는 설계, 자금흐름 계획을 잘 챙겨라

 

동갑내기 커플로, 사업의 동반자로, 20여년을 함께해온 조창윤·곽은실(44) 부부에게 집짓기란, 젊은 시절 뛰어든 창업만큼이나 어렵고 인내가 필요한 과정이었다. 못생긴 땅을 활용해 특별한 집을 짓고자 했으니 더욱 그러했던 부분이 크다. 그래도 고단한 건축과정을 지혜롭게 이겨내고 반달집에 입주해 평온한 일상을 영위해나가고 있는 데는 그들만의 비결이 있어 보인다.

 

집짓는데 가장 힘들었던 점은?

우리 집은 직각인 벽이 한곳도 없을 정도로 사선으로 둘러싸였다. 땅의 모양에 따라 형태를 예쁘게, 실용성있게 만들어내자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러다보니 골조를 완성하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 지하를 파내고 기초를 단단하게 하는데도 오랜 시간을 들였다. 현장 일꾼들도 힘들었고, 지켜보는 우리도 힘든 시간이었다. , 일을 하면서 매일 현장에 드나들어야 하는 것도 힘들었다. 집짓는 현장에서 건축주가 결정할 사항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도 알았다.

   


 


힘든 점을 어떻게 극복했나?

우리 집을 지어주는 설계자와 시공자를 진심으로 예우했다. 여름 내 일꾼들을 위해 얼음물을 얼려서 보냈고, 매일 간식도 직접 준비해서 전달했다. 일꾼들을 진심으로 대하면 요구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주는 부분이 있다. 서로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양보도 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 시공사에서 우리 집은 100년 이상 끄덕 없을 집이라고 자부할 정도로, 골조와 단열, 설비가 잘 완성됐다.

 

땅의 형태 때문에 포기한 부분이 많은지?

집에 맞게 불필요한 공간의 크기를 줄여나갔다. 주방가구의 경우 상부장 설치를 포기하는 식이다. 그렇다고 공간이 좁다거나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없다. 오히려 제한된 조건에 잘 대응한 것이 좋은 건축물을 만드는데 일조한 듯 싶어서 뿌듯하다.

 

비용은 얼마나 들었나

290m2 규모에 들어간 총 건축비는 4억원, 175m2 규모의 토지는 평당 900만원 선에 매입했다. 당장은 빚이 있지만, 연간 나가던 사업장 임대비용(4000만원)이 절약되니 차차 갚아나갈 수 있는 수준이다.

 

예비건축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은?

자금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땅 사서 집짓기까지 현금을 계속 갖다대야 하니까. 대부분 생각지 못하고 있다가 대출 이자와 각종 세금 폭탄을 맞고서 아찔해 한다. 건축 기간을 잘 설정해서 돈이 나가는 흐름을 계획해야 하고, 예비비를 마련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설계를 잘 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건축가와 함께 작업하면서 좋은 집의 토대는 설계라는 것을 경험했다. 시공업체도 잘 만나야 한다. 설계도면을 수용해주는 시공사를 골라야 완성도 높은 집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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