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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형 주택 하우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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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떠난 중년 부부의 집짓기]
필요한 만큼만 취하고 나눈 집

분당의 대형아파트에 살던 40대 중반의 중년 부부. 누가보아도 중산층인 그들이, 집의 규모를 줄이고 이사를 감행했다. 단독주택을 짓되 필요한 만큼만 취하고, 나머지 공간은 임대가구로 구성한 땅콩집을 지은 것. 머지않아 진입하게 될 시니어 세대의 사이클에 대비하려는 지혜와 결단이 엿보인다.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 2층에 다락층이 딸린 두 가구를 나란히 붙인 구조의 땅콩집. 두 가구 모두 남쪽 마당을 향해 거실과 방이 자리해서 채광과 환기에 유리하다.

 

 

■ PLAN

위치 경기도 성남시 판교동

대지면적 240.70㎡

지역지구 제1종 전용주거지역, 제1종 지구단위계획구역

용도 단독주택(2가구)

규모 지상 2층

건축면적 119.22㎡

연면적 233.29㎡

건폐율 49.53%

용적률 96.92%

최고높이 8.80m

설계 ㈜건축사사무소 광장

시공 ㈜스카이하우징

 

지난해 12월 판교 단독택지에 새 집을 짓고 입주한 송현진(47)·성미선(44) 부부. 99년 분당의 작은 아파트에서 신혼살림을 차린 후 아이들이 하나 둘 태어나자 차곡차곡 평수를 늘려온 전형적인 중산층이다. 마지막 살았던 집은 복층구조에 방이 6개나 되는 58평 대형아파트. 더구나 몇 개의 블록 안에서 생활과 교육, 여가활동이 모두 가능할 정도로 편리했던 분당을 떠나온 이유가 무얼까.

 

 ▲ 집을 최대한 뒤로 후퇴시키고 넓고 긴 마당을 확보했다.

 

“먼저 살던 아파트는 덩치만 컸지 공간 활용도가 낮고 관리비는 많이 내야 했어요. 방이 6개인데 3개는 거의 안 쓰고 비워뒀죠. 또 아이들이 중고생이 되니까 가족 사이에도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주는 게 필요하겠더군요. 그러기엔 아파트라는 공간이 한계가 많아요.”

아내 성 씨가 아파트의 대안으로 판교 단독택지를 구해 땅 규모에 맞춰 집을 지으려고 보니 또 다시 덩치 큰 집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한 지붕 두 가구, 땅콩집이다.

 

1층은 이 집에서 가장 넓은 공간감을 자랑한다. 남쪽면에 거실과 주방을 통으로 배치하고 아일랜드 식탁과 소파로 적절히 공간을 구분해서 여유로움을 주었다.

 


가족 편의대로 지은 맞춤 집이 필요했다

“4인 가족에게 딱 필요한 만큼의 공간만 취하고, 나머지 면적은 임대가구로 구성했어요.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받아서 건축비에도 보태고, 매달 받는 월세로는 대출이자와 원금상환도 할 수 있어서 비용면에서도 도움이 되었네요.”

 

한덩어리로 보이는 집은 두 가구가 마당을 공유하면서 나란히 붙어있는 구조다. 주인세대와 임대세대 모두 2층 규모에 다락층이 딸려있고, 주인세대의 면적이 조금 더 넓다는 게 다른 점이다. 요즘 판교신도시의 단독택지에서 이런 구조의 땅콩집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여전히 웅장하고 멋스러운 단독주택들이 존재하지만, 그 사이사이 실용주택으로 손꼽히는 땅콩집이 들어서고 있다.

 


1 주인세대에 넓게 마련된 다락층. 원목으로 감싼 천장이 따뜻한 기운을 전한다. 2 주인세대의 2층 복도와 계단실 풍경이다. 복도를 따라 안방과 2개의 자녀방이 남쪽을 바라보며 줄줄이 늘어섰다.

 

“훗날을 생각해도 넓은 집을 고집할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 따져보니 아들 원택(16)이와 딸 지안(17)이가 독립하게 될 시기도 멀지 않았고, 애들 짐도 책과 옷 정도여서 수납공간이 크게 필요 없더군요. 요즘에는 남의 집에 와서 자고 가는 사람도 없고요. 굳이 필요치 않은 것은 버리고 철저히 우리가족 편의대로 공간을 만들었더니 자연스러운 옷을 입은 것 같이 편하답니다.”

 

 

 

부부의 집은 1층 바닥 면적이 20평으로, 1층에 거실과 주방, 손님용 화장실, 다용도실 정도를 두었다. 2층에는 안방과 2개의 자녀방이 복도를 따라 길게 늘어서 있다. 아늑하고 넓찍하게 조성한 다락층은 평소엔 남편의 휴식공간으로 사용하고, 손님이 왔을 때는 게스트룸으로 활용하기에 손색이 없다.

 

“옆집에는 어린 자녀를 키우는 젊은 부부가 살아요. 혹시라도 소음문제를 염려할 것에 대비해서, 두 가구가 만나는 부분의 벽체는 각각 분리해서 세웠어요. 또, 애기 엄마에게 마당을 마음껏 쓰라고 했지요.”

 


임대가구의 실내 공간이다. 2층 규모에 다락방이 있는 구조는 주인가구와 같다. 현관에서 들어오면 주방을 만나고 고개를 돌리면 남쪽 마당을 향해 열려 있는 넓은 거실을 보게 된다. 방 3개는 2층에 모았다. 주방 옆에 별도의 보조주방을 마련하는 등 살림하는 주부입장에서 필요한 부분들을 세심하게 챙겼다.

 

옆집의 바닥면적은 16평. 2층과 다락층이 같은 면적으로 올라가니 결코 좁은 집이 아니다. 1층에는 마당과 연계된 거실과 주방을 두어 넓고 쾌적하게 만들었고, 2층에는 방3개를 계획했다. 계단을 중심으로 공간이 자연스럽게 분리되는 다락층은 활용도가 높아서 젊은 부부가 아이 키우며 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 아내가 야심차게 디자인한 거실 수납공간. 서재와 아이방에 숨어있던 책을 모두 끄집어내어 햇살 가득한 창 앞에 진열해 놓으니 가족들이 하나둘 책을 빼든다. 집안일은 모두 전업주부인 아내 몫이었는데, 이 집에 와서부터 가족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고 아내는 반가워하다.

 

 

집 지으면서 삶의 패턴 정리하는 기회 얻어

이 집에 이사 온지 한 달 여. 예상보다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TV 보는 시간이 줄었다는 것. 아파트 거실에 늘 켜놓던 TV 소리가 사라지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TV를 다락층으로 올려 보내자 영화를 보는 용도로 애용되고 있다. 아파트에 살 때는 전업주부인 아내에게 집중됐던 집 꾸미기와 집 관리가 가족 전체의 관심사로 이행 중이다. 남편이 쓰레기를 치워주는가 하면, 아이들 스스로 주방에 내려와 필요한 것을 해결하기도 한다.

 

1 부부의 방은 침대와 붙박이장이 들어갈 수 있는 규모다. 창을 작게 내어 숙면을 유도했다. 2 방 안쪽으로 통로형 드레스룸과 파우더룸을 마련해 공간을 절약하고 있다.

 

전반적인 집안 분위기도 달라졌다. 집이 좁아진다는 생각에 묵은 짐들을 과감히 정리하고 꼭 필요한 것들만 가져온 덕에 몸도 마음도 가벼워졌다고. 인테리어도 가볍고 산뜻하다. 40대 중반에 들어선 아내의 취향은 그동안 고수해온 블랙&화이트 스타일에서 벗어나 따뜻한 느낌이 나는 밝은 원목으로 기울었다. 집안 전체는 부드러운 원목과 블루 계열의 포인트 컬러가 어우러져 중성적인 느낌을 풍긴다.

 

아파트의 넓은 통창 대신 아담한 창들을 선택해 적절한 전망과 채광을 불러들인 점도 눈여겨 보인다. 원체 목조주택이라 따뜻하기도 하지만 방마다 개별난방조절스위치를 설치해 적극적으로 난방비 절약을 시도하고 있다.

 

패브릭벽지로 포인트를 준 아들방. 아이의 요구에 따라 햇살 가득한 창 아래 책상을 배치했다.

 

2층의 각 방도 필요한 가구를 놓을 수 있을 만큼만 계획하고 안방의 드레스룸도 통로를 활용해 만들었다. 그 대신 가족들이 모이는 거실과 주방은 하나의 공간으로 시원스럽게 터 놓았다. 각자의 공간에 있다가도 언제든 내려와 쉬거나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서다. 거실의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책꽂이에는 서재방에 쌓여있던 남편의 책을 모두 끄집어냈다. 마주하는 자리에 긴 소파를 놓았더니 자연스럽게 책을 꺼내 읽는 남편과 아이들이 신기할 따름이다. 집을 정리하면서 가족들의 삶의 패턴도 새롭게 정리된 셈이다.

 

남편이 심혈을 기울여 다락층에 계획한 휴식공간이다.

 

십수년간 고수해온 아파트라는 양식을 떠나 마당있는 집을 짓고 이사하기까지 고민이 적지 않았던 부부. 결과적으로 아이들에게 신세지지 않고 독립적인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대비를 해 놓은 것 같아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이 한결 가볍다고.

 

 

이현욱 한 지붕 두 가구 개념의 땅콩집 열풍을 일으킨 스타 건축가. 96년부터 (주)광장건축에서 실무를 익히고 2001년 부터 (주)광장건축 대표이사로 활동했다. 2013년 이현욱의좋은집연구소를 설립해 전국적으로 땅콩집을 확산시키고 있다. 노후 도시주택의 재생과 마을살리기에도 관심을 쏟고 있으며, 전국을 다니며 집짓기 강연을 펼치고 있다. 대표작으로 경기여고 100주년기념관, 제니퍼소프트사옥, 태백산백문학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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