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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를 준비하자 05]
많이 버는데도 모으기 힘든 ‘맞벌이의 함정’

바야흐로 맞벌이 전성시대다. 자녀 성적과 남편 월급 빼고는 다 오르는 요즘, 맞벌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유배우 가구 세 집 중 한 집 이상(37.9%)이 맞벌이로 살아간다. 부부가 함께 소득활동에 종사하는 것으로 가계수입을 배가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소득이 늘면 오히려 경제적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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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증가 < 소비증가

진화생물학 이론 중에는 ‘붉은 여왕 이론(red queen theory)’이라는 말이 있다. 동화로 잘 알려진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등장하는 ‘붉은 여왕의 세상’에서 나타나는 특성을 빗댄 말이다. 이곳은 주변 환경이 움직이기 때문에 쉼 없이 뛰어야 겨우 제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달리기를 멈추면 곧바로 뒤처지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소득이 늘면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좋은 교육을 받고, 한층 더 쾌적한 삶을 찾아 끊임없이 달려간다. 소득이 올라가면서 눈높이도 덩달아 올라가기 때문이다. 결국 만족스러운 삶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소득이 늘어나야만 하는데, 많은 부부들이 이를 위한 가장 손쉬운 방안으로 맞벌이를 선택한다.

 

물론 맞벌이가 외벌이 보다 풍족한 삶을 살 수 있음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맞벌이라면 반드시 유의해야할 점이 있다. 바로 현재의 소득이 향후에도 그대로 이어지리라 생각하여 보유 자원은 물론 미래의 자원까지 앞당겨 투입하는 과오를 범하기 쉽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바람처럼 현재의 소득수준이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큰 문제는 없겠지만, 부부 중 한 쪽이라도 엔진(소득활동)이 멈추게 되면 생활의 질은 큰 폭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주택구입비와 교육비가 주범

많은 재무설계 전문가들은 맞벌이임에도 불구하고 가계가 쪼들리는 이유를 지불능력 이상으로 사치성 소비와 오락적 소비를 일삼는 것에서 찾으려 한다. 따라서 이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고가의 가전제품이나 해외여행, 잦은 외식 등에 과소비하는 부분을 줄일 것을 조언하지만, 실제로 맞벌이 가구의 가계지출에서 불필요한 사치성 소비지출의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다. 오히려 매달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주택관련비용 같은 고정비용이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사람들은 생활수준이 높아지면 그에 걸맞은 더 좋은 주택에 살기를 원한다. 더 넓은 면적은 물론이고, 사회기반시설이 골고루 갖추어진 도심으로의 입성을 꿈꾸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울 및 수도권 지역으로 수요가 집중되면서 지역 간 주택가격의 편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표1>에서 알 수 있듯이 직장인의 월급으로 서울지역 25평형 아파트를 장만하려면 13년이나 걸리지만, 타 지역은 이의 절반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 주택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자녀가 받는 교육 수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선의 인생 출발은 좋은 학교와 더불어 시작된다고 믿는 한국 부모들의 높은 교육열 덕분에 좋은 학교가 속한 지역을 다투어 찾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중개인들이 말하는 주택 가격의 세 가지 결정요인으로 “첫째도 위치, 둘째도 위치, 셋째도 위치”가 어느새 “첫째도 학교, 둘째도 학교, 셋째도 학교”로 바뀌어 버렸다. 비싸더라도 학군이 좋은 곳에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맞벌이를 통한 소득증대가 필수가 되어버린 셈이다.

하지만 주택구입비(대출금)나 교육비 같은 고정비가 늘어날수록 재정의 신축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고정비용은 의복이나 식료품을 사는 것과 달라서 어느 한 달의 지출을 그 다음 달로 넘겨서 일단 당장의 지출을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재정 소방훈련을 실시하자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파산법 교수인 엘리자베스 워런은 저서 ‘맞벌이의 함정(The Two-Income Trap)'을 통해 맞벌이가 빠지기 쉬운 경제위기를 재정 소방훈련을 통해 예방하라고 제안한다. 기업의 재무관리가 중요한 것처럼 개인에게도 재무관리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한쪽 소득이 없어져도 살아갈 수 있는지를 점검하고, 고정비용을 줄이고, 장기적인 지출에 묶이지 않는 식으로 비상대책을 세워야 한다. 예컨대 소득의 대부분을 주택구입비용에 지불하는 것을 방지하는 등 삶의 기대수준을 다소 낮추는 행동이 필요하다.

 

‘하우스 푸어’ 즉 유주택 빈민의 경우, 현재 맞벌이라 해도 가계 재무차원에서는 커다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대출금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부부 중 한 사람이 실직이라도 하게 되면 대출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이 버는데도 모이지 않는 ‘맞벌이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재정 소방훈련과 같은 재정적 생존을 위한 전략적 행동이 선행되어야 하겠다.


박용식

일본 요코하마국립대를 졸업하고 NH은퇴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노인대국으로 일컬어지는 일본의 고령사회 관련 문헌을 조사 및 분석하여 한국 실정에 맞는 노후설계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본지를 통해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데 필수적으로 갖춰야할 10가지 방안을 명쾌하게 제안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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