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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부동산시장 주도하는 종합부동산사]
종합부동산사와 주택건설업계, 사이좋게‘시장 분담’

일본의 부동산시장은 재벌그룹이 운영하고 있는 종합부동산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풍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부동산개발에서 관리 및 유통에 이르기까지 부동산관련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전문기업이다. 버블붕괴 이후 종합부동산사들이 급격히 성장했으며, 이들외에 주택전문건설업체 들이 시장을 분담하고 있다.

글 최승철(이룸디앤씨 홍보이사)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지구상의 모든 자본주의 국가가 그러하듯 일본 사회를 지배하고 이끄는 가장 큰 힘도 역시 돈이다. 21세기는 정보사회이고 ‘정보가 곧 힘’이라고 하지만 그 정보도 돈의 지배를 받는다. 정보를 만들고 뿌리고 조종하는 힘 역시 돈인 것이다. 지나치게 시니컬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면서 돈의 힘이 ‘무소불위’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일본 사회에서 돈의 힘이 가장 강한 곳은 아마도 그룹사일 것이다. 2차대전이 끝난 후 미 군정에 의해 재벌이 해체되면서 재벌소속 기업들은 그룹의 형태로 묶였다. 예전처럼 재벌 총수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라 기업간의 수평적인 협력관계를 이루게 되었다. 소속 기업들 간의 유대감은 다소 느슨해 졌지만 그래도 이들 그룹사들은 일본 경제 전체를 쥐고 흔들 수 있을 만한 힘을 지니고 있다. 미쓰이(三井) 그룹, 미쓰비시(三稜) 그룹, 스미토모(住友) 그룹 등 이른바 일본의 3대 그룹이 일본 경제를 이끈다고 해도 그리 지나친 말은 아니다.

 

이들 그룹이 어김없이 하나씩 챙겨 가지고 있는 회사가 있다. 바로 종합부동산사다. 미쓰이부동산(三井不動産), 미쓰비시 지쇼(三稜地所), 스미토모부동산(住友不動産)이라는 3대 대형 종합부동산사가 일본의 주택산업계는 물론 더 나아가 부동산시장을 움직이고 있다.

 


기업의 부동산 투자에 관대한 일본

종합부동산사는 풍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부동산 개발, 분양, 중개, 임대, 관리, 유통 등 주택과 부동산 관련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부동산 전문기업이다. 주택산업뿐 아니라 부동산과 관련된 모든 사업을 벌인다. 버블붕괴 이후 이들 종합부동산사가 일본 부동산시장을 선도하는 주축세력으로 떠올랐다.

 

1990년대만 해도 ‘슈퍼제네콘’이라 불렸던 종합건설회사가 부동산시장의 주인이었다. 그러나 버블 붕괴는 시장의 지형을 바꿔놓았다. 종합건설회사들의 입지는 무너지고 그 자리는 종합부동산사라는 새로운 공룡이 대신하게 되었다. 신규주택의 공급 감소, 임대수요 증가, 관리 및 유통 중요성 확대 등으로 부동산 산업 구조가 변화한 것이 그 윈인으로 분석되었다.

종합부동산사가 탄생하고 득세하게 된 데는 일본인 특유의 정서도 한 몫을 했다. 재벌이나 대기업 집단에 대한 반감이 크지 않아 3대 그룹사가 부동산시장을 나누어 가진다고 해도 문제 될 일이 없었던 것이다.

 

도쿄 분쿄구(文京區)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있는 나카무라 순스케 씨(中村 屯介, 43)는 “일본 국민 대부분은 대기업이 국가와 국민들의 경제를 이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본인들 누구나, 어떻게든 대기업과 엮여 있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에 대한 반감이 생길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후쿠오카에 살고 있는 교민 윤정후씨(52)는 “일본 국민들은 재벌기업이 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거나 투자하는 일에 대해 이상할 정도로 거부감이 없고 관대하다”고 말한다. “기업들이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을 문제 삼는 사람들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대기업이 그들의 정보력을 활용해서 투자가치가 있는 부동산을 미리 매입하고 거기에 사업을 벌이는 것은 어떻게 보면 불공정한 게임을 하는 셈인데 일본 사람들은 그게 문제가 된다는 생각 자체를 안하는 거 같더군요. 그들 따로, 우리 따로 뭐 그런 식입니다.”

 

기업의 부동산 보유나 투자에 대한 규제도 별로 많지 않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일본 정부와 대기업이 결탁하고 있다고 믿어도 될 정도다. 재무성과 대기업의 모임인 경단련 사이의 스캔들이 심심치 않게 터지고 있지만 그것도 그때뿐이다.

 

종합부동산사는 그룹사의 부동산 관리부문부터 출발했다. 자기 그룹의 보유 부동산을 관리하면서 투자와 개발을 담당하다 본격적으로 부동산시장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서서히 영향력을 키워가던 종합부동산사는 버블붕괴 이후 부동산시장의 주인이 되었다.

 

따지고 보면, 종합부동산사가 일본의 주택산업을 이끌어 간다는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대기업의 엄청난 자금력과 정보력, 그리고 우수한 인력을 감안하면 그렇기 하지 못하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종합부동산사는 보다 빠르게 정보를 얻고 이를 분석해 가장 유익한 길을 선택한다. 그 뒤를 주택전문건설업체들이 따라간다.

 


버블붕괴후 종합부동산사 급성장

일본 최대의 종합부동산사인 미쓰이부동산을 보자. 2000년대 이후 최고의 매출액, 최고의 경상이익을 놓아본 적이 없다. 그들은 최고를 지향하며 그들이 가는 길이 일본 주택산업계가 가는 길이다. 우리나라에서 종합부동산업을 도입키로 할 때 가장 많이 참고를 한 회사도 바로 미쓰이부동산이다. 물론 이 회사가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지는 아직 검증되진 않았다.

 

지난 2001년 미쓰이부동산의 매출액은 1조1525억엔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는 1조4182억엔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아처럼 미쓰이부동산이 급성장한 것은 2000년대 도시재생 사업, 복합개발 사업에 주력하는 한편 상업용 건물과 고층 맨션 등의 임대사업 비중을 크게 늘린 데 따른 것이다.

1990년대 초반 부동산 버블이 붕괴된 후 2000년대 들어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본격적으로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주택 수요 감소, 임대주택 수요 증가, 도시재생 및 관리 수요 증가 등의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 제대로 먹힌 셈이다.

 

그 결과 미쓰이부동산은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총매출 성장률이 임대부문 65%, 관리부문 48%, 중개부문 37%, 분양부문은 16%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2000년대 일본 종합부동산사들의 성장 비결로 임대 수요 증가라는 부동산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 발 맞춰 수요를 정확하게 읽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발빠른 대처를 들고 있다.

반면 실패 사례도 있다. 바로 ‘제네콘’이라 불리우는 종합건설업체의 성장 감소가 그것이다. 일본 종합건설업체 1위인 카지마건설의 경우 2001년 2조603억엔에 달하던 매출이 2010년 1조3257억엔으로 거의 반토막났다.

 

미쓰이부동산이 같은 기간 견조한 매출 상승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경상이익률도 2010년 1.3% 수준으로 미쓰이부동산의 6.8%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다. 2000년대 이후 이 같은 추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카지마건설, 다이세이건설, 시미즈건설로 대표되는 ‘제네콘’들의 경상이익률은 2001년 2.2% 수준에서 2010년 1.7%로 하향곡선을 그렸다. 반면 미쓰이부동산, 미쓰비시지쇼, 스미모토부동산이 이끄는 대형 종합부동산 업체들은 2001년 7.8%에서 2010년 11.5%로 상향곡선을 그렸다.

미쓰이부동산의 임대주택 사업 구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발 > 유동화 > 관리운영’이라는 순환형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먼저 임대주택 건설을 위한 시장조사, 분석 이후 직접 투자를 통해 개발 및 시공을 한다.

 

그 뒤 임대주택이 완공되면 이를 미쓰이부동산이 출자한 임대주택 전문리츠에게 매각해 투자금을 유동화 시킨 후, 유동화한 자금을 가지고 또 다른 임대주택 개발에 나선다. 임대주택을 인수한 전문리츠는 이를 미쓰이부동산의 자회사인 임대주택 관리업체에 위탁해 관리운영한다. 한 회사 안에서 개발부터 사후 관리에 이어 재투자까지 해결하는 것이다.

미쓰이부동산은 개발부문, 건설부문, 주거서비스부문(임대관리, 중개, 서비스) 등 순환구조 단계단계마다 역할을 담당하는 자회사를 통해 수익을 실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임대주택 매각 수익과 관리운영을 통한 수수료 수익이 발생하게 되며, 이를 재투자함으로써 선순환 구조의 임대주택 사업이 가능해진다.

 

미쓰이부동산은 주거서비스에서도 다양한 수익을 창출한다. 임대주택 거주자가 내집 마련을 하고 싶다거나 다른 임대주택으로 이사하고 싶을 때 거주자의 가족 구성, 니즈,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주거컨설팅을 해주고 매입, 리모델링, 임대 등 다양한 주거솔루션을 제안하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호텔, 레스토랑, 청소 등 다양한 서비스업체와 제휴해 미쓰이가 공급한 약 40만가구의 임대주택에 살고 있는 거주자들에게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런 시스템은 비단 임대주택이나 주거부문에만 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미쓰이부동산 소속 부문 전체가 선순환구조의 한 톱니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개의 전문회사를 한 개의 부서처럼 가지고 있는 셈이어서 미쓰이부동산이란 한 회사가 그룹사와 같은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이는 다른 종합부동산회사들 역시 모두 마찬가지다. 종합부동산사의 한 개 사업부문은 한 개의 전문업체 이상의 능력을 갖추고 있고 그런 사업부문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트렌드를 읽고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종합부동산사들은 시장의 트렌드를 빨리 읽어내고 그로부터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냄으로써 시장을 선도한다. 예를 들자면, 미쓰이부동산이 2017년까지 2000억엔(약 2조4213억원)을 투자해 원활한 인터넷 통신판매 물류서비스를 위한 물류거점 확보에 나선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마쓰이부동산이 확보한 물류 거점은 도쿄(東京), 오사카(大阪), 나고야(名古屋) 등 일본 주요 3대 거점도시 주변으로, 모두 2000억엔을 투자해 20곳에 물류창고를 건설할 계획이다.회사는 2013년 초 도쿄 근교 사이타마현(埼玉縣) 야시오시(八潮市) 고속도로 부근에 물류시설 건설을 시작했다. 일본기업이 단독으로 개발에 나선 건 처음이다. 미쓰이부동산은 지난 해에만 수도권과 주요 대도시 근교 5곳에 물류창고을 착공했으며 연간 4~5곳씩 물류시설을 늘려나가고 있다.

 

이와 같은 미쓰이부동산의 행보는 일본이 현재 인구감소와 경기회복 부진으로 주택과 오피스텔 수요는 줄고 있지만 온라인 쇼핑이 성장하면서 물류창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일본 통계성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임대용 대형 물류시설 임대율은 2013년 9월말 기준으로 97%에 달하는 반면 도쿄 중심지 사무실 건물은 92%에 그쳤다. 전자상거래는 2011년 약 8조5000억엔을 기록해 5년 동안 거의 두 배 넘게 늘어났다. 앞으로 인터넷 통신판매 물류창고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 확실하다는 분석이 가능한 상황인 것이다.미쓰이부동산은 이 같은 판단 아래 물류창고 수를 늘리는 한편 물류시설을 개선해 효율적인 운송서비스가 가능하게 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한편 2010년 이래 미쓰이부동산 등 종합부동산사가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도심재개발이다. 대도시의 낡은 도심을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가지로 변모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낡은 도심을 새롭게 정비하면서 신규 주택도 공급한다.

 

도쿄 오사카 등 주요 대도시에서 다수의 도심재개발이 진행되거나 계획되고 있다. 여기에는 내 집 마련을 위해 대도시 주변의 위성도시로 발길을 돌려야 했던 실버세대들이 다시 도심으로 돌아오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어쩌면 이 같은 현상은 종합부동산사들을 비롯한 주택건설업계가 부추긴 측면도 있다.

 

살인적인 집값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시 외곽으로 밀려났던 실버세대들에게는 도심 맨션에서 생활하고 싶은 욕구가 잠재되어 있다. 실버세대 가운데는 전원생활이 아니라 도심의 편리하고 고급스러운 생활을 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꿰뚫었던 것이다. 그리고 전원의 쾌적함과 여유로움을 더한다면 망설임없이 도심으로 돌아올 이들을 위한 상품을 내놓았다.

 

실버세대를 위한 편의시설과 호텔형 서비스, 전원의 쾌적함을 누릴 수 있는 주거환경을 갖춘 맨션이 도심에 건설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도시의 도심재개발 지역 등에서 이처럼 특화된 고급 맨션의 분양이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주택건설업계는 신기술 개발에 열중

종합부동산사가 부동산시장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고 전체 시장의 35% 정도를 3대 종합부동산사가 점유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나머지 시장을 종합건설회사, 주택건설회사, 부동산회사 등이 나누어 갖는다.

 

주택시장만을 놓고 볼 때 종합부동산사의 주택건설시장 점유율은 15% 안팎이다. 나머지는 주택전문건설업체들과 임대주택건설업체, 셰어하우스 건설업체, 단독주택 건설업체 등아 나누어 갖는다. 전체 부동산시장, 또는 주택시장을 놓고 적절한 시장 배분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택전문건설업체들은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새로운 기술 개발에 주력한다. 주택영단의 주택연구소는 주택건설 및 자재개발 등의 신기술을 개발해 보급하는 전초기지다. 이 연구소의 연구성과들은 주택건설업계에 체계적으로 제공되고, 업체 자체적인 기술개발팀도 활성화되어 있다. 최근 들어서는 배리어 프리 주택 건설과 에너지 절약 주택건설을 위한 신기술들이 속속 개발되면서 주택시장은 신기술의 경합장이 되고 있다.

 

도시재생사업도 주택건설업계에서 적극 참여하고 있는 분야이다. 대형 도심재개발이 아닌 소규모 자본으로도 착수할 수 있고 정부의 지원도 받을 수 있는 마을재생사업은 주택건설업체들의 새로운 활로 가운데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이와 함께 해외시장 진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동남아 지역에 진출했고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유럽과 미주시장 진출도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시장을 주목하고 있는 중견 주택건설업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 주택시장은 종합부동산사가 앞서 가고 그 뒤를 주택건설업계가 뒤따르는 모양새다. 그것이 일본인과 일본 사회에 익숙한 질서인 것이다. 유명 관광지에서 만나는 일본인 관광단은 한결같이 가이드의 깃발을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일본 사회 어디서든 리더를 조용히 따라가는 것은 그들의 일상이다. 그 대열에서 벗어나면 도태된다. 그것이 일본이고, 일본 사회다.

 

종합부동산사의 국내 도입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과 같은 형태의 종합부동산사가 정부의 지원 아래 출범한다면 주택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그 효과가 긍정적인 것일지, 부정적인 것일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일본과는 다른 한국인의 정서, 부동산 시장 규모의 큰 차이 등을 감안하면 종합부동산사가 한국시장에 유익한 해법은 아닐지도 모른다.

 

일본의 주택시장 트렌드가 우리나라보다 앞서 가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처방전이 우리 체질에 맞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한국인과 일본인의 체질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의 사례가 우리나라의 부동산시장이나 주택시장에 좋은 참고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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