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구독신청 광고문의
  • 주택저널 E-BOOK
  • 광고 배너1
  • 광고 배너1
  • 광고 배너1
  • 광고 배너1
수익형 주택 하우징
·Home > 부동산 > 부동산이슈
[일본 정부와 주택시장]
일본 주택시장을 움직이는 ‘보이는 손’
  

 

주택저널 기사 레이아웃

 


자본주의 경제에서 시장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이다. 경제학 원론 시간에 제일 처음 배우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시장을 움직인다. 하지만 지금은 그 ‘보이지 않는 손’을 움직이는 ‘보이는 손’의 힘이 더 클지도 모른다. 바로 정부다.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추구하는 모든 국가에서 ‘보이지 않는 손’은 더 이상 최강이 아니다.

 

주택시장의 경우도 그렇다. 주택이라는 상품이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까닭에 주택시장에 개입하는 ‘보이는 손’의 힘은 매우 강하다. 국민 복지와 직접적으로 관련을 갖는 주택시장을 시장 기능에만 맡겨둔다면 시장 실패를 가져올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자본주의 경제의 가장 큰 맹점이 가장 치명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 바로 주택시장이며 많은 국가들이 매우 비싼 대가를 치르며 그 쓰라린 경험을 해야 했다.

 

주택시장은 시장에 참여하는 공급자와 수요자, 그리고 정부가 함께 움직여 나간다. 정부의 역할은 주택시장의 형편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정부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주택시장을 관리하고 있다. 일본은 어떨까? 일본 주택시장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일까? 가장 큰 힘은 일본 또한 정부라는 ‘보이는 손’일 것이다.

 

고령화에 발목 잡힌 주택시장

먼저 주택시장부터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일본 주택시장의 변화 과정을 구분하자면 크게 고성장기(1956~1973년), 안정성장기(1974년~1990년), 저성장기(1991년~현재)로 나눠볼 수 있다.

고성장기는 전후 복구와 주택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주택 대량공급 정책이 시행되던 시기이다. 경제의 고도성장과 함께 주택가격 상승, 주택 대량공급이 이루어졌다. 주택공급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1968년 전국 주택보급률 100% 달성에 성공했다. 1972년에는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권을 포함한 모든 지역에서 주택보급률 100%를 넘어섰다.

 

안정성장기는 절대적인 주택난을 해소한 후 연간 평균 130?150만호 정도의 주택을 공급하던 시기로, 경제성장도 연평균 4?5%의 안정성장을 나타냈다. 주택시장은 호황기와 침체기의 사이클을 나타내며 일정하게 상승하는 패턴을 보였다.

 

현재 일본의 주택시장은 저성장기. 버블 붕괴 이후 심각한 시장 침체에서 벗어난 상태이다. 주택재고가 많고 가격이 비교적 안정되어 있는 상황이다.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몇 가지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거기에 특별한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신도시에서 도심으로의 주거 이동 성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고도성장기에 접어들면서 대도시권 주택 부족 문제가 본격화되자 일본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도시 교외에 공영주택을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토지가격 급등으로 공영주택이 교외로 밀려나는 등 문제점이 드러나자 편의시설을 갖춘 대규모 신도시 건설에 나섰다. 도쿄의 타마신도시와 오사카 고호지 뉴타운 등은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젊은 세대가 떠나고 노인세대만 남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세대 규모가 축소되면서 인구 감소가 진행되고 있다. 노령자 세대는 증가하는 반면 취학기 연령의 어린이는 급감해 초등학교의 폐교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학생 자녀를 둔 청장년층의 뉴타운 유출을 촉진하는 요인이 되었다. 게다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소아과 의원이나 학원들도 외부로 유출됨에 따라 뉴타운은 취학연령 자녀를 둔 세대의 거주 기피 지역이 되고 있다. 덩달아 근린상가도 줄어들어 생활하기 불편한 지역이 되고 있다. 고령자 증가로 의료?복지 서비스 등의 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치안, 방범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 추세다. 한마디로 산도시가 늙어버린 것이다.

 

반면 도심으로의 인구집중은 가속화되고 있다. 신도시를 떠난 젊은 세대들이 도심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고령화시대를 맞는 한 단면일 뿐이다. 일본 주택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아마도 ‘고령화시대’일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우리나라의 머지 않아 닥칠 미래일지도 모른다.

 

중앙의 힘과 지방의 힘

고령화에 따른 인구이동 패턴의 변화는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2005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한 일본의 인구는 2050년에는 대략 1억명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그리고 2002년 기준으로 65세 이상의 고령자는 2345만 명으로 총인구에서 18.4%를 차지했지만, 2050년에는 3586만 명으로 전체 인구에서 35.7%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처럼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 인구 이동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하는 것이 일본 정부나 주택산업계의 최대 관심사이다. ‘국토교통백서(2003)’에 따르면 도쿄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도시권 인구가 감소하고, 대도시권에서는 도심회귀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백서에 따르면 앞으로의 인구 변화 전망은 이렇다. 먼저, 인구 감소 지역이 확대된다. 그리고 도시 규모별로 인구 증감의 차별화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도 등 3대 대도시권 및 지방의 중추 도시권은 2010∼2015년까지 인구 증가가 계속될 것이고, 비도시권은 2030년에는 현재 인구의 4분의 3 수준까지 감소할 것이다.

 

세대 수는 증가하다가 2014년 4929만 세대를 정점으로 2020년에 4885만 세대가 될 때까지 완만하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대 규모는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 확실하다. 이는 ‘단독 세대’나 ‘부부만의 세대’ 등 소규모 세대의 증가에 따른 것이다.

 

한편 고령자 세대의 증가는 지속될 것이다. 주택시장을 쥐고 흔들 가장 큰 요인은 이들 고령자 세대일 것이다. 정부도 이들의 움직임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주택시장을 가능한 한 시장기능에 맡긴다. 하지만 그것이 주택시장에서 정부의 영향력 감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여전히 주택시장을 이끌어가는 가장 큰 힘이다.

 

현재 일본 주택정책의 기본이 되는 법률은 ‘주생활기본법’이다. 국민의 쾌적한 주거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주택시장의 원활한 기능 발휘, 주택산업의 건전한 발전 유도, 주거복지 수준 확대 등을 규정하고 있다.

 

주생활기본법을 보면 우리나라와는 다른 일본 주택정책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주택정책 추진에 있어 지방정부의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는 현격하게 다른 차이점이다. 한일 양국 모두 중앙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는 우리나라에 비해 지방정부의 역할과 비중이 매우 크다.

 

지방에서 우선적으로 수립한 계획의 목표와 전략을 중앙정부가 취합하는 형태인 상향식 계획수립체계를 취하고 있는 것. 중앙정부는 전국적인 주택정책 추진시 지역간의 조정과 주택건설자금의 조성 및 보조를 담당하고, 지방정부는 중앙정부가 수립한 정책적 틀에 입각해 지원받은 자금으로 공영주택을 건설하면서 지역실정에 적합한 주택정책을 집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형태는 비단 주택정책뿐 아니라 다른 정책들에도 일반적으로 적용된다. 전국시대 이래로 계속되어온 일본의 오랜 지방자치의 역사와 전통이 이같은 정책의 수립과 집행체계를 가능하게 했다. 지방정부와 지방주민들의 여론이 정책에 반영되는 기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주택시장을 틀어쥐는 가장 큰 힘은 아마도 돈 줄일 것이다. 그것은 우리나라도 다를 바 없다. 중앙정부의 재정투자와 주택금융공고의 장기주택자금대출을 통한 중산층의 자가 마련 지원책이 그것이다.

 

중앙정부는 주택건설자금의 조성을 주도하면서 지자체의 공영주택건설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한다. 지방정부로서는 공영주택을 적극 건설할 경우 중앙정부로부터의 재정이 지원되는 한편 이를 가지고 지역 건설경기 부양은 물론 다양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지역내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공영임대주택건설을 추진했다.

 

중산층의 내집 마련을 지원했던 주택금융공고는 ‘장기저리 고정’ 이라는 주택금융의 기본적인 원칙을 충실하게 고수함으로써 자가보급률 60% 유지에 절대적으로 공헌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효과적인 소통이 주택시장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개입 효과를 극대화했고 이것이 주택공급정책의 성공을 가져온 셈이다.

 

고령화 문제가 주택시장의 화두

지금 일본 정부의 주택정책 기본이념은 국민들이 각자 부담할 수 있는 능력 범위 안에서 최저 주거기준 이상의 주거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제성장에 걸맞는 여유롭고 풍요로운 주거소비가 주택정책의 목표다. 더 이상 ‘토끼장에 사는 일본인’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1990년대 이후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서면서 주택재고가 일정한 수준에 이르게 되어 신규주택건설과 공급의 필요성은 퇴색했다. 경제도 저성장기조에 접어들어 신규주택공급이 감소하면서 기존 주택재고의 활용과 개보수, 리모델링 등을 통해 주택의 수준을 개선하는 정책으로 바뀌었다.

 

주택정책의 내용도 단순한 주택의 건설과 공급, 그리고 관리의 범주를 벗어나 근린공동체 및 지자체의 사회복지 기능을 포함한 복합적인 사회보장 프로그램의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현재 일본 정부가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은 주택시장체계의 보완과 재고주택관리의 효율화이다.

 

주택의 신규건설과 공급은 거의 시장기능에 맡겨도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건설업체의 기업적 동기에서 건설과 분양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주택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분양받는 주택의 특징과 품질 수준, 그리고 가격의 적정성을 충분히 인지하게 된다. 공공은 이러한 분양 단계에서 주택건설업체가 제공하는 주택의 품질 수준과 소비자에 대한 정보에 공신력을 부여하는 적당한 개입만으로도 안심하고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재고주택의 경우에는 주택의 품질 수준 및 가격 조건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거래의 정형화가 어렵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특히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 중심으로 시장이 이루어져 있어 소비의 선택이 한층 어렵고, 이로 인해 재고주택 거래시장의 형성이 부진한 형편이다.

 

일본 정부가 재고주택의 효과적인 활용을 아무리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거래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다면 정책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정부는 재고주택의 품질보증제도를 도입해 시장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지만 거기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일본 주택정책의 바탕에는 고령화라고 하는 주택시장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고령화라는 큰 흐름이 주택시장을 움직여가고 있다는 것이다. ‘고령자 주거의 안정 확보에 관한 법률’은 앞으로 일본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은 이견이 없다. 머지않아 국민의 40%에 이르게 될 고령자들을 위한 주택기본법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 법률은 고령자가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전반적인 거주 환경의 정비, 주택의 배리어 프리(barrier?free)화를 구체적인 추진 목표로 제시한다. 배리어 프리화 주택은 건물 내부의 턱을 없애고, 휠체어 통행이 가능하도록 복도를 넓히는 한편 손잡이 등을 설치해 장애자와 고령자가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구조를 갖춘 주택이다.

 

실버 주택이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한 주택의 공급을 의미한다면 배리어 프리화는 궁극적으로 모든 주택을 노인들이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바꾸겠다는 의미이다. 일본 정부는 배리어 프리화 주택의 비율을 1998년 2.7%에서 2015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나아가 고령자 주택 법률에 따라 고령자용 주택공급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가 도입된다. 고령자용 우량임대주택 제도, 임대주택의 등록열람제도, 금융 및 세제상의 혜택 등이 그것이다. 주택시장이 바야흐로 고령화 주택시장이 되고 있는 셈이다.

 

‘보이지 않는 손’의 힘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에 맞춰 학계에서 고령화 시대의 도시계획 개념으로 논의되고 있는 도시 개발론인 콤팩트 시티(compact city)가 눈길을 끈다. 콤팩트 시티는 유럽에서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도시’라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도심을 집약적으로 개발해 도보 생활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도시의 콤팩트화에 따라 교외부 개발에 의한 녹지 파괴, 장거리 출퇴근으로 인한 교통량 증가와 환경오염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아직까지 먹히고 있는 전원도시론과는 대비되는 개념이다.

 

유럽에서는 환경 문제와 관련해 논의되고 있는 콤팩트 시티가 일본에서는 지방 도시의 활성화와 고령화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 이처럼 지방 도시에 대해 콤팩트 시티가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은 향후 인구 감소, 고령화로 인해 발생하는 버스 운행 감소, 교육시설 통폐합, 빈 점포 발생 등과 같은 문제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은 고령자를 배려한 총체적인 도시개발전략으로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나이나 능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배리어 프리화를 더 확장한 종합적인 개념이다. 일본 정부의 의도는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을 주택뿐 아니라 모든 건물, 거리, 교통체계를 포함한 도시공간에도 도입, 고령자·장애인들에게 편리한 구조로 만들어 가려는 것이다. 고령화 시대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일본의 주택시장에서 가장 먼저 현시화하는 것은 종합부동산회사들이다. 일본 주택시장을 선도하는 이들 종합부동산사들은 시장 흐름과 정책 방향을 가장 예민하게 감지하고 이를 활용해 최대의 이윤을 올릴 수 있는 사업을 펼쳐나간다. 지역재생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재고주택 및 임대주택 관리를 위한 부동산유통 체계를 더욱 굳건히 다져나가는 중이다.

 

주택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도 종합부동산사들의 움직임에 예민하다. 그 뒤를 따라가거나 보다 전문화하거나 틈새시장을 찾아 새로운 시장에 적응한다.

 

정부는 시장의 흐름에 주목해 정책을 수립하고 시장을 이끈다. 주택산업계는 실질적으로 주택시장을 움직인다. 정부의 ‘보이는 손’이 주택시장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가장 큰 힘은 역시 ‘보이지 않는 손’이다. 국민 하나하나의 의사 결정이 모여 시장을 움직이고 그 움직임이 정부의 정책을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언제 어디서나 통용되는 확고부동한 진리는 ‘민심은 천심’이라는 것이다.

 

 

왼쪽으로 이동
오른쪽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