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유지희]
다른 곳을 향하는, 사색의 풍경

현대적인 공간 속에 자연의 이미지를 더해 새로운 사색의 풍경을 만들어내는 젊은 작가가 있다.

도시를 좋아하지만 도시에서의 삶이 버거울 때마다 도심 속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겨

위안과 여유를 되찾는다는 유지희(29) 작가다.

취재 구선영 기자 사진 왕규태 기자 협조 에이컴퍼니(전시기획) 

 

 

 

 

▲‘사색의 풍경’으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작가 유지희. 합정역 인근에서 동료 4명과 작업실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도시공원을 사랑하는 젊은 화가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눈앞 형상에 몰입해 살아가기보다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지금 이곳을 벗어나 사색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위안이 되지 않을까요?”

 

작가 유지희의 말처럼, 우리가 눈앞에 펼쳐진 풍경만 바라보고 산다면 위로받을 구석이 좀처럼 없어 보인다. 복잡하게 뒤엉킨 출퇴근길과 건조한 일터 등 현대사회의 풍경은 생존을 위한 치열함과 경쟁으로 인한 긴장감이 가득하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그곳에 머무르면서도 다른 기억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유지희 작가가 떠올리는 다른 기억은 바로 도시의 풍경과는 대비되는 자연이다.

 

 

▲자연의 기억#8 72.7x90.9cm, 캔버스에 유채, 2015

 

 

29살의 앳된 작가 유지희는 도시공간을 좋아하는 일반적인 젊은이다. 그럼에도 도시나 건축물에 자연의 이미지를 끌고 와 사색을 유도하는 풍경을 줄곧 그려왔다.

 

“초등학교 6학년 무렵 부모를 따라 유럽 밀라노에 이주해서 4년간 생활했어요.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굉장히 힘들었던 시기예요. 그때 저에게 유일하게 위안이 되어준 것이 바로 햇살 아래 반짝이는 가로수의 잎사귀들이었어요. 어린 시절 자연에 대한 강렬한 첫 경험이 오랫동안 작업의 모티브가 된 것 같아요.”

 

 

▲자연의기억 #7 53x53cm, 캔버스에 유채, 2015

 

작가는 지금도 머리속이 복잡해지거나 일상에 지칠 때면 열일 제치고 도시의 공원들로 여행을 떠난다. 깊숙한 산속으로 떠나는 여행은 별로 내키지 않는다는데, 도시 안에서 한발자국 떨어져서 바라본 자연이 작가에게는 훨씬 크고 친근한 존재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녀의 방식이 요즘 젊은이들이 자연을 향유하는 방식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Reflection of memory 162.2x112.2cm, 캔버스에 유채, 2014

 

 

도시와 자연이 만날 때, 사색이 열린다

유지희 작가의 그림에는 건물과 방, 창, 문이 자주 등장한다. 이 공간이 실존하는 공간들일까. 대부분 실존 공간과 가보지 못한 공간들을 재조합한 창조공간이다.

 

“건축물 드로잉을 좋아했어요. 특히 직선적인 건축 요소가 두드러진 양식을 즐겨 그리다 보니 그림 안에도 단조로운 공간들이 등장하죠. 하지만 어김없이 창과 거울, 문을 통해 공간을 확장해 나가요. 여기에 자연의 기억을 연결하는 나뭇잎, 흐르는 물 같은 시각적 표현을 더하는 거죠. 그러다 보면 이곳도 저곳도 아닌 중간지대, 바로 사색할 수 있는 지점에 다다라요.”

 

 

▲Natural Cityscape #2 145.5x112.2cm, 캔버스에 유채, 2014

 

작가로서 그녀의 행보도 확장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4월29일까지 분당 휴맥스 빌리지에서 열린 개인전에 이어, 8월 또 다른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고 5월, 9월 아트페어에 초청되었기 때문에 하루하루 작업에 여념이 없다.

 

“예전에는 작가의 나이가 작업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젊은 작가에게 더 기회가 많아요. 저 역시 그런 기회에 도전해서 개인전도 할 수 있었고 제 작업도 알릴 수 있었고요. 이제는 해외의 작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도전하고 싶어요. 물론 풍경이 좋은 곳으로요. 잠시 방문하는 게 아니라 머물러서 봐야 느껴지는 것도 더 크거든요.”

 

 

▲Reflection of memeory #1 130.3x89.4cm,캔버스에 유채, 2014

 

작가 유지희는 홍익대학교와 동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하고, 2012년 신진작가 발굴 초대전을 통해 작가로서 첫 발을 내딛었다. 2015년 제3회 브리즈 프라이즈를 수상하고 2015년과 2016년 연이어 개인전을 여는 등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색의 풍경#2 61x72cm, 캔버스에 유채, 2012

 

 

▲Imagery #2 116.8x91cm, 캔버스에 유채,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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